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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황인뢰 PD 쓴소리 “늙다리 연출자로 찍혀, 연출 기회 못잡은 적도…”

“늙다리 연출자로 찍혀 연출 기회를 못잡았었죠.”

황인뢰 PD가 지난 10일 오후 5시30분 서울 건국대 영화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진 특강에서 이 같은 말로 ‘궁’ 연출 전 겪었던 연출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1977년 MBC에 입사한 이후 연출자 생활만 꼬박 29년째인 황PD. ‘그 여자’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주옥 같은 드라마를 제작했으며, ‘한뼘 드라마’ 등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 포맷을 만들어내 극찬을 받기도 했던 그에게서 나온 의외의 고백이다.

황인뢰 PD는 “IMF 이후 방송사 광고가 60%대로 떨어져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며 “방송사들이 시청률에 더욱 의존하게 됐고, 이를 거스르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인식돼버렸다”고 현 시청률 위주가 돼버린 방송계에 대한 ‘쓴소리’를 내놓았다.

이로 인해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PD들은 연출 기회 조차 박탈된 상황이 돼버렸고, 정작 황인뢰 PD 조차 드라마 ‘궁’이 히트하기 전에는 ‘늙다리 연출자’로 치부된채 연출의 열망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었다는 자조섞인 설명인 셈이다.

황 PD는 “2회짜리(월화 또는 수목) 미니시리즈가 방송사를 휩쓸게 되면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너무 천편일률적이 되버렸다는 것. 다양하지 않게 되버렸다는 점이 문제”라고 국내 드라마 현황을 꼬집은 후 “단막극 등 다양한 포맷의 드라마가 사라졌고, 그런 것에서 오는 병폐가 심각하다”고 지탄했다.

우리나라도 아시아에서 한때 한류열풍을 모색했지만, 현재 비슷한 컨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져가고 있는 상황. 지금 우리나라 드라마의 현실이 마치 전세계를 사로잡았지만, 지금은 유명무실 해져버린 홍콩 영화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걱정스러움을 내비친 셈이다.

황 PD는 “홍콩 영화는 현재 비슷비슷한 포맷과 서로 베끼기를 거듭하던 끝에 결국 몰락의 지경에 이르렀다”며 “우리나라도 비슷해질 우려가 있다. 새로운 포맷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할 때”라고 국내 드라마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는 것에 걱정과 우려보다는 박수를 먼저 보내야 된다”는 황 PD. 앞으로 할아버지가 돼서도 작품으로 시청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일성이 빛이 났다.

뉴스엔 이현 기자(tanaka@newsen.com)




2006.10.12 (13: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