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고백한 신인가수 이승기의 데뷔곡 '내 여자니까'가 지난해 빅히트를 기록하는 등 연상연하 커플은 대중문화의 주류 코드로 자리잡을 만큼 붐을 이루고 있다.

신비함과 다정함이 더해져 CF의 참신한 소재로 떠올랐고,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단골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극중 연상녀-연하남 커플 설정이 일반적 수위를 벗어나 자극적으로 흐르면서 점차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두세 살 차이는 이제 이야깃거리도 못 될 뿐더러,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든 10대 남학생과 30대 주부의 파격적인 사랑까지 등장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연상연하 커플이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것이 비단 어제 늘 일은 아니다. 영화 '정사'에서 이미숙은 여동생의 약혼자인 이정재와 금단의 사랑을 나눴고, KBS 드라마 '고독'에서도 마흔 살 미혼모인 이미숙에게 스물다섯 살인 류승범이 "내가 사랑하는 한, 마흔이든 오십이든 당신은 여자"라며 주위 모두가 반대하는 사랑에 온몸을 던진다.

MBC 드라마 '로망스'에서 교사인 김하늘과 고교생 제자인 김재원이 연상연하 커플을 이뤘고, '천생연분'에서 안재욱은 다섯 살 연상인 친구 누나 황신혜와 결혼해 티격태격 만만치 않은 결혼이야기를 풀어냈다.

MBC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유부녀 엄정화는 남편과 자식까지 버리고 두 살 연하인 김남진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고, KBS2 '두번째 프러포즈'에서 오연수는 바람 핀 남편 김영호와 헤어지고 연하남인 오지호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주말극 '한강수타령'에서도 김혜수가 최민수 대신 연하남 김석훈과 결혼에 골인하는가 하면, SBS 주말극 '봄날'은 고현정을 두고 이복형 지진희와 삼각관계에 빠진 조인성이 최근 고현정과 강렬한 키스신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연상연하 커플 무드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 정도는 앞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선보일 연상연하 커플과 비교할 때 애교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10살 차이는 기본, 사회적 통념을 깨고 미성년자인 10대 남학생과 서른 살 안팎의 여성이 러브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쾌걸 춘향' 후속으로 3월7일 첫 방송되는 KBS2 새 미니시리즈 '열여덟 스물아홉'은 교통사고로 최근 11년간의 기억을 상실하고 '낭랑 18세' 패기 넘치는 여고생이 되어 돌아온 스물아홉 여자의 현실 극복기를 다루고 있다.

극중 박선영이 분한 귀여운 아줌마 '유혜찬'은 기억 퇴행 장애로 자신이 열여덟이라 생각, 조카뻘인 고교생의 구애까지 받는다. 인기 인터넷소설 <당신과 나의 4321일>을 원작으로 '변치 않는 18살의 열정과 순수로 무장한다면 인생에 두려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

국내 개봉도 되기 전 선댄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에 잇달아 출품되어 화제가 된 박철수 감독의 신작 '녹색의자'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을 나누는 30대 유부녀와 10대 고교생의 위험한 사랑을 파격적으로 그려냈다.

'섬' '거미숲'에서 인상적 연기를 보여준 서정이 청초함과 관능미를 동시에 보여주며 극단을 오가는 심리 연기를 펼쳤고, '금쪽같은 내새끼' '유리화'에 출연한 심지호가 마음 붙일 곳 없이 유부녀와의 사랑에 빠져든 소년 역을 맡았다.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사랑니' 역시 17세 고교생과 30세 여성의 사랑을 소재로 한다. 정 감독은 '해피엔드'에서 불륜이라는 파격적 소재와 톱스타 전도연의 올 누드 정사신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또다시 파격적인 멜로물을 차기작으로 내놓아 벌써부터 영화팬들을 궁금하게 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주가 폭등한 김정은이 주연을 맡았는데, 극중 김정은은 여고시절 첫사랑과 똑같이 생긴 13살 연하인 고교생에게 한눈에 반해 열정적 사랑에 빠지는 30대 보습학원 교사 '조인영' 역을 맡아 기존의 밝고 코믹한 이미지를 탈피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베드신까지 예고된 만큼 이들의 사랑에 세간의 논란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해 김정은은 "시나리오를 읽고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는데, 사랑에 대한 여자의 미묘한 심리와 솔직한 사랑 이야기에 끌리게 됐다"면서 작품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사랑니'는 김정은의 상대역인 17세 소년 역과 나머지 캐스팅을 마친 후 3월 중 크랭크인, 올 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신작 '친절한 금자씨'에서 타이트롤을 맡은 이영애는 극중 20대 초반의 남자로부터 짝사랑을 받는다. 1988년생인 김시후가 상대역으로 낙점되어 화제를 모았는데, 극중 김시후는 13년 동안 복역하고 출소한 뒤 제과점에서 일하는 금자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이영애의 극중 나이가 3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비록 짝사랑이지만 파격적인 설정이다.

'나이는 상관없다'며 위험한 사랑에 뛰어든 극중 주인공들의 선택에 시청자와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2005.3.3 (목) 브레이크뉴스 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