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정이 돌아왔다.
월화, 수목, 주말, 시트콤, 아침 등 수십 편의 드라마가 동시에 제작되는 방송현실에서
고현정의 컴백은 말 그대로 '단 비'다. 또 아직도 '모래시계'의 혜린을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는 감동이다.
그가 방송연예계로 되돌아올 수 있었던 배경에 이혼이라는 아픔이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고현정은 1년만에 어느 정도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서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컴백하는 STV 드라마 '봄날'의 제작발표회장에서 두 아이가 거론되자 금세라도
눈물을 쏟을 듯 했다. 자식과 떨어져사는, 자식에게 부모의 이혼이라는 상처를 준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는 이제 결혼전보다 더 열심히
연기하고 더욱 무르익은 연기력을 보여줄 것이 확실하다.
이제 한명 남았다. 심은하다. 그도 결혼과 관련된 일로 상처를 입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간간이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제 그 상처는 거의 치유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대중앞에 나서는 게 두려워 주변의 컴백권유에 꼼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안다. 심은하의 마음을.
그는 스타덤에 오른 후 많은 아픔을 겪었다. 처음에는 무명시절 찍었던 노래방
동영상이 밝혀져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러나 상처가 치유될 즈음 그는 그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데뷔전 남자친구였다는 젊은이가 언론에 사진을 공개하고 심은하가
과거에 한 놀이공원에서 고적대원으로 일한 적이 있으며 무엇보다 자신과 특별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때 심은하는 그 이전까지 흘렸던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으리라 짐작된다.
백보를 양보해서 그 남자의 주장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그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그게 탤런트 심은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연기자는 그저 연기만 잘하면 되는
일 아닌가? 또 하나의 인간으로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법을 어기지 않고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마음 약한 심은하지만 그는 세월의 약으로 이 상처를 치유하고 훌륭한 영화배우로
거듭났다. 그의 전성기이던 90년대말 그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였고 캐스팅 0순위의
주연배우였다.
그런 그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던 결혼식이 무산되는 결정타를 맞았다. 그리고 일체
사람들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오랜 시간동안 칩거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간간이 헬스클럽이나 백화점 등지에서 비치는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예전의 두번의 상처를 치유하고 났을 때보다 더 밝은 표정이다. 이제 컴백할 시기가
됐다는 증거다.
한국영화는 지난해 절정을 이뤘다. 관객은 영화를 보기 전 "무슨 영화 볼까"가
아니라 "요즘 한국영화중 뭐가 재밌데?"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영화의 발전과
재미를 인정하고 그에 푹 빠졌다.
이는 올초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각각 1000만명 이상의 관객동원 수치로
이어지며 무한질주를 보장하는 듯 비쳤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전체적인 흥행성적은 전년에 비해 확연하게 줄었으며 경제악화로
영화계에 쏟아져들어왔던 자본마저 빠져나갔다.
'인어공주'는 올해 흥행에서 재미를 못본 한국영화중 가장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서 '저런 영화가 그렇게 성공할 수 있나'라는
평가를 받는 일은 자주 있지만 시사회 때 이구동성으로 흥행이 점쳐진 영화가 실패한
케이스는 그리 흔치 않다.
'인어공주'는 여주인공 전도연이 1인2역으로 열연, 누가 뭐래도 지금까지 그의
연기중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박해일이 신선한 매력을 물씬 뿜어냈으며
고두심의 묵직한 연기는 중심을 잘 잡아줬다.
몇가지 코미디 코드도 객석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으며 제주도 우도에서 찍은
화면은 시종일관 관객들을 팬터지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했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서도 그 누구도 비판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마케팅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 실패의 결과는 그동안 전도연이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한국 영화계를 지켜왔다는
증거에 다름아니다. 물론 전도연처럼 고군분투한 배우가 한, 두명이 아니고 전도연과는
달리 흥행결과가 좋았던 배우도 한, 두명이 아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전도연만큼 인기도 연기력 흥행력 등을 보장받는 주연급 여배우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데 있다.
그래서 심은하가 필요하다. 심은하가 전도연의 힘을 좀 덜어줬더라면, 그가 1년에
한 편씩 영화에 출연해 관객의 선택권과 제작의 다양성에 숨통을 틔워줬다면 전도연은
'인어공주'에서 훨씬 더 예뻤을 것이고 그의 노력과 그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쟁은 지나치거나 부당하다면 나쁘겠지만 정도를 걷는다면 치열할수록 발전을
가져온다. 라이벌은 그래서 필요하다. 라이벌이 있을 때 또 배우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다.
한국 영화계 3대 연기파로 불리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그들은 이렇게 가장
균형이 좋다는 트라이앵글의 라이벌 구도를 이뤄 우열을 가리기 힘든 평가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기에 더욱 돋보이고 또 새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진화하는 것이다.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또 그동안 노력해온 전도연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기
위해 심은하는 꼭 돌아와야 한다. 어차피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과 더불어 관심의
눈길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지나친 관심에 대한 부담도 연예인이기에, 아니 연예인이었기에
업보처럼 떠안고 살아야하는 것이다.
[2005.2.21 (월) 마이데일리
유진모 기자] 2005-02-21(1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