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에서 오래 생활하며 진한 인생 공부했습니다”
“전국 낚시터를 돌다 보니 4년도 짧던데요”
지난 1994년, 당시 인기 절정을 구가하던 한 남자 연예인이 빨간 바지를 입고 군에 입대했다. 가수와 배우로서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 시점에서 군대에 입대한 그에게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그가 입었던 빨간 바지가 유행이 됐다.
“저보다 먼저 군대에 다녀온 분들 얘기를 들으니까 입대할 때 입었던 옷은 잘 잃어버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있는 바지 중에 버려도 되는 걸 고르다 보니 빨간 바지를 입게 됐어요. 그런데 군대에서 TV를 보니까 빨간 바지가 유행하고 있더라구요.(웃음)”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붉은색 폴로티를 차려입고 나타난 구본승(33)은 얼핏 10년 전, 빨간 바지를 입고 입대할 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한층 진지하고 여유로워진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편하게 쉬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무작정 길을 떠났다면 긴 시간이었겠지만 낚시를 좋아해서 전국에 있는 낚시터를 돌다 보니 4년이란 시간도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1990년대 초, TV 쇼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이름을 알린 뒤 MBC 매디컬 드라마 ‘종합병원’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구본승의 이번 컴백은 지난 2002년 말 영화 ‘마법의 성’ 출연 이후, 단막극에 잠시 얼굴을 내비친 것을 빼면 꼭 4년 만이다.
구본승은 쉬는 동안 ‘이상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편안하게 지냈다. 그러나 그가 강원도의 한 낚시터에서 일을 도와주며 한가로이 지내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걱정했다. 대부분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건네는 충고였지만 그중에는 비아냥거림이 섞인 충고도 있었다.
“정작 저는 괜찮은데 주변에서 더 많이 걱정하시더라구요. 그렇다고 크게 우려한 건 아니에요. 대부분 제가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하셨죠. 가끔 충고처럼 시작해서 ‘왜 방송생활을 안해?’라며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분이 계셨어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저는 너무나 행복했는데, 그 말 한마디 때문에 갑자기 우울해질 때는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하지만 워낙 낙천적이고 한번 아니다 싶으면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 크게 동요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주목받는 연예인도 좋지만 사실 연예인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아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잖아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쉬는 동안 자신감이 떨어지는 얘기도 종종 들었는데, 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남의 말을 안 듣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안 좋은 얘기는 금방 잊어버리게 되더라구요.”
사람들의 환호를 즐기지 못했던 스무 살 청년
구본승은 최근 MBC-TV 아침 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로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소감을 묻자 그는 “반갑다”고 표현했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적응이 됐어요. 지금은 연기하는 게 편해요. 그리고 그동안
못 만났던 방송국 사람들을 다시 보니까 반갑더라구요.”
그는 쉬는 동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과거 자신이 몸담고 있던 방송국이란 곳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 전까지 구본승은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후 바쁜 스케줄 때문에 늘 부족한 잠을 채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평소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겪게 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약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 새벽까지도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했다고 하니 그의 활동이 얼마나 바빴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군대에서 잠을 더 많이 잤어요. 훈련소 생활 6주 만에 체중이 15kg이나 불었는데 주위에서 군대가 체질이라고 ‘말뚝’ 박으라는 말까지 했어요. 지금은 나이나 경력이 있어서 그때처럼 바쁘게 생활해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그때는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많이 힘들었어요.”
다른 가족들은 그가 군대에 가는 날 슬퍼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기뻐하셨다. 아들이 연예 활동을 하면서 돈도 벌고 인기도 얻으니 좋기도 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바쁘게 살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별히 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가 많아 건강이 안 좋았어요. 그리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들, 예를 들면 ‘꺼벙이’라든지 그런 것까지 힘들었거든요. 이제는 짓궂은 팬을 만나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때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스타라면 많은 팬들이 자신을 보고 환호하는 ‘그때’가 그립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군대에 가기 전 시절을 회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그때 잠을 충분히 자고 어느 정도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겠죠. 당시 많은 팬들이 좋아해주고 환호하는데 정작 저 자신은 너무 힘들어서 좋은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아요. 살면서 정말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고 내 자신이 행복한 거잖아요. 전 지금이 오히려 행복해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과거의 기억일 뿐이라고. 그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한 연기활동에 전념해 ‘연기자 구본승’의 색깔을 찾는 것이다. 긴 휴식을 끝내고 오랜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탤런트
구본승. 못 보는 사이 막내동생에서 큰오빠로 훌쩍 커버린 그에게서 여유와 너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