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는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궁’의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이 아니면 거절하는게 나의 작품 선정 원칙이다”면서 “국내에는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곁가지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기 때문에 조연을 할 경우 내가 왜 출연했는지를 모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2년간 책을 쓰느라 바쁜 세월을 보내고 지난해 가을 김수현 작가의 특집극 ‘홍소장의 가을’외에는 출연할만한 작품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김혜자는 “배우 황정민이 연말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배우는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했지만 맛있게 차려놓지 못한 밥을 먹어야 하는 배우는 속에서 얼마나 화가 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혜자가 ‘궁’에서 주연이 아님에도 출연을 결정한 것은 황인뢰PD에 대한 신뢰때문이다. 황인뢰PD와는 MBC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연기자와 연출자로 호흡을 맞추면서 주역이 아니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신뢰감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조연이지만 꼭 필요한 캐릭터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신뢰였다.

김혜자는 “젊은 아이들이 채널을 쥐고 있는데 내가 처음부터 나가도 되는지를 황PD에게 물어봤다”면서 “황PD는 오히려 보고싶어하는 시청자도 많다고 해 일부러 심각한 연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혜자는 황태자인 주인공 신이(주지훈)의 할머니로, 왕실의 위엄과 고뇌를 아울러 표현하야 하고 사고뭉치 손자 며느리 채경(윤은혜)과 신구의 유쾌한 조화를 보여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