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기분이 묘해요. 어렸을 때 출연한 뮤직비디오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을 봐와서인지 친숙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박신혜 : 예. 다른 분들도 그런 말씀 많이 하세요. 처음에 연기했을 때부터 보신 분들이 많아서, 절 만나면 언제 이만큼 컸냐고 그러시고.

: 그래서 경력을 일찍 쌓았어요. 고등학생인데 벌써 미니시리즈 주연을 계속하는데.
박신혜 : 사실 이번에는 겁도 났어요. 감독님은 처음에 연기를 잘 하겠지 하고 걱정을 안했는데 이거 뭐야~ 이러셨다고 하고(웃음). 절 선택하시는 감독님들이 저한테 어떤 기대치가 있는 거 같아서 솔직히 부담은 되죠. 제가 하는 역할들이 나이는 아직 어린데 사랑 연기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나는 가슴 아프게 사랑한적도 없고, 남자친구가 생겨도 손잡고 노는 게 좋은 건데. 그래도 부담감이 있어도 시도도 안하는 것보다는 부딪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이번 캐스팅에서도 말이 많았지만, 후회하게 해줄테다! (웃음) 이러면서 부딪치고 있어요.

“단순해지고 싶은데, 단순하게 안돼요”

  : <궁S>에서도 나이는 제일 어린데 이미지 때문인지 가장 철들어(?) 보여요 (웃음). 계속 나이보다 성숙한 캐릭터를 하는데, 어렵진 않아요?
박신혜 :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신세령을 연기하면서 단순해지고 싶은데, 단순하게 안돼요. 단순해지려고 하면 어색하게 되고, 생각을 많이 하면 너무 복잡해지고.

: 왜 생각이 많아지죠?
박신혜 : 캐릭터가 복잡하거든요. 처음엔 도도하고 당당하고 그래서 세긴 세구나 했었는데. 연기 하면 할수록 어린데 세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싶어요. 아이들도 나름대로 각자 아픔이 있는데, 신세령은 그 아픔 때문에 황후가 되고 싶어하는 거 같거든요. 커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에게 황후가 돼서 인정받고 싶은 거 같아요. 그런 생각하니까 복잡해져요.

: <궁S>에서 다들 발랄한데 혼자 진지해야 하잖아요. 어색하진 않아요?
박신혜 : 처음엔 나 혼자 너무 정극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게 더 묘미인거 같아요. 다들 풀어져 있을 때 혼자 정자세로 있으면 튀잖아요! 자뻑인가? (웃음)

: <천국의 나무>나 <베스트 극장>의 ‘어느 멋진날’에서도 나이를 앞서가는 역할이었어요. 10대의 입장에서 그런 연기를 해야한다는 기분이 어때요?
박신혜 : 진짜 <천국의 계단> 때는 중2때 고1하고 또 고1때는 대학생 했었고. 그래서 작품 들어가면 처음에는 갈팡질팡 하다가 감을 잡아가죠. 억지로 성숙하게 보여주는 것 보다는 내 성격을 죽여요.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고, 표현할 걸 안하고.

: 남들에게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사람 같은 애라는 시선을 받는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박신혜 : 좋아요. 내가 이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줬구나 싶으니까.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이미지를 가지게 됐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회사에서도 그런 쪽으로 밀어붙이긴 하더라구요(웃음) 청순한쪽으로. 그래서 일부러 방송에 나가면 진짜 많이 까불어요. 그러면 매니저 오빠들이 인터뷰할 때 컨셉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펄쩍 뛰면 드라마에서 그렇게 했는데 여기까지 뭘 그러냐고 그러고 (웃음) 대신 그런 건 있어요. 얘는 나이보다 철들었으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그런 거. 그런데 그게 그냥 해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는 통통 튀려고 평소에도 건들건들 다니기도 했었는데, 사람들은 그냥 아, 이것도 되네? 이러니까요.

“제 뮤직비디오 보면서 제가 커가는 모습을 봐요”

: 그래선지 드라마 바깥에서는 활달한 모습이 많이 보여요. 프로야구 시구 할 때는 ‘랜디 신혜’(메이저리그 유명 투수 랜디 존슨을 빗댄 별명)라는 얘기도 들었죠? 야구 팬들이 저건 ‘서클체인지업이다!’(변화구 구질의 일종)하며 열광하던데 (웃음)
박신혜 : 하하하. 그거 하려고 매니저 오빠하고 연습장 가서 연습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그날 되니까 마운드에 서면 보통 여자분들은 마운드에서 포수까지 공을 못 던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앞에서 세게 높이 던졌는데, 생각보다 짧아서 (웃음)공이 안떨어지고 위로 가더라구요. 하하.

: 그런 활달한 모습은 뮤직비디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거 같기도 해요. 뮤직비디오에서는 성숙함보다는 소녀의 느낌이 묻어나던데.
박신혜 : 맞아요! ‘사랑하나요’ 뮤직비디오 보셨어요? 그거 찍을 때가 회사 들어가서 6, 7개월 때였는데 그 땐 정말 얼굴이, 볼이 터지려고 했었어요. 연기도 감독님이 그냥 혼자 사진찍으면서 놀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하고. 그러다가 ‘꽃’에서는 장재혁 감독님을 만나서 설명을 들으면서 연기를 조금 배웠고, 포춘쿠키 뮤직비디오 찍을 때는 무표정한 반항아였구요. ‘물어본다’에서는 나의 꿈을 찾아가는 소녀로 나오고. 저도 요즘 제 뮤직비디오 보면 제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거 같아요. 그래서 공장장님(이승환) 뮤직비디오를 보고 절 알게 된 분들은 인터넷에 글을 써도 ‘드팩에서 놀러온 이모’ 이런 식으로 글을 써요.

: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처음에는 이승환씨가 ‘드림팩토리의 보아’를 만들고 싶어서 가수를 시키려고도 했었다는데.
박신혜 : 뭐라고 해야하나... 저는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뭘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정말 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게 제가 뭐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주변 분들이 다 도와주셔서 그렇거든요. 제가 이 작품 너무 너무 욕심난다고 하면 오빠들이 뒤에서 힘써서 (웃음) 할 수 있게 해주고. <궁S>도 황인뢰 감독님하고 중학교 3학년 때 드라마 <비천무> 찍을 때 중국에서 한 30분 ?었는데 잠깐 와보라고 하시더니 “신혜야 아역 이미지 벗자”이러면서 캐스팅해주셨고. 드림팩토리에 들어온 것도 그랬어요. 애기 때부터 봐온 공부방 선생님이 공장장님 뮤직비디오 오디션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 한 번 해보기라도 하자고 하셔서 해봤는데 신기하게 2차 되고 3차 되고 해서 소속이 된 거에요. 그리고 그 때부터 드림팩토리에서 공장장님이 가수를 해보라고 하면서 춤하고 노래를 가르쳤어요. 처음에는 보아씨같은 스타일을 하자고 하시다가 공장장님 음악취향 따라서 클래지콰이 호란씨같은 보컬로 해보자고도 했었구요. 아마 이장수 감독님께 캐스팅 안됐으면 가수가 됐을지도 모르죠.

“복도에서 뛰고, 배고프면 매점가고, 수업시간에 졸다가 혼나고. 뭐 다를게 있겠어요?”

: 연예계에 들어오면서 어른들과 함께 지내면서 성장했는데요. 그렇게 어른들과 함께 일하는 건 어때요?
박신혜 : 보통 연예계를 냉정한 곳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느낌은 크게 못 받았어요. 그게 왜 그런가 싶었는데 저는 울타리 안에만 있었던 거 같아요. 온실 속 화초라고 해야하나? 공장장님도 어떻게 하면 소속된 어린 연예인들 한테 상처를 안 받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시고, 그래서 입는 거 먹는 거 놀러가는 거 다 애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맞춰주세요.

: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큰 굴곡 없는 활동을 했어요. 다른 연예인이라면 유명세를 탔을 때 굉장히 활동을 많이 할 수도 있었을텐데.
박신혜 : 진짜 그런 말은 많이 들었어요. 어떤 분은 왜 너가 <천국의 나무>도 주연하고 그랬는데 왜 세븐하고 주연 안하냐는 말씀도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뭐 어때요. 다 디딤돌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왜 주인공이 아냐? 그럴 필요는 없더라구요. 앞으로도 할 게 너무 많은데, 벌써 욕심만 내면 그 때 돼서 바닥나 버리잖아요. 나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그냥 꾸준하게 서서히 올라가자고 해요. 잠깐 하고 말 일이 아니니까. 처음에는 빨리 인기도 올라가고 싶어서 고민도 하고 힘들기도 했는데. 뭐, 디딤돌이니까요.

: 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요? 학교와 연기를 계속 병행하며 자랐는데.
박신혜 : 복도에서 뛰어다니고, 배고프면 매점가고, 수업시간에 졸다가 혼나고. 뭐 다를게 있겠어요.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진짜 친한 친구들이 아니면 저한테 재수없다, 지까짓게 연예인이라고 이런 얘기 하는 애들도 있구요. 촬영을 하다보니까 보니까 진도를 못나가서 애들하고도 서먹하고, 나 때문에 반평균도 깎아먹고. 친구들 공부하는데 들락날락 거리니까 미안하기도 해요. 그런게 왠지 미묘하죠.

: 공부보다 더 공부처럼 연기를 해 온 건데, 신혜양에게 연기는 어떻게 느껴지나요?
박신혜 : 찰흙같아요. 아무 모양이 없는데 어떤 모양을 만들려면 깎기도 하고 다듬기도 해야하잖아요. 저도 내 역할을 위해서 깎을 거 깎고, 다듬을 거 다듬어야 해요. <천국의 나무>에서는 둥글게, <궁S>는 뾰족하게. 활발할 때는 여기 튀어나오고 저기 튀어나오고. 그러다가 저로 돌아오면 다 뭉쳐 놔야죠. 헤헤.

“맨날 울 수는 없잖아요. 연기하려면 눈물도 아껴야 하는데”

: 그냥 얘기할 때하고 일 얘기할 때 표정이나 목소리가 조금씩 달라지네요. 일 얘기할 때는 표정이 좀더 정색하는 것 같아요.
박신혜 : 맞아요. 일할 때는 생각이 많아지고, 사생활 얘기할 때는 저도 모르게 더 재밌게 되나봐요. 일은 남한테 다 보여주는 거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고, 사생활을 드러낼 때는 지금 내 나이로 막~ (손 발을 휘저으며) 이러고. 옛날엔 답답한 일 있으면 막 울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미니홈피에서 글 쓰는 걸로 풀어요. 맨날 울 수는 없잖아요. 연기하려면 눈물도 아껴야 하는데. 사실 내가 봐도 나는 속이 깊지는 않은 거 같아요. 일할 때만 철들었어요. (웃음) 평소에는 눈치코치 진짜 없다가 일에서만 눈치 있고, NG내면 감독님께 애교도 부리고. 평소에는 안 그래요. 평소에는 이기적일 정도로 내가 아니면 아닌 거니까.

: 그렇게 일로 접하는 연예계는 어떤 곳인 거 같아요?
박신혜 : 좀 무서워요. 나는 이렇게 하면 잘 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내가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이 도우면 잘 되겠지 했었어요. 그러다가 정말 한 번 어떤 일을 경험한 게 있었는데, 그 때 정말 냉정하구나,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 때 힘들긴 했는데, 시련이 있으면 그걸 겪어내는 노하우도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힘들 때 밖으로 표현못하면 뭐, 어디 나가서 소리라도 지르면 돼요.

: 이제 몇 년 후면 20대가 될텐데, 앞으로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요?
박신혜 : 어른이 되면... 일단 지금보다 철 좀 들고요 (웃음) 아직은 어른들의 세계를 모르는 게 많잖아요. 하지만 상처를 더 받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은 그대로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행동은 나이 먹으면서 달라지겠지만 내가 지금 지키고 있는 것들은 계속 지키는 거. 어린아이지만 독하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