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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류 "일본 풍은 물렀거라" 2005-05-16

홍콩에서 '대장금 열풍'에 힘입어 한류(韓流)가 일본 바람(日本風)에 완승을 거두었다. TV방송국이 최근 예고편까지 방영했던 일본 드라마를 취소하고 한국에서 5년 전 히트한 MBC드라마 '허준'을 방영키로 했다. 중국.홍콩의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류는 중화권에 더욱 확산될 기세다.

◆ '오오쿠' 누른 '허준'

홍콩의 지상파 TV 중 하나인 TVB는 당초 일본의 역사 드라마 오오쿠(大奧)를 대장금의 후속 작품으로 방영할 계획이었다. 대장금을 방영하는 중간 광고 때 예고 화면까지 내보냈다.

하지만 TVB는 돌연 오오쿠를 허준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천즈윈(陳至雲) 총경리(사장)가 직접 이를 발표했다. 그는 "내부 회의를 거쳐 오오쿠 대신 한국에서 2000년 방영했던 '의도(醫道.허준의 홍콩 제목)'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대장금의 지난달 시청률은 44%. 저녁 시간엔 거리에 인적이 뜸할만큼 공전의 인기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달 말 대장금 방영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푸념할 정도다.
오오쿠는 홍콩에서 인기 있는 일본 여배우 세토 아사카(瀨戶朝香)가 주연한 작품.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최고 권력자였던 쇼군(將軍)의 처첩 간에 벌어지는 애증과 배신을 그렸다. 일본판 '여인천하'다. 일본에선 높은 편인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홍콩의 TV들은 그동안 한국.일본.대만.중국 드라마를 번갈아 방영했다. 전통적으로 일본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한국 쪽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TVB의 경쟁 상대인 ATV는 현재 '결혼의 법칙''불새''가을동화(재방영)' 등을 틀고 있다. TVB는 대장금과 함께 '풀 하우스'를 방영한다. TV 채널을 돌리면 낯 익은 한국 탤런트들이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TVB측은 의녀(醫女) 스토리를 '허준 신화'로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허준이 대장금보다 50년 뒤에 활약해 시대적으로도 연결된다. 한국에서 64부작이었으나 70부작으로 재편집해 방영 기간을 늘린다.

홍콩 언론들은 "의도까지 방영되면 한류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중국.홍콩의 반일감정 때문에 방영 계획을 바꾼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방송국에는 "일본 드라마를 틀어선 안 된다"는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천 총경리는 "이번 결정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 확산되는 한국 문화

한국 드라마가 득세하면서 한국 음식.의상에 헤어스타일까지 유행하고 있다. 서라벌.이화원.금라보 등 한국 식당은 현지인 손님들로 북적인다. '대장금 요리'를 선보인 서라벌의 신홍우 사장은 "대장금 방영 전보다 손님이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홍콩 신문.잡지들은 이영애가 한복을 입은 대형 사진을 앞다퉈 무료 배포하고 있다. 그 덕택에 천후이린(陳慧林) 등 유명 연예인들은 한국 관련 행사에 한복 차림으로 나타난다. 홍콩인이 운영하는 한복 가게도 생겼다.

일부 수퍼마켓에선 '대장금 쌀'을 팔고 있다. 한국산 유기농 쌀이 홍콩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일본산과 맞먹는 가격으로 진열돼 있다. 여행사 역시 겨울철에 집중됐던 '한국 스키관광 상품'을 '대장금 상품'으로 바꿨다.

[중앙일보 홍콩 이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