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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젊은 배역과 나이 든 배역의 차이

 

고현정(35)이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청순하고 우아했던 원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 과거의 우아하고 새침한 이미지는 어느 정도 희석됐지만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시청자들은 고현정의 이미지 변신에 적응이 안될 정도다.

MBC 수목극 ‘여우야 뭐하니’에서 성인 잡지기자 병희를 맡은 그녀는 거친 대사에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아직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성(性) 관련 대사와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오히려 ‘솔직하게 접근하는 여성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10년 만의 복귀작인 SBS ‘봄날’이 방영된 지난해 초와는 너무 다른 이미지다. 당시 고현정은 복귀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내면의 상처로 가득한 인물들의 소통과 치유의 가능성에 주목한 ‘봄날’이 출발과는 다르게 지지부진한 상태로 막을 내리자 고현정에 대한 비판도 고개를 들었다.

고현정은 연기를 잘하고도 배역 때문에 본의 아니게 ‘비호감’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는 대중이 짐작하는 그녀의 이미지와 배역 간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현정 아줌마 연기는 가식이 심하다’ ‘30대 중반 아줌씨가 긴생머리 풀어헤치며, 일부러 눈 동그랗게 뜨고, 순진한 척 미소짓는 건 부담스럽다’ ‘세상을 알 만큼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듯한 연기’ ‘30대 중반 아줌마가 어린 남자애들과 연애놀음…’ 등 당시 네티즌들의 과격한(?) 지적들은 고현정이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은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나온 ‘악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33세의 털털녀다. 거울 앞에서 섹시한 과장 연기를 펼치고 친구 남동생의 엉덩이를 실감나게 때린다. 그러나 그 나이 먹도록 성경험이 전무하다.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어떻게 자세를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그런 여자가 우리 사회에 많다. 성에 무지한 성인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팬터지 사랑을 꿈꾸는 ‘꺼벙이 노처녀’ 고현정의 연기는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그녀의 연기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만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해준다.

‘여우야~’는 고현정의 비중이 매우 높은 드라마다. 극을 혼자 끌고가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그녀의 연기가 1~2회에서는 다소 부산한 면이 있었다. 들떠있는 연기는 초반에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위한 제작진의 전략과 물려있다.

하지만 “자궁암이면 어떡해. 아기도 못낳아보고 빈궁마마 되기 싫어” “23살이었는데 낮잠만 잔건데 깨어보니 33살이 됐어. 칠칠맞게 어디다 세월을 흘리고 다녔는지 몰라” 등의 대사 처리는 물론이고 술주정을 하는 모습 등 고병희라는 배역을 고현정만큼 자연스럽고 소화할 수 있는 배우도 드물다.

고현정은 대중스타의 평가무대라 할 수 있는 CF시장에서 여전히 강세다. 성숙하고 당당한 ‘돌아온 싱글녀’로 희소성마저 지녔다. 그러니 고현정은 구태여 젊은 배역을 맡을 필요가 없다. 어려지는 순간 ‘가식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을지도 모른다. 고현정은 ‘여우야~’에서 아무리 야해지고 망가지는 연기를 펼치더라도 완숙미라는 그녀의 이미지는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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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5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