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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형사나 여경찰 캐릭터는 경찰
제복을 제외하면 보통 ‘남장’에 가까울 만큼 무채색의 티셔츠와 바지, 운동화 일색의 옷차림을 고수한다. 그러나 그녀들에게도 변신의 기회는
필연적으로 주어지곤 하는데, 집안에는 화려한 하이힐이 차곡차곡 쌓여 있을망정 밖에서는 검은 정장 바지에 터틀넥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잠복근무
때는 발가락 양말을 선호하는 <히트>의 차수경 경위(고현정)가 팔자에 없는 드레스를 입게 된 것은 홍콩에서 총상을 입고 도망치다가
숨어들어간 컨테이너가 크루즈에 실려서 얼떨결에 배에 탔는데 피에 젖은 옷을 잘라내고 나니 배가 정박할 때까지 다른 옷을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 탄탄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유에서다. <달콤한 스파이>의 이순애 순경(남상미) 역시 티셔츠에
면바지, 질끈 묶은 머리가 평소 복장이지만 한유일(데니스오)과 함께 국제 행사 파티에 업무상 참석하게 되면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기 시작, 그
이후로는 파티에서 누군가에게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라거나 다른 조직폭력단과 대면해야 한다는 이유로 종종 드레스를 입을 기회가 생긴다. 심지어 영화
<형사>에서 ‘조선 여형사’로 등장하는 남순(하지원) 역시 가짜 돈을 유통시키는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기생으로 변장하고 병조판서
집에서 열리는 잔치에 잠입하는데, 그 변신이란 가히 놀라워서 <황진이>의 전초전 같은 느낌을 줄 정도다.
형사는 연애하지 말라는 직업상
준수조항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형사들의 애정사는 언제나 험난하다. 차수경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도 15년 전 순경 시절 자신의 생일날 데이트
중에 하필 연쇄살인범과 마주치는 바람에 애인이었던 한상민 경장을 잃으면서부터가 아닌가. 영화 <강력 3반>의 김홍주 형사(김민준)
역시 주말에 여자친구와 떠났던 여행지 터미널에서 우연히 부딪힌 남자로부터 하필 범죄자의 냄새를 맡고 무작정 뒤쫓는다. 결국 데이트를 가장한 업무
중 나이트클럽에서 여자친구의 선배를 마약사범으로 검거, 이에 지긋지긋해하는 여자친구로부터 결별 통보까지 받는다. 심지어 시트콤
<형사>의 오지호-이혜영 커플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도 신혼여행을 떠나는 길목에서 범인을 쫓다가 신혼 첫날밤을 경찰서
당직실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나 서러워할 것 없다. 이게 다 <수사반장> 시절부터 내려온 형사들의 팔자인 것. 강력계의 젊은 수사관
조경환은 황토팩이 없어도 아리따웠던 시절의 김영애와 데이트 중 호출을 받고는 “또 사고야”라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자리를 떠버린다. 술잔을 손에
든 채 남겨진 김영애는 말 그대로 ‘짜게 식어갈 뿐.’ 예나 지금이나, 범죄자들은 다 무적의 솔로부대라도 되는 것일까.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져주는 사건
때문에 연애도 어려운데 결혼생활은 오죽할까. <다이 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 형사만 아내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히트>의 장용하 경사는 형사 생활 25년 만에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다 결국 이혼당했고 사랑하는 딸에게는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한다.
<형사>의 이대근 반장 역시 중학교 이후 만나지 못했던 딸이 결혼 소식을 들고 나타나 “자세한 건 묻지 말고 상견례나 나와달라”며
쌀쌀맞게 구는 통에 마음 아파한다. 혼자 남겨진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강력 3반>의 15년차 형사 문봉수(허준호)는 아내와
아이들이 떠난 집에 혼자 남아 지독한 건망증에 시달리며 살고, <투명인간 최장수>의 강력반 형사 최장수(유오성)는 가족을 떠나보냈을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고 만다. 심지어 <공공의 적>의 강철중 형사는 이혼당하기에 앞서 강도의 칼에 아내를 잃기까지
했다.
<투캅스>의 마지막에는
부패 경찰 조형사(안성기)가 승진하자 강형사(박중훈)의 새 파트너로 이형사(김보성)가 부임한다. 예전의 자신처럼 원리원칙주의적인 이형사를 길들일
필요성을 느낀 강형사, 마침 검거되어 온 자해꾼 용의자를 이형사에게 맡겨버리고 슬쩍 물러난다. 형사도 사건도 대를 잇는 것이다. <좋은
사람>의 마지막회에서 강력 3반 반장 박준필 경위(신하균)는 우여곡절 끝에 선배 형사의 딸 오순정과 결혼식을 올리고, 한때 순정을
짝사랑했던 형사 강태평(조한선) 역시 동료 경찰 신지우(소유진)와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 와중에 떨어진 긴급호출. “킹카
나이트클럽에서 조직폭력배들간의 패싸움이 발생했습니다!” …잔치는 끝났다. <강력 3반>에서는 헬기까지 동원해 거대 마약 조직을 소탕한
형사들이 모처럼 고깃집에 모여 회식을 하는 데서 평화롭게 정리되는 듯하더니 편의점에 다녀오던 김홍주 형사가 카오디오를 훔치던 좀도둑(양세형)을
잡아오며 그 달에 할당된 고과를 채운다. 좀도둑을 탁자에 묶어놓은 채 계속되는 회식, 그러나 역시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근처에서 인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젓가락을 던지고 달려나가는 형사들. 그렇다. 해피엔딩은 있어도 사건에 끝은 없다.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또 막상 보다
보면 그럴 듯한 법칙들은 몇 가지 더 있다. 범인, 특히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서는 미모의 여형사가 미끼 역할을
한다.(<히트> <살인의 추억>), 여형사는 꼭 한 번쯤 납치를 당한다.(<히트>
<폴리스> <다모>) 비밀을 공유하는 동료는 알고 보면 적이다.(<달콤한 스파이> <도망자
이두용>) 그리고 우리가 수없이 많이 마주치는 이 장면들. 범인을 추격할 때의 동선은 대로에서 골목으로, 그리고 또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동료나 부하가 아무리 많아도 꼭 주인공은 혼자 쫓아가서 1대 1 결투를 벌인다. 잘 싸워서 검거한 다음
취조실에서도 역시 1대 1로 심문을 벌인다. 그러다가 범인이 형사를 치고 도주한다. 주인공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일어나 다시 추격한다. 대로에서 골목으로, 그리고 또 막다른 골목으로…. 그렇게 수사는 돌고 돌고, 수사물의 클리셰도 끊임없이
반복된다.
(글) 최지은 guilty@t-fac.com
(일러스트레이션) 양경민(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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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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