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석 아내 사랑 '최루탄'

【서울=뉴시스】

‘아내의 사랑 앞에 조용히 눈물 흘리는 남자’, ‘아내를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데려다줬다 다시 데려올 남자’.

뮤지컬 무대에서 안방극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윤희석(31)이 MBC TV ‘90일 사랑할 시간’(극본 박해영 연출 오종록)에서 연기하는 ‘김태훈’이 그렇다.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 아내를 어떻게든 곁에 두려 발버둥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동정과 연민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태훈의 사랑이 무모한 집착이라기 보다는 차마 보기 안타까운 순애보적 감수성을 지니는 탓이다.

태훈의 사랑을 지지하되, 그래도 조금 더 분노하고 내질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는 시청자도 있다. 폭발할 것같은 감성도 차분한 이성으로 삭이는 태훈이다.

“실제상황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일이죠. 단, 극에서처럼 ‘아내의 남자’가 90일 밖에 살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글쎄, 그땐 장담 못하겠어요. 하지만 태훈처럼 차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윤희석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사람을 만났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의 조각들이 모인 탓일까. 태훈의 눈물은 최루성이 짙다.

윤희석은 요즘 적잖게 속앓이 중이다.

“원래 쾌활한 성격이인데 나도 울고 배우들 모두 울다 보니 점점 우울해져요. 이러다 ‘어둠의 자식’이 되는 것은 아닐는지. 하하.”

‘90일 사랑할 시간’은 드라마 첫 출연작이다. 10년 정도 연극 무대에만 오른 그에게 아직은 드라마 환경이 낯설다. 때문에 촬영장에서도 늘상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느긋한 성격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카메라를 좇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린이의 심정으로 차분하게 공부 중이다.

윤희석은 고3 시절 대입을 앞두고 연극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학교 앞에 날아든 전단의 ‘열정’이란 말에 마음을 빼앗겨 새로 접수한 학원을 접고 연극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결심에 따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고, 등록금을 벌며 연극배우의 꿈을 키웠다. 연극무대에서 활약하다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민 이선균, 오만석 등이 동기다.

윤희석은 ‘터미널’ ‘청혼’ 등 연극에 출연했고 뮤지컬 ‘록키호러쇼’ ‘그리스’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록키호러쇼’를 하다 임상수 감독의 눈에 띄어 영화 ‘오래된 정원’에 출연하게 됐다. 최근 개봉한 이윤기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손님’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임상수, 이윤기, 오종록 등 유명 감독과의 잇단 작업에 “영화 드라마 첫 신고식을 역량 있는 감독과 하게 된 나는 행운아”라고 기뻐했다.

윤희석의 드라마 속 감수성 짙은 눈물 연기는 내년 1월 초까지 이어진다.

<관련사진 있음>

글 문지연기자 cinedl@newsis.com 사진 김종현기자 kim-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