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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고 생각하며 감정 맞춰가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은 최근 인기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는 정통 멜로드라마다. '30대 시청자의 80년대 감성'을 멜로로 끌어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 이를 위해 시한부 삶이라는 고전적인 설정을 도입했고 음악도 올드팝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복잡한 설정이 아니라 출연자들의 연기력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 특징. 그 연기의 중심에 탤런트 강지환이 있다.'90일…'의 연출을 맡은 오종록 감독은 드라마가 상투적이고 진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이번 작품에서 서정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화면을 가능한 비우고 배우들의 감정연기를 강조한 오 감독은 강지환에 대해 "이전까지는 이런 배우를 보지 못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출세작이었던 '굳세어라 금순아'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강지환은 멜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에는 목소리 톤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이전 작품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 녹화현장에서도 한번 눈물 연기를 시작하면 카메라가 멈춘 뒤에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해 스탭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상대역을 맡은 김하늘도 강지환의 연기에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가끔 감정을 끌어내기가 힘들 때 몰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것. 시청자들도 '강지환 만큼 우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없다','우는 모습이 매번 달라 새로은 느낌이다'며 그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병으로 죽어가는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외롭다거나 혼자라는 생각을 하며 감정을 맞춰가고 있다"는 강지환은 "사랑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테마 사이에서 완급조절이 가장 힘들다"고 밝혔다. "연기를 하면서도 순간순간 무엇을 더 절실하게 느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 "마지막까지 안고 가야할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부남이 죽음을 앞두고 가정을 버린 채 첫사랑에게 돌아간다는 뒤틀린 설정에도 시청자들의 반감이 적은 것은 강지환과 김하늘의 열정적인 연기 덕분. "자신이 시한부 삶을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상식밖의 일도 가능할 것"이라는 강지환은 "틀을 벗어난 인물에 대해 그 생각을 읽어내려고 하기 보다는 내 느낌으로 편안하게 표현해 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90일…'은 멜로드라마의 전반적인 퇴조추세로 인해 시청률 면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중. KBS 2TV의 '황진이'에 밀려 4~5%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최근 도하 아시안게임 중계방송과 편성 시간이 겹치면서 조기종영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강지환,김하늘의 열정적인 연기는 고정 시청자를 확보해 '볼권리 사수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김종우기자 kjongwoo@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