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반응이 뜨겁다. 미국드라마 열풍
속에 국내 드라마도 ‘전문직’과 ‘대작’을 내세운 요즘, 추세에 걸맞지 않게 나타난 그저 그런 4각관계 트렌디 드라마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20∼30대의 ‘필수 시청’ 드라마가 된 듯하다. 우리는 윤은혜와 공유의 시선이 엇갈릴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이들의 아픔에 공감을 한다.
로맨스물의 부활을 화려하게 선언하고 있는 ‘커피프린스 1호점’, 우리는 왜 이 드라마에 매혹됐을까.
#1. 싱그러운 꽃미남 총출동
우선 화면을 빼곡히 장식하고 있는 멋진 남성들의 매력이 가장 쉽게 눈에 띈다. 이제야 물만난 고기처럼 ‘귀여운 왕자님’을 그대로 재연해내고
있는 공유와 따뜻하고 젠틀한 매력을 한껏 살린 이선균은 여성들이 차마 한 명만 고르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페 커피 프린스에서 은찬(윤은혜)과 동료애를 다져가고 있는 ‘와플선기’, ‘민폐민엽’, ‘자뻑하림’ 등은 온라인에선 이미 스타다. 특히 사교성
좋고 깜찍한 진하림 역을 맡은 김동욱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이 드라마의 수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2. 여성스러움이 아닌 인간적인 매력으로 승부하고 싶은 소녀들의 욕망
이 드라마는 은찬이 ‘한유주(채정안)의 남자들’을 하나씩 빼앗아 오는 판타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한결(공유)과 한성(이선균)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한유주는 보통 여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오르지 못할 벽’이다. 미모로도,
직업으로도, 성격으로도 당해낼 재간이 없는 ‘연애 고수’다. 은찬은 한유주에게 마음을 뺏긴 바 있는, 한결에게 ‘나도 한유주와 같은 여성’이라고
쉽게 밝히지 못한다. ‘나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이게 뭐야’라는 은찬의 멘트는, 세상이 원하는 만큼 여성스럽지 않아 고민을 하는 어린
소녀들의 혼란과 닮았다.
대신 은찬이 어려서부터 ‘학습’ 받아온, 그러나 실현하기 너무 어려운 ‘남자들에게서 인기있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고도 한유주와 비슷한
스코어를 기록해나가는 것은 시청자들의 판타지인 셈이다. 남자의 탈을 쓰고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짜증날 때 마음껏 소리치는 은찬의
‘데이트’는 많은 소녀들이 소망하는 바로 그것이다.
#3. 여자친구와 ‘남자들의 세계’에서 즐기고픈 남자들의 바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남성 시청자들의 ‘로망’에도 가깝다. 로맨스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이 작품은 남성들에게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윤은혜와 채정안 때문만은 아니다.
대부분 남성들은 연애를 시작함과 동시에 함께 영화를 보고, 카페를 드나드는 등 ‘여성’의 세계로 진입한다. 이같은 데이트 코스가
‘여성적’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남자들끼리는 잘 하지 않는 행동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은찬과 한결은 함께 농구를
하고, 치고박고 싸우며 애정을 키운다. 아마 밤새도록 컴퓨터 게임을 하고, 허름한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을 수도 있을 게다. 물론 은찬이
남자인줄 알아서 벌어진 일이겠지만, 남성 시청자들은 이같이 ‘편안한 데이트’에 환호를 보냈다.
#4. 내가 남자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다는 남자
나의 모든 결점을 알고서도 불같은 애정을 표현하는 남자는 흔히 봐온 멜로 드라마의 ‘필수요소’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길 원하는
여성의 심리는 그동안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을 통해 자주 그려져왔다. 뚱뚱해도 못나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남자로도 충분히 감격적이었는데, 한결은 은찬이 남자라는 데도 본인의 성정체성까지 의심하며 불타오르는 사랑을 표현 중이다. 부모님의
반대나 되돌아온 첫사랑과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장벽 앞에 시름하는 한결의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본능’을 한껏 자극 중이다.
#5. 양다리? 끌리는대로 감정을 긍정하는 쿨함
주인공들의 사각관계가 식상하지 않은 것은, 그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꽤나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드라마 속 인물들이 순애보만이
사랑이라고 믿으며,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는 동시에, 자신과 얽힌 또 다른 이성에 대해서는 짐짓 모르는 척 일관해온 것과
달리, 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인물에게서 다른 매력을 발견하며 다양한 이끌림을 긍정한다. 한결, 은찬, 한성, 유주가 쏘아올린
큐피트의 화살은 각각 두어개로 나뉘어져 흩어진 상태.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의 차이가 아니라 ‘누구를 더 좋아하느냐’의 문제다.
이는 한명의 마음이 기우는 순간, 드라마의 결말이 투명하게 드러나며 긴장의 끈을 놓쳐버렸던 기존 드라마와 달리, 주인공 간에 대략의
러브라인이 드러나도 끝까지 역동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 드라마만의 매력이다.
스포츠월드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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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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