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슬픈 연기 자신있다"

 또다시 출생의 비밀이다. 첫사랑의 상대가 알고보니 동갑내기 사촌. 게다가 남자 주인공은 시한부 인생으로 남은 시간은 90일 뿐이다. 불륜 코드도 있다. 사랑하는 상대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다.

오는 15일부터 MBC에서 방송될 새 수목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은 이렇게 진부하고 상투적인 설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여주인공을 맡은 김하늘은 "더 강하고 더 슬픈 멜로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하늘은 이번 드라마에서 9년만에 느닷없이 나타나 3개월만 같이 살아달라고 부탁하는 첫사랑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여성의 심리를 표현한다. 보통 이상의 감정표현이 필요한 역할인데다 장르 역시 최근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정통멜로여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게 사실.

그러나 그는 SBS '해피투게더'와 '피아노'를 통해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오종록 감독이 이번에도 히트작을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TV 드라마에서 출발해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의 영화 연출에도 도전했던 오 감독은 "여러가지 익숙한 설정을 사용하는 만큼 서정적인 느낌으로 극을 이끌어가면서 화면에 가능한 많은 여백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을 수 있도록 여유를 주겠다는 것. 김하늘 등 출연배우들이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연기력을 갖췄다는 말이었다.

김하늘은 "다른 작품에서처럼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면에서의 자기통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섬세한 연기가 필요하다"면서 "사회적 금기보다는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이 3개월이 지나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생각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잡아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슬픔이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이고 그것을 연기로 보여줄 것"이라는 것.

그는 이번 작품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유부녀 역할에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실제 나이보다 어리고 밝은 캐릭터를 많이 해서 성숙한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는 김하늘은 "유부녀 역할을 한번 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캐스팅 제의를 받아서 설레고 기대된다. 처음 해서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뷔초에는 멜로드라마를 많이 했어요. 이후에는 코믹영화에서 밝은 연기를 했구요. 이번엔 지금까지 보여줬던 멜로보다 훨씬 강하고 슬픈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90일간 사랑을 불태울 상대역은 '굳세어라 금순아','불꽃놀이'의 강지환으로 시청률을 담보할 만큼의 스타성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제작진을 만족시키고 있다.

TV용 멜로드라마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였던 김하늘이 유부녀 캐릭터로 이전같은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