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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 “온전한 여자역을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에서 트랜스젠더가 겪는 아픔은 실제로 내가 겪었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금까지 드라마의 10배, 아니 100배쯤 아프게 살아왔어요."

봄볕 화사한 날 오후 압구정동의 한 미용실에서 하리수를 만났다. 그녀는 옆집 언니처럼 털털하고 편안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하리수는 MBC 새봄 연작 드라마 ‘떨리는 가슴’에서 트랜스젠더 ‘혜정’ 역을 실감나게 소화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김창완의 남동생으로 설정된 혜정(하리수)은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로 가족과 사회의 냉대에 힘겨워 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혜정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하리수는 그런 혜정의 모습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극중 혜정이 미용 기술을 배운다는 설정은 제 아이디어였어요. 사회적 소수자가 양지에서 일하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기술을 배워야 하거든요.”

혜정이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난다거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식 직원 발령을 받지 못하는 등의 장면 등은 하리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이다.

하리수는 "드라마로는 트랜스젠더로서 제가 겪었던 아픔들을 100%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트랜스젠더를 호기심이나 선정성의 대상이 아니라 ‘내 옆의 사람’으로 편안하게 그려낸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처음 방송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어차피 화제성이라며 2, 3개월 버티다 말 것이란 시선이 많았어요. 그래서 더 버라이어티 쇼에 많이 나갔고 좀 더 적극적으로 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노력했지요.”

하리수는 그 시간들 역시 소중하지만 버라이어티 쇼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인간 하리수’라기 보다는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선정적인 이미지로 왜곡된 면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처음에는 내게 ‘트랜스젠더’ 역만 제의가 들어오는 것이 싫었어요. 난 ‘여자역’을 하고 싶은 것이지, 트랜스젠더라고만 불려지기는 싫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역을 하느냐 보다 어떤 연기를 보여주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할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해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받았던 홍콩 영화 ‘도색’에서 트랜스젠더역을 맡았던 것도 같은 맥락. 또한 드라마 ‘떨리는 가슴’의 5화 ‘외출’편에도 이전 출연했던 트랜스젠더 ‘혜정’역으로 얼굴을 비출 것이라 한다.

물론 연기자로서 진짜 하고 싶은 역은 트랜스젠더보다는 온전한 '여자'역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에는 민감하지만 타인을 상처 줄 때는 둔감해 지기 때문에 가끔 잔인해질 때가 있어요. 자신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 한마디로, 사회적 소수자와 같이 많은 슬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상처를 주기도 하지요.”

하리수는 “일반인들이 만약 어떤 일로 자신이 소수자가 되어 그런 취급을 받게 되면 상처받아 재기할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저는 ‘여자’가 되기를 선택했을 때부터 아픔을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리수는 요즘 대만에서 한류 스타로 국빈급 대접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5월엔 영화 홍보차 일본을 방문하고, 6월에는 중국-대만 합작 무협사극인 ‘칼 사랑 그리고 눈물’ 의 중국 촬영이 예정돼 있다.

[조이뉴스24 석현혜 기자]




2005-04-19(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