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세요? 참으로 오랜만에 한달도 넘은 공백을 넘기고 드라마를 아주 끝내고 늦게 인사 올리는 저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바랍니다. 드라마 막바지에 너무도 다급한 스케쥴 때문에 도저히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느 면에서는 저의 게으름 탓도 있고 어깨가 낫지 않아 자판 두드리는 게 힘들어 적당히 뒤로 미룬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드라마 “대장금”은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들의 한없는 애정과 성원 속에 7개월 동안 성공리에 방송되었고 지난 화요일 54부를 끝으로 종방을 했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드라마 초반에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아 이 땅의 연출자들이 모두 겪어야 하는 시청률에 대한 부담을 일찌감치 털어버리고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된 점 저에게는 참으로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대장금”을 연출하면서 세 번의 큰 고비를 겪었습니다 첫 번째는 아역 조정은양이 활약했던 1부 -5부를 끝내고 성인으로 바뀌는 시기였습니다 조정은 양의 깜찍한 연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수라간 생각시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려 낮선 성인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가야 할지 처음에 난감했습니다 다행이 이영애를 비롯한 모든 연기자들이 혼신의 열연을 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두 번째는 장금의 영원한 스승이자 어머니 역활이었던 한상궁의 죽음이었습니다 이때도 장덕이라는 새로운 스승과 후원자였던 구만의 등장 그리고 열이 신비 등 의녀들과 신익필 등 심지가 굳은 장금의 새로운 스승들 덕분에 시청자들의 관심은 계속되었습니다 끝으로 48부로 장금을 괴롭혔던 최상궁과 오겸호 일파들의 처절한 몰락 이후 였습니다 대거 11명이라는 많은 장금의 적들이 한꺼번에 물러나자 궁궐은 참으로 적막강산이 되었고 모든 인물들은 장금의 수호천사였으니 적도 없이 어찌 드라마의 갈등을 만들 수 있었겠습니까? 그 고비마다 저와 작가 김영현씨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작가의 천재적 발상에 힘입어 마침내 위기는 돌파되고 그 후부터는 그야말로 순탄 항해 일변도였습니다 드라마“대장금”을 제작하면서 육체적으로는 비록 고달팠지만 정신적으로 저는 참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게시판을 찾을 때마다 온갖 찬사와 격려로 뒤덮힌 네티즌들의 의견 속에서 저는 단지 "고맙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감사의 인사 글만 올리면 되는 것 이었습니다 일주일에 70분짜리 두 편을 제작하면서 졸속제작이 안될 수 없는데 어찌 하자가 한두 개뿐 이었겠습니까마는 넓은 아량과 애정으로 단점까지도 사랑해주신 네티즌 여러분들의 지극한 사랑을 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제작진은 정교하고 훌륭한 드라마제작에 더욱 더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때로는 고증문제로 약간씩 속상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건 대체로 신문에 게제된 “대장금”의 비판기사였으니... 어느 신문은 - 장금(長今)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임금의 수발의녀에 불과한 것이고 대장금의 호칭도 조선시대에 흔하디 흔한 장금이란 이름을 구분하기위해 키가 큰 여자를 “대장금”이라고 불렀을 뿐인데 드라마에서 대장금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 또다른 신문은 -"대장금의 진실과 거짖”이라는 칼럼에서 픽션투성이의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왜 하필 못되고 음험한 중종시대를 그려 중종임금을 미화시키느냐? 장금이 꼭 중종시대의 의녀일 필요가 있느냐? 좀더 성군시대의 인물로 그리는 게 낫질 않았느냐? 등등의 엉뚱한 비판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장금을 검색해보면 중종시대의 장금과 선조시대의 70노파 창기인 장금 딱 2명만 나오는데 장금이 어찌 흔한 이름이며 중종실록에 10여차례 나오는 장금에 관한 기록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면 그녀가 그냥 평범한 수발의녀가 아니고 막중한 임금의 주치의관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업무를 보기 때문에 숱한 조정신료들로부터 수없이 비판받고 탄핵당하는 상황을 초등학생이라도 금방 찾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대장금”은 임금의 정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극화하는 게 아니고 장금이라는 한 수라간 나인과 내의원 의녀의 시각으로 (그래서 중종임금은 정사를 펼치는 모습은 없고 늘 맛있구나! 를 연발한다)그리는 것이다 장금의 시각인데 여기에 중종임금의 행적을 꼭 사료에 의해 객관화시킬 필요가 있겠습니까?
네티즌 여러분 저는 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어린초등학생들이 열광하는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며 연출자로서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계층에게 공감을 주는 드라마” 특히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감동과 흥미를 주는 드라마”는 틀림없이 가치 있는 드라마라고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허준”"상도”에 이어 “대장금”까지 저는 참으로 행운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린 청소년들로부터 사랑받는 사극을 만드는 연출자로서 말입니다. 이제 저는 당분간의 휴식기를 가진 후 여름이 되면 다음 작품을 위해 역사의 전면에 부각되지 않은 역사의 뒷길에 숨겨진 또 하나의 작은 영웅을 찾아 여기저기 사료를 뒤적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가급적 문학가나 예술가가 아닌 자연과학자가 되길 내심 바라면서 이제 저는 저의 글을 마치려합니다 끝으로 “대장금”을 그토록 사랑해주신 네티즌 여러분께 깊이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빌며 안녕히 계십시오 ! - 3월26일 밤11시 20분 용산 집에서 이병훈 올림 - 참고로 다음 작품도 “대장금”을 집필하신 김영현씨와 함께 작업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