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한강수 타령>의 세상은 매우 단순하다. 이 세상의 논리는 이렇다.

첫째, 단점이 많은 남자가 사랑받는다. 둘째, 야망보다는 주제 파악이 먼저인 여자가 현명하다. 셋째, 자식을 사랑하려면 어머니는 늘 포기해야 한다. 심지어 자신의 생명조차도. 정말 이상한 세상 속 이상한 논리다.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드라마 속 세상이 인간미라든가, 정, 인내와 희생 같은 단어들로 아주 손쉽게 합리화된다는 점이다.

가영(김혜수)을 보자. 그녀는 부자에다가 세련되고 친절한 신률(최민수)을 물리치고 능구렁이에 바람이나 피우는 준호(김석훈)와 결혼한다. 그 언니에 그 동생이라고, 어수룩한 선택을 하기는 나영(김민선)도 만만치 않다. 럭셔리하게 살아 보자던 꿈은 일찌감치 접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강수(봉태규)를 선택했으니 말이다.

뭐,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다 갖춘 이 남자보다 많이 부족한 저 남자가 자기랑 더 어울린다는데 어쩌겠는가.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인생이지만 대충 이쯤에서 접고 결혼해도 만족한다는데 어쩌겠는가. 그걸 뚝배기에 담긴 초코 파이와 같은 인간적 정으로 포장하는 드라마의 어조엔 여전히 동의할 수 없지만 말이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최근 영희(고두심)가 보여 주고 있는 비정한 모성애다. 영희는 위암에 걸렸다. 이제 좀 편하게 살아 보나 했더니 덜컥 병에 걸린 자신의 인생을 그녀는 억울해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병을 숨기기로 작정하고 남은 자식들을 서둘러 결혼시키느라 바쁘다. 엄마가 그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방긋방긋 웃으며 결혼한 자식들이 행복할까? 평생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영희는 과연 행복할까?

물론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을 수 있고, 그 선택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건 매우 어렵다. 문제가 되는 건 이러한 상황을 '희생하고 인내하는 위대한 모성애'로 단순하게 평가하는 드라마의 단호함이다. 드라마의 이러한 어조는, 편견으로 가득한 가치관이라도 손쉽게 옳은 것으로 규정해 버리곤 하는 주류의 단호함과 닮아 있어서 어쩐지 조금 무섭고 거북하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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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22 (화) 일간스포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