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한강수타령>(연출 최종수, 극본 김정수)에서 실감나는 ‘나영’ 연기로 연기적인 성숙을 보여준 김민선. 그간 그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강수타령>의 나영을 볼 때만큼은 벌써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사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나영이라는 캐릭터는 에너지가 충만하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 덩달아 에너지가 많아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김민선은 그러나 실제로는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연기는 김민선에게 있어서 직업이나 예술이기 이전에 특별한 의미 하나를 갖는다. 김민선이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할까. 그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는 그 에너지를 그는 모두 연기에 쏟아버린다. 조용한 성격, 가슴에 품고 있던 것을 연기로 풀어낸다고. 나영을 이야기할 때 김민선은 마치 그녀가 제 2의 자아인 듯 “나영이가” “나영이 때문에”와 같은 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김민선에게 있어서 나영은 제 2의 자아인 것.

실제로 김민선은 나영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활동적이고 자유분방한 나영을 통해 가슴의 응어리 같은 것들을 풀어낸다고 하니 그의 인생에 있어서 나영 혹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모두가 효자가 아닐 수 없다. 그에게는 연기와 인생이 한길이다. 그의 비유법을 보면 알 수 있듯.

“<하류인생>의 혜옥을 연기하며 어머니의 삶을 살았고, <한강수타령>을 통해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하류인생>의 혜옥을 연기하면서 김민선에게는 남모르는 고충이 있었다. 인내하는 삶을 사는 혜옥을 연기하느라 평소의 김민선의 에너지를 풀 곳이 없었다고. 오히려 혜옥이 본인의 성격과 비슷해 힘든 점이 많았던 그다. 그렇다면 김민선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그러나 연기를 하면서 늘 변치 않는 생각 하나가 “나를 잃어버리지 말자”라고 하니, 그만큼 연기에 취해있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강수타령>의 나영. 콧소리로 유부남을 유혹해 비싼 옷을 사내게 하고, 그가 호텔로 데려가니 그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고 도망을 나오는가 하면 언니 애인을 가로챈 여자와 스타킹에 구멍이 나도록 싸운다. 나영이라는 캐릭터는 에너지 그 자체다. 김민선에 의하면 ‘싸움닭’인 나영은 응어리를 풀어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한강수타령>은 생선 장사를 하며 두 명의 친딸과, 두 명의 조카를 자식같이 키워온 억척스럽고 따뜻한 어머니와 자식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김민선은 “계실 때는 왜 많이 표현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응석받이 둘째 날 나영을 통해 돌아가신 어머니께 못한 말을 연기로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나 KBS <학교>등에서 고등학생 연기를 하던 김민선은 이제 더 이상 청춘스타가 아니다. 어떻게 연기를 해야 연기자 본인과 보는 이들이 즐거워할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묻어나오듯. 역할에 몰입돼 “나를 잃는 게 두렵다”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 흠뻑 젖어 사는 배우. 그리고 그의 몰입은 보는 이들에게 흡입력을 갖게 한다. <한강수타령>의 나영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낌없는 칭찬 또한 이의 반영일 것. 일단은 그의 바람처럼 <한강수타령>을 즐기자. 그리고 또 다른 김민선의 모습으로 찾아올 그를 기대해보자.



[2004.11.5 (금) 리뷰스타 장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