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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짜>의 김윤석 | |
| ⓒ2006 조이씨네 |
그렇다. 배우 김윤석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사람 좋게 웃는 눈빛이 언제 무시무시한 아귀의 그것으로 돌변할지, 중저음의 매력적인 음성이 언제 <시실리 2km>나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경상도 사투리로 돌변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극단 연우무대와 학전 등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김윤석은 올 한해만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와 <있을 때 잘해>,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이하 <마돈나>)와 <타짜>, 그리고 연극 <가을날의 꿈>까지 종횡무진이란 수식어에 딱 들어맞는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성수대교랑 삼풍백화점 무너지고 수백 명이 죽어도 며칠 지나면 잊어버리는 불감증의 시대라 더 처절하다"라고 <타짜>를 설명하는 김윤석은 특수한 상황보다 "주변에 흔히 있는 일들을 더 연기하고 싶은" 생활 연기를 지향하는 팔색조의 연기자다.
다음은 김윤석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확실히 이번 작품으로 김윤석이란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것 같다. 또 <마돈나>에 연이어 악역인데 선택할 때는 어땠나?
"악역으로 이렇게 이름을 떨쳐야 되는 게, 참(웃음). <마돈나>를 먼저 봤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숙명적인 얘기라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혈연의 숙명적인 문제고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전반에 깔려 있으니까."
- 그렇다면 <타짜>의 아귀는 어땠나? 세상을 살면서 절대 마주치기 싫은 인간형이다.
"아귀는 가족관계가 전혀 없고 독고다이로 인생을 살아간다. 최동훈 감독이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데 이 사람은 어렸을 때 죽음도 봤을 거고 완전히 정글에서 살아남은 인간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아귀인 거다. 인정머리라고는 하나도 없고 복수도 필요 없고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로 한방에 정리해버린다. 속임수를 못 쓰게 손을 자르는 걸 즐기는 거지. 인간성은 전혀 없고(웃음). 갖고 싶은 건 무조건 가져야 되는, 내가 99% 손해를 보고 플러스가 1%밖에 안 된다고 해도 그 1%를 보고 취할 놈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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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짜>의 김윤석, 김혜수 |
| ⓒ2006 싸이더스FNH |
"만화는 사실 60년대를 배경으로 하니까 호흡이 여유롭지 않나. 90년대로 넘어오면서 거품경제의 극단에 달한 시대에 도박을 하니까 더 끔찍한 거다. 성수대교랑 삼풍백화점 무너지고 수백 명이 죽어도 며칠 지나면 잊어버리는 불감증의 시대라 더 처절하다. 사실 아귀가 안경을 벗은 건 손이 작살나는 광경을 보고 싶을 정도로 희열에 찬 거다."
- 원작은 언제 읽었나?
"원래 허영만 마니아다. <각시탈>부터 허영만 선생 것만 봤고. 특히 허영만 선생 그림은 예술이다. 만화에서는 아귀가 씩 웃고 전라도말 맛을 너무나 재미있게 살리는데 이걸 내가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내 생김을 봐서 짝귀일줄 알았다. 경상도 짝귀고 내가 경상도 사람이니까. 근데 아귀를 하라기에 처음에는 놀랐다. 최동훈 감독이 나에게서 뭔가를 읽었으니까 아귀를 줬을 거다. 또 쉽게 쉽게 결정할 사람도 아니니까 그럼 좋다 싶었다. 나도 아귀가 가진 잔혹성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최 감독이 잘 봤네, 그래 하겠다' 했지(웃음)."
- 대여섯 신 정도 나오지만 중요 배역들하고 거의 다 붙는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일단은 원작이 워낙에 유명해서 무조건 부담스러웠다. 또 주요 배역들과 한 컷씩 만나면서 결말로 치달리는 하이라이트에서 나오지 않나. 백윤식 선생 이하 모든 배우들이 잘 해온 걸 망치면 안 되니까. 결과가 좋다니까 다행이다(웃음)."
- 아귀도 그렇고 <타짜>의 인물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은 아니다.
"사실 인물들이 조금 특수하지만 그 매력은 자본주의, 그리고 결국 인간이라는 데 있다. 아귀의 마지막 대사는 '왜 밑장을 빼서 정마담한테 줬지?'다. 이 인간은 이해가 안가는 거다. 돈도 다 땄고 손 자르고 가면 끝나는 거잖나. 고니의 아귀였다는 것을 그때 깨달은 거다. 바로 평경장의 복수, 고광렬의 복수인데 거기서 지는 거다. '복수를 해?' '팔을 잘리면서 까지 복수를 한다?' 아귀는 그런 인간이 아니니까. 아무리 타짜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고니의 모습에 진 거다."
- 마지막 대결에서 그 아귀의 대사는 지옥에서 들리는 목소리처럼 강렬하더라.
"지옥이지 지옥. 불타오르고, 정마담이 소리 지르고. 근데 웬 악마 놈이 손이 묶여가지고 웅얼웅얼 거리는 거다. 정 마담 대사도 있잖나. "여기는 지옥이야 알아서 살아남아(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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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타짜>의 한 장면 |
| ⓒ2006 싸이더스FNH |
"당연히 끌렸다. 나랑 먼 얘기를 끄집어내서 하는 얘기도 재미있지만 내 주변에 흔히 있는 일들을 더 연기하고 싶다. 모든 비밀과 드라마는 거기서 나오니까. 내가 지금 딱 40대가 됐는데 내 아래 나이 배우들은 아직 힘든 역할이지 않나."
- 영화 중간에 동구가 들어왔을 때 아버지가 술에 취해 딱 버티고 있는 장면이 인상 깊다.
"딱 그거다, 보여주고 싶던 것이(웃음). 집안에 발소리만 들려도 모든 생물이 곤두서고 신경 쓰이는 존재, 숨소리도 듣기 싫은 존재, 어디서 술을 먹고 왔는지 훅훅 격한 숨소리 내고. 만약 <마돈나>가 그쪽으로 기울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3일 만에 내리고 해외영화제나 가야 됐겠지. 코믹함이 다 죽어버리니까. 안 그래도 아버지 때문에 코믹성이 죽는데(웃음)."
- <마돈나> 같은 영화를 관객들이 많이 봐줘야 하는데 말이다.
"영화 전문지들이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100만도 안 봤다. <지구를 지켜라> 같은 명작을 만든 장준환 감독이 지금 영화를 못 만들고 있다. 영화적 손실이다. 어떻게 돌아가는 나라인지. 무슨 영화를 찍으라는 거야? 힘든 세상이지만 올곧은 작가정신이 있어야 된다. 자본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 연기할 때 개인적인 경험을 많이 녹여 내는 스타일인가?
"직업이 연기자라 모든 것을 허투루 보지 않는다. 직업병이지. 저 사람의 이면에는 뭐가 있을지 유추를 하게 된다.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밑에 뭐가 있을까를 보게 된다. 결국엔 나를 알아달라는 소박한 거 밖에 없는데 그게 안 되니까 폭력으로 나오는 거다."
- 4년 만에 한 연극 <가을날의 꿈>은 어땠나? 국내 초연이라 더 힘들었겠다.
"힘들었다. 연극은 올인해야 되는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올인을 못해서 힘들었다. 만족이 있겠냐만 영화까지 하다 보니 놓친 게 많아서 아쉽다. 그래서 다음에 겹치기는 안 할 거다. 노르웨이 작품이었는데 정서가 특이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자식의 얘기라 우리랑 비슷하고. 외국 작품인데 영어 본은 오역이 너무 심하고 다르니까 그걸 수정하느라 한 달 반은 걸렸다. 미국 놈들은 이 정서를 찾아 낼 수도 없고 가볍다. 뭘 모르면서 해석을 그렇게 해 놓으니까. 초연이라 이다음에 하는 분들은 더 편할 거다(웃음)."
- 얘기를 듣다 보면 '386 세대'라는 자의식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또 그 세대를 정치를 떠나서 자기 활동영역에서 정리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 같고.
"우리끼리 자화자찬일지 모르지만 우리 386들은 소중한 존재다.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감수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동구 아버지가 딱 그렇다. 기성세대의 마지막 세대지만 지금 세대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사람도 있지 않나. 신입사원과 잘 지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왠지 권위적이면서 그런 인물도 있고. 끼인 세대지만 아우라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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