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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뭐하니’ 마음껏 야해져라

‘여우야 뭐하니’는 마음껏 야해져야 한다. 이왕 ‘노처녀의 성’을 소재로 삼았다면 ‘제대로’ 묘사해내야 한다. 일부에서는 ‘가족과 함께 보기에 민망했다’ ‘꼭 필요한 장면은 아니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이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중 잣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그동안 제기돼왔던 한국 드라마의 위기론은 대부분 소재 빈곤에서 비롯됐다. 한국 드라마는 배경과 직업에 관계없이 결국 첫사랑, 불치병, 재벌, 출생의 비밀로 귀결되는 구조를 지녔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염증을 느꼈고 ‘한국드라마는 왜 미국드라마와 달리 직업에 대한 상세한 묘사도, 성인 남녀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도 없냐’고 비판해왔다.

이 와중에 등장한 ‘여우야 뭐하니’는 분명 이들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부응했다. ‘여우야 뭐하니’는 첫회부터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주인공 고병희(고현정)가 성인잡지의 ‘3류 기자’로서 쏟아내는 대사들은 그야말로 ‘수위’를 넘나들고 있으며, 처음 가 본 산부인과에서 당황하는 모습이나 박철수(천정명)의 엉덩이를 두들겼다가 오히려 성추행(?)을 당하는 상황은 확실히 한국 드라마의 새 장을 연 것이나 다름 없다. 처녀의 몸으로 자궁암에 걸려 일찍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자를 유혹하는 설정도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가능해 보이던 것이다. 김도우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1년 전 ‘내 이름은 김삼순’때 제기됐던 ‘그래봤자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비난을 이번에는 피해갈 듯 하다.

한편으로는 ‘섹스앤더시티’처럼 솔직·화끈한 드라마를 원하면서도, 그 작품을 꼭 가족과 함께 봐야 한다는 이중 잣대를 가진 한국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가 어떤 의미를 지닐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하겠다. 성을 다루는 게 꼭 필요했는지 아닌지는 드라마가 완성되고 나면 판가름 날 것이다. 앞으로의 완성도에 따라 ‘여우야 뭐하니’는 한국 드라마의 소재를 확장시킨 ‘진일보’한 작품일 수도, 시청률을 의식해 ‘민망’한 에피소드만 나열한 작품일 수도 있다.

일단 여성과 자궁 문제를 세심하게 그려낸 방송 첫회는 성공이다. 고현정의 연기 변신도 만점 수준이다. 다만 짝사랑의 상대가 게이였다는 설정은 오히려 ‘진부’해 아쉬웠다. 앞으로 이 드라마가 ‘PD수첩’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었던 ‘한국여성의 성담론’을 밝고 명랑한 양지로 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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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2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