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BS '눈의 여왕'의 성유리, MBC '90일, 사랑할 시간'의 김하늘, SBS '눈꽃'의 김희애

지난 13일 첫방송을 시작한 KBS2 '눈의 여왕'과 15일 첫방송된 MBC '90일, 사랑할 시간' 그리고 오는 20일 첫 전파를 탈 SBS '눈꽃' 등 이들 세편의 드라마는 모두 불치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현빈 성유리 주연의 KBS2 '눈의 여왕'(극본 김은희 윤은경·연출 이형민)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부잣집 딸 김보라(성유리 분)가 한 때 천재였지만 고등학교 중퇴후 복싱체육관에서 스파링 파트너로 살아가고 있는 천재 복서 한태웅(현빈 분)과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번 작품에서 성유리가 맡은 김보라는 엄청난 부를 가진 아버지 밑에서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자란 인물이다. 하지만 어린시절 어머니를 잃은 뒤 얻게된 근무력증이라는 불치병은 그녀를 모나고 불행한 존재로 만든다.

'눈의 여왕'에서 김보라의 불치병은 기존의 멜로 드라마에서 눈물을 자아내기 위해 사용해온 '죽음'과 '이별'의 도구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이는 김보라라는 인물의 성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재로 사용된다. 어린시절 천재로 살다가 상처를 입은 한태웅과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고 가슴 아프게 그려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보라의 불치병 때문이다.

MBC '90일, 사랑할 시간'(극본 박해영 · 연출 오종록)은 췌장암 판정을 받은 대학강사 강지환(현지석 역)이 남은 생을 첫사랑이자 먼 친척인 김하늘(고미연 역)과 보내게 되면서 시작되는 운명을 거역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지환은 이번 드라마에서 피를 나눈 친척이라는 이유로 첫사랑 김하늘과 이별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만 췌장암으로 90일 시한부 판정을 받고 다시 첫사랑을 찾는 인물을 맡았다.

이번 드라마에서 강지환의 불치병은 근친애와 유부남 유부녀와의 사랑이라는 사회 통념에 반하는 사랑을 두남녀가 과감히 선택하게 되는 장치로 이용된다. 또한 불치병이라는 소재가 주는 비극성도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그리는데 한 몫한다.

오는 20일 첫 방송되는 SBS '눈꽃'(극본 박진우 · 연출 이종수)은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주고 감싸안는 엇갈린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오던 강애(김희애 분)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건희(이재룡 분)와 헤어지면서 남편의 존재를 숨기고 살아가다 뒤늦게 아버지의 존재를 안 딸 다미(고아라 분)와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 기본 줄거리.

김희애는 지난 2003년 방송된 '완전한 사랑'에서 암환자로 죽음을 맞이하는 연기를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도 췌장암에 걸려 죽음을 준비하는 열연을 펼치면서 또 한번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 예정이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불치병이 어머니와 딸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올 겨울 멜로드라마의 키워드로 '불치병'이 떠오른 것에 대해 '90일, 사랑할 시간'의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오종록 프로듀서는 "현재의 시대상황과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분위기가 슬픈 멜로와 잘 맞아 떨어진다"면서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슬픈 멜로를 하기위해서 '불치병'이라는 소재는 긍정적인 부분에서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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