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PD들이 느끼는 고민과 위기의식은 라디오PD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른 고민보다는 외주제작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많이 바뀐 것 자체를 매체환경의 변화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라디오 PD들의 고민이나 위기의식과는 일정하게 차이가 난다.
드라마PD, 더 정확히 말해 지상파 드라마PD의 고민은 내부제작 역량 약화에 있다. 이들은 드라마의 상당수가 외주제작으로 채워지고, 재능이 보인다 싶은 PD들은 모두들 외주제작사로 달려가는 현실에서 제작역량 약화를 막을 방도는 없다고 말한다. MBC 드라마국의 한 PD는 “많은 작가들은 이미 외주사와 계약이 돼 있고 유명한 작가들은 2중, 3중으로 계약이 돼있는 상황”이라면서 “방송사와 계약돼 있는 작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PD들은 이런 식의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작품의 ‘숙성시간’ 자체가 줄어들면서 제작여건 자체가 악화된다고 강조한다. 흥행이나 경제적인 효율성 극대화만 고려해서 드라마를 제작하다보니, 흥행코드가 시간이 갈수록 단순화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흥행코드의 단순화는 결국 드라마산업의 경쟁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KBS의 한 PD는 “방송사는 지상파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지만, 외주사는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챙기고, 간접광고(PPL)에 펀딩까지 한다”면서 “지상파와는 처음부터 동등하지 않은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드라마 PD들도 외부로 나가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드라마PD들은 이 같은 상황이 대세로 자리잡을 경우 방송사는 제작 기능은 포기하고 관리감독만 맡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MBC가 출연진(고현정)에 대한 ‘고액 출연료’라는 무리수를 감행하면서 자체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제작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타개를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게 방송계 안팎의 분석이다. 지상파 입장에서 외주제작사들이 작가와 PD에 이어 대형배우들마저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을 마냥 두고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MBC 드라마국의 한 간부는 “문제는 정책”이라면서 “외주사를 육성하기 위해 협찬을 허용해줬던 건데 실제로는 방송사들이 내부제작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방송사도 하나의 프로덕션으로 제작을 해야 하는데 이 같은 비대칭 규제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럴 경우 우리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은경·민임동기 기자 pensidr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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