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궁S’(극본 이재순 연출 황인뢰)가 시청자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전작 ‘궁’과 차별성이 없을 정도로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스토리다.

중국집 배달원 이후(세븐)가 황족임이 밝혀지며 입궁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며 이준(강두)과 경합을 통해 황태제가 된다는 뻔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산만해 시청자를 몰입시키는데 실패했다.

거기에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오히려 신인의 참신성을 돋보이게 만들어낸 ‘궁’과 달리 ‘궁S’는 주인공 4명의 신인 이미지를 살리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지적됐다.

캐스팅만으로 볼때 이 드라마는 주연배우들의 분위기와 이미지가 스토리에 묻혀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고교 3년생인 박신혜(세령)가 4명의 주인공중에서는 ‘연기 베테랑’일 정도라면, 애당초 뛰어난 연기력보다는 기성 색깔이 잡혀있지 않는 무색의 이미지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4명에게는 ‘궁S’가 즐겁게 노는 흥겨운 자리가 아니라, 연기력을 심판받는 혹독한 무대가 되버렸다.(‘궁’에서 윤은혜는 심각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아니라, 장난도 치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울기도 하면서 노는 자리로 비춰지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연기를 처음 해보는 세븐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본인에게는 억울한 면이 있다. 오히려 세븐은 처음에는 연기가 어설펐지만 갈수록 신인치고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지막회에서는 인상적인 연기를 남기기도 했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별 생각 없이 살아온 이후가 입궁해서 한동안 ‘어리버리형’으로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의 비밀’을 캐기위해 사랑도 끊고 완전히 ‘심각’ 모드로 전환하는 모습은 세븐에게는 어울리지도 안거니와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도 어려웠다.

이후 후가 어머니의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려면 황태제가 되야 한다는 신념아래 오로지 ‘황제 배틀’에만 매달리는 것도 세븐의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설정이라고 본다. 허이재나 강두, 박신혜 등 다른 주인공들도 연기력이 좋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경력에 비해 연기를 못한 것도 아니다.

멜로는 시청자의 감정선과 함께 따라가야 하는데 러브스토리가 없다가, 갑자기 급전개되는 ‘대략난감’ 상황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궁’에서 ‘두번째 달’의 ‘얼음 연못’이 조금만 흘러나와도 벌써 마음이 찡해지는 건 시청자가 캐릭터들의 감정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감정이 생기지 않으니 ‘두번째 달’의 현악기 연주도 무용지물이 되버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준의 출생의 비밀, 아니 그보다 더한 메가톤급 장치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아내지 못한다. 권력에 집착하는 효장대공 이겸 역을 맡은 ‘다크호진’ 천호진은 매력적인 결핍의 캐릭터인데다 연기력 또한 뛰어나 카리스마를 보여줬지만 극 전체가 살지못해 결국 묻히고 말았다.

‘궁S’는 방영전부터 제작사간의 제호 사용 등 저작권에 관련된 분쟁에 휘말려 시즌제 드라마를 표방할 수 없었다.(이후 그룹에이트와 에이트픽스가 공동제작에 합의했지만 이미 시청률이 떨어진 상태였다.) 스토리 라인과 캐스팅도 ‘궁’과 전혀 다른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일부 수정됐다. 하지만 두껑을 열어보니 시즌제 드라마와 다름 없었다.

그런 점에서 ‘궁S’는 시즌제 드라마가 가야 할 길을 보여준 셈이다. 전작의 흥행만을 믿어서는 안되며, 시즌제를 위해선 드라마 제작초기부터 탄탄한 기획력이 뒷받침된 스토리 전개와 배우 캐스팅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헤럴드 생생뉴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