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의 윤서진, 정애연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이하 <성형외과>)는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하는 시추에이션 드라마다. 당연히 의사들과 각기
다양한 사연을 갖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병원 홍보 실장, 윤서진을 연기하는 정애연에게 시선이 간다.
보통 사람은 쉬이 소화하기 힘든 패션 때문만은 아니다. 뭔가 장난기를 머금은 그녀의 입매가 자꾸 신경 쓰인다. 단지 설정일까? 아니면 은연중에
드러나는 성격일까? “코믹적인 요소가 있는 드라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해요. 도회적인 캐릭터를 주로 하다 보니 포스가 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원래 성격이 굉장히 털털하기도 하구요.”
그녀를 첫인상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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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차고 도시적인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의 윤실장의 모습으로만
그녀를 판단하지 마시라. | |
배우를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비슷한 이미지로 자주 만나게 되면 쉽게 오해하게 된다. 정애연의 경우도
그랬다. 영화(<여섯 개의 시선 - 얼굴값>)에서도, 브라운관 첫 데뷔를 했던 <홍콩 익스프레스>와 지난 해 출연한
<소금인형>까지 그녀는 다소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크고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오는 강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당연하게도 화면 너머의 그녀들과 카메라 밖에서 만난 정애연은 같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혼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당당함은 같지만, 어떤 물음에도 망설임 없이 솔직하게 대답하는 서글서글한 태도와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시원한 미소는 다르다.
브라운관 너머에서 느꼈던 서늘함이나 거리감을 찾아 볼 수 없다. 실제 정애연은 조기종영의 아픔을 겪느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일일드라마
<맨발의 청춘>의 밝고 낙천적인 여대생에 가장 가깝다.
<맨발의 청춘> 이후 정애연은 한동안 브라운관을 떠나 있었다. 그 동안 독립영화를 세 편 찍었다. “뭔가 갈망한 거죠.
TV에서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해 볼 수 있고, 그게 연기적으로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흔한 얘기지만 또박또박, 정직한
어투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성형외과>에서 윤실장은 한건수(이진욱)에게 이런 말을 한다. “영원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거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이 대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던 건 실제 정애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서다. 그녀를 스쳐간 나쁜 일과
좋은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맨발의 청춘>이 조기종영 했을 땐, 아직 부족한데 주인공을 너무 일찍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그래도 독립영화 작업들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건 내가 생각한 것을 그게 뭐가
되었든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거예요. 연기적으로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순간들이 가장 좋죠.”
친구하고픈 씩씩한 여배우
<성형외과>에서 자주 정애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성실하게 연기한다. 포커스가 다른 인물들에게 맞춰져 있을 때도 화면 한
구석에서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다. “카메라 안에서는 자기가 맡은 바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에 있든 뒤에 있든.
연기 잘 하시는 분들을 쫓아가고 싶은 마음에 아직은 어설프게 흉내 내는 걸 수도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성실하게 하려고 해요.”
정애연은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알고, 또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여기에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태도까지 가졌다. 문득 이런 사람과 동료라면, 친구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고등학교 때는 남녀공학이었는데도 여자애들이
더 좋아했어요. 현대무용을 했었는데 헤어스타일에 제한이 없어서 늘 커트를 하고 다녔거든요. 후배들이 “언니~” 하면서 쫓아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던 건 눈에 띄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 당장 손을 내밀어 친구가 되고 싶게 만드는 씩씩함에 반한 게
아닐까. 이 씩씩한 스물일곱 살 여배우에게 시청자들도 곧 손을 내밀게 되리라.
(글) 김희주 jyoje@t-fac.com
(사진) 백가현 beck@t-f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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