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첫 만남이지만 눈이 먼저 인사를 한다. 맑은 웃음이 가을을 까맣게 잊게 하고 밝은 웃음소리가 11월의 찬바람을 날려준다.  

차현정(23). 2007년 1월 방송될 MBC드라마 '궁S'를 통해 정식으로 안방극장을 접수할 무서운 신예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호위무사 민시연 역. 효장대공 이겸의 참모이자 보디가드로 명석한 두뇌와 카리스마에 뛰어난 무술실력을 지닌 여인이다.  

"효장대공 이겸에겐 아들이 있어요. 이준(강두)인데, 이 분을 보호하는 호위무사죠."  

이준은 자신이 황실의 후손임을 모르고 살던 중국집 배달부 이후(세븐)의 등장으로 황위 계승 서열 1위에서 밀려나고 이겸은 자신의 아들을 황제의 자리에 앉히기 위한 계략을 짠다. 차현정은 이 같은 상황에서 호위무사이면서 동시에 빠른 정보력과 두뇌회전으로 이겸의 계략을 적극 지원하는 참모로서 활약한다.  

차현정은 학창시절 체조선수로 활동하면서 찍은 레모나 CF가 계기가 돼 연예계로 발을 들이게 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신체적 아픔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바로 고3때 리듬 체조를 하다 허벅지 근육을 심하게 다쳐 선수생활을 접어야만 했던 것.  

"학창시절 발레와 리듬체조를 했어요. 다친 이후 영화과에 진학했지만 당시 선택에 대해 지금까지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지금은 시간도 많이 흘렀고 간간이 무용이나 운동을 해 와서 일상생활에는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당시에는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했었죠."  

이후 차현정은 캐이블 채널 M.net '와이드 연예뉴스'를 거친 뒤 각종 CF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그녀는 'SK 텔레콤' LG텔레콤' '산업은행' '팬틴' '금호생명' '롯데리아' '보석바' 등 수많은 CF를 통해 종횡무진 광고계를 누비고 다녔다.  

주로 CF에서는 밝은 표정만을 선보였던 터라 진중한 캐릭터인 호위무사를 하는 부담은 없을까. " 이번 호위무사는 냉철한 이미지에 무뚝뚝한 역이에요. 무술연습 할 때 선생님께서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세요. 절대 웃지도 못하죠. 어떻게 보면 걱정이 앞서요. 무표정한 모습에 팬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하지만 저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잖아요. 저를 더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노력하면 이점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이완 이청아 전진 주연의 SBS '해변으로 가요'에서 구조대원 역으로 정극에 발을 들인 후 '별난여자 별난남자'에서는 종칠(김아중)의 친구 역으로도 안방극장에 얼굴을 알린 바 있다. 에릭 한지민 주연의 '늑대'에서는 극중 엄태웅의 백화점 홍보모델로 등장했지만 드라마 제작이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늑대'이후 공백기가 있어서 많이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해요. 또 다른 배우들보다 이번 작품에 캐스팅이 늦게 되어서 준비기간이 짧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또 일찍부터 한 발레와 리듬체조가 액션 연기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발차기는 너무 쉽죠.(웃음)"  

연기 초년생 차현정. 누구 같은 배우가 되고 싶냐는 헐거운 질문을 던지자 단단한 대답이 들려온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기 보다는 처음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단지 이번 작품 속 캐릭터는 '모래시계'에서 이정재 같은 보디가드가 될 것 같아요. 고현정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던…. 모든 선배 연기자들이 제겐 선생님과 같은 존재죠. 뭘 하든지 게으름피우지 않고 성실히 하다보면 저만의 무언가가 보일 것 같아요. 그 때가 되면 자신 있게 말씀드릴게요."(웃음)  

무용을 무술에 응용시켜 전 세계에 동양적 무협액션의 미(美)를 알린 장쯔이처럼, 그녀 역시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담아낼 것을 조용히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