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를 눈앞에 둘 정도로 남녀평등을 이루고 있는 요즘 아직도 가부장적 시선에서 여자의 과거와 정절을 문제삼는 드라마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부모님 전상서'와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MBC 주말연속극 '한강수 타령'(극본 김정수, 연출 최종수 )에서 요즘 준호(김석훈) 엄마 단옥의 과거가 드라마의 큰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단옥은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처녀 시절 일본인을 상대로 하는 요정에서 일했다는 과거 때문에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갖은 핍박을 받는다. 엄마의 과거 때문에 파혼당한 딸도 어머니를 외면한다.

30년 동안 헌신적으로 가정을 꾸려왔던 단옥의 노력은 한순간에 재가 돼 버린 것이다. 아들 준호는 어머니의 과거를 모두 감내하지만 다른 가족들의 냉대에 단옥은 곧 행방을 감추게 될 예정이다.

현재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단옥을 냉대하는 준호 가족에 대한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이미 결혼해 30년을 훌륭한 엄마로 살았는데 너무 잔인하다'는 비판론에서 '신뢰의 문제다. 30년 동안 진실을 알지 못했던 준호 아빠의 배신감이 이해가 간다'는 공감론까지 나오며 '여자의 과거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런 찬반론과 별외로 한 네티즌은 "허준과 장금이를 그렇게 괴롭히던 연기자 박정수가 고초를 겪으니 속 시원하다'는 재미있는 감상평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한강수 타령'이전 지난 가을 인기리에 방영된 KBS 주말극 '애정의 조건'도 결혼 전 동거해서 애까지 낳았던 미혼모 은파(한가인)의 과거가 탄로난 것이 인기몰이에 큰 요인이 되었다.

은파가 시댁 어른에게 핍박받을 때마다 흘린 눈물은 곧바로 시청률로 돌아왔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자의 과거'는 가장 큰 흥미거리임을 입증해보였다.

여자의 과거뿐만 아니라 여자의 정절을 다룬 소재도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MBC 아침드라마 '빙점'의 여주인공 윤희(최수지)는 딸이 유괴돼 살해당했을 때 다른 남자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괴범의 딸을 키우는 크나큰 벌을 받게 된다.

사연 많은 자매가 등장한 <애정의 조건>에서 은파의 언니 금파(채시라)도 단 한번의 실수 때문에 이혼 당할 뻔한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현상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극적 재미를 위해 다룬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가부장적 시선에서 여성의 과거와 정절을 흥미거리로 담는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2004.12.31 (금) 조이뉴스24 최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