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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연기? '끼' 없어도 괜찮아~"
마이너를 사랑한 메이저 배우 이선균

[데일리안 손연지 기자]브라운관에서 ‘묘한’ 매력으로 안방 여심을 사로잡은 배우 이선균(33).

스타를 욕심내기에는 늦은 감이 드는 노총각 배우지만, 교복 입은 소녀팬들마저 이 남자에 흠뻑 빠져버렸다. 물론 잘 나가는 작품 덕이기도 하다.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MBC 월화미니시리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누구나 좋아할만한 부드럽고 착한 마음씨를 지닌 진정한 ‘훈남’ 최한성 역이 바로 그다.

 


하지만 작품을 잘 만나 스타대열에 오른 다른 연기자들과 이선균의 모양새는 좀 다르다. 남성 고유의 인기 캐릭터인 엘리트 출신 CEO나 잘생긴 꽃미남 혹은 재벌 2세의 럭셔리한 이미지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다. 그저 친오빠처럼 다정다감하고 주위를 늘 따뜻하게 감싸는 착한 남자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서서히 파고들기 시작한 것.

극중 여주인공 은찬(윤은혜)이 한성을 볼 때마다 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고 말하듯, 안방팬들 역시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남자’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으며 그에게 지대한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 스스로 ‘대기만성형’이길 원했다?

대중들은 왜 이리 그를 늦게 알아본 걸까. 벌써 데뷔 6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 사이에서 이선균이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사이. 모처럼 남성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 모은 의학드라마 MBC <하얀거탑>에 출연해 자상하고 사려 깊고 친절하기까지 한 ‘훈남’ 의사 최도영 역을 열연, 마냥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내포한 연기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

전작들이 꽤 많은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뒤늦게 인기 대열에 오른 이유는 별다른 흥행작이 없어서가 아닐까도 싶지만, 유독 흥행에 뜻을 두지 않고 연기해 온 그의 인생을 되짚어 보면 충분히 그럴만한 결과다.

지난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한 이선균은 공연계에서 누리기 힘든 대박의 기쁨을 단번에 맛본 행운아. 뮤지컬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자 방송가의 러브콜이 쏟아졌고, 이선균은 어렵지 않게 브라운관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꿈에 사로잡혀 정신을 못 차릴 법한데 이선균은 의외로 빠른 방송 진출로 인해 연기에 대한 고뇌를 시작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 성극을 본 후로 무작정 연극을 해보고픈 열망에 사로잡혀 결국 배우의 길까지 걷게 된 그는 연예인이 되는 것에는 좀처럼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방송 일을 시작하면서도 자신을 도와줄 소속사나 매니저를 두지 않았다.

전혀 준비 없이 우연찮게 시작한 방송은 그에게 어색하고 불편하게만 느껴질 따름이었다. 연극무대에서 경험을 쌓아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TV에 금세 익숙해지지 못하는 자신이 더욱 부끄러웠고, 결국은 주어진 상황을 회피해버렸다. 그렇게 그의 방황기는 시작되고 말았다.

당시로 인해 이선균은 더욱 빨리 사람들에게 알려질 기회를 놓쳤지만,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 것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라는 자책과 함께 스스로를 독하게 매질하는 동안 ‘나에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면 맞붙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란 도전의식이 내면에 자라나고 있었던 것. 결국 용기를 내 다시 한 번 배우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연기력을 꽤 인정받게 된 지금도 자신을 여전히 “연예인다운 ‘끼’를 전혀 갖지 못한 배우”라고 말한다. 어디서든 자신을 내세우거나 드러내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늘 마다하는 편이다. 단 작품에 몰입하면 자신과 전혀 다른 캐릭터마저 아무렇지 않게 표현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어 연기만큼은 영원히 놓고 싶지 않은 그다.

그래서일까. 배우가 되기 전의 이선균에 대해서 물으니 그는 자신을 평범하다 못해 지극히 못난 사람으로 몰고 갔다.

“대단할 게 전혀 없는 애였어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도 같고…. 성적은 어중간한 정도에, 끼가 많아 노는 쪽으로 잘 나가는 것도 아니었고, 단 운동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체대를 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 꿈마저 허리를 다쳐 좌절되니 대학 진학에 갈등을 좀 느꼈죠. 하지만 또 안 가면 창피할 것도 같아 그냥 성적에 맞춰서 지방대 영문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간 대학이라 그런지 영 정을 못 붙이겠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그만두고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싶어 운동 못지않게 좋아한 연극에 뛰어들었죠. 한국종합예술학교로 다시 진학해 공부도 제대로 마쳤고요. 그렇게 제 연기 인생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시작됐어요. 지금 돌이켜봐도 참 별 볼일 없던 저였는데, 이렇게 연기만큼은 열심히 해내고 있는 걸 걸 보면 스스로도 신기하게 여겨질 때가 많아요”

연예 기획사의 힘이 아니었다. 작품 속의 그를 본 연출자들이 ‘남다른 연기력’을 발견해 캐스팅 제의를 직접 해오면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계기를 자연스레 얻을 수 있었고, 그 때마다 최선을 다해 서서히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갈 수 있었던 이선균.

그저 연극이 좋아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는 그의 단순한 계기가 어쩌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든 듯하다. 오직 연기로만 자신을 말해온 그가 지금 남부럽지 않은 브라운관 스타로 떠오른 것은 자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노력 대신 극중 캐릭터를 돋보이기 위한 일에만 열중해온 당연한 결과임이 틀림없다.


# 마이너를 사랑한 메이저 배우

이선균의 필모그래피는 참으로 독특하다. 흥행작이 없는 것이 당연해 보일만큼 대중성을 포기한 모험 부담 큰 비주류 작품들에 주로 출연했다. 출연 비중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 영화 <손님은 왕이다>는 배우들이 좀처럼 출연을 즐기지 않는 흥행성 낮은 스릴러물이었고, <잔혹한 출근> 또한 코믹물이라 완전한 상업영화처럼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도된 바 없는 위험성이 큰 블랙코미디 장르였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리턴>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우리 동네>역시 마니아층 관객들만이 좋아할 만한 꽤 무거운 기운이 감도는 스릴러물이다.

“원래 마이너 성향이 좀 짙은 편이에요. 그래서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를 더욱 즐기는 편이죠. 단, <잔혹한 출근>의 경우, 상업적인 요소를 갖춘 동시에 독특한 냄새가 나는 작품이라 욕심을 냈었죠. 그리고 그 때가 마침 ‘나와 맞지 않는 옷 같아도 한번쯤 입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고민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웰메이드 코믹영화를 찍으면 현장감을 좀 더 익힐 수 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 ‘꾀’도 있었고요”

<잔혹한 출근>이 그에게 대중성 있는 작품에도 욕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돼 줬다면 영화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은 <알포인트>다. 캄보디아에서 무려 3개월간 고된 촬영을 견디면서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 까지 얼마나 치열한 상황들이 펼쳐지는지를 배울 수 있었던 것.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이 이어지면서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예민해져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고, 무엇보다 스스로 ‘내가 대체 왜 이런 힘든 짓을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더욱 ‘이 놈의 연기를 끝까지 한번 해봐야 겠다’는 진짜 배우로서의 고집을 가질 수 있었다.

올해 초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드라마 <하얀거탑>을 통해 더 이상 마니아 층 배우가 아닌 대중적 힘을 발휘할 안방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게 됐고, 이어 신세대들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가볍고 유쾌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드디어 모든 세대의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신세대 꽃미남 배우’가 부럽지 않을 스타 연기자로 거듭났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PD가 극중 최한성 캐릭터에 그가 충분히 녹아들 것이라는 예감을 미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이선균과 작업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지 배우로서가 아닌 사람 이선균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출연한 단막극을 보고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이윤정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태릉선수촌>의 출연을 제의했고,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떠나 이윤정 PD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득 받은 이선균은 출연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느낌’으로 시작된 이윤정 감독과 이선균의 인연은 <태릉선수촌>이 끝난 후에도 계속 됐고, 결국 그 다음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서로를 찾게 된 것.

보통 배우들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시나리오가 좋고 재미있어야 한다’ 거나 ‘연출자에 대한 신뢰도를 중요시 한다’는 답들을 한다.

하지만 이선균은 특이하게도 ‘사람’이 먼저다. 아무리 작품이 탐나고 좋아도 함께 일해야 할 사람들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최고 출연작을 이윤정 PD의 <태릉선수촌>으로 꼽는다.

“간혹 너무 잘나서 드센 척 하는 배우들이 있어 촬영이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전 나와 통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출연하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그냥 안 해버리고 말아요. 하지만 <태릉선수촌>의 경우는 ‘팀웍’이 정말 끝내줬어요. 서로가 진심으로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도 컸지만, 작품을 위해라면 오히려 자신을 숨길 줄 아는 소박한 사람들끼리 모인 팀이었죠. <태릉선수촌>팀들과는 지금까지도 두루 연락하며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동료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한 작품이기 때문에 제게 <태릉선수촌>은 의미가 더욱 남다른 것 같아요”

대중적인 인지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건방짐이 없을 것 같은 이 소박한 배우는 연기 생활을 하는 내내 세워온 목표가 “대출금부터 갚고 난 후 안정된 상황이 되면 결혼해 평범한 남자이자 배우의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정도였다. 이제는 대출금도 갚았고 시청자들의 사랑도 받아 미래가 꽤 여유 있어 보이는 이선균은 서른다섯 살 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한 걸음씩 올라설 계단을 만들 때마다 어떤 상황이 와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게 쌓아올렸기 때문에 그가 꿈꾸는 배우로서의 계속되는 삶은 의심이 들지 않는다. 결혼 후 가정을 꾸린 후에도 지금의 들끓는 여심이 여전히 유지될 것만 같은 매력남 이선균의 성장이 참으로 멋져 보인다.


/ 손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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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