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항쟁 추모특집 다큐멘터리 <후유장애인 - 멈춰버린 시간>

4.3 특별법 제정, 대통령의 사과 등 일련의 진상 조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
전히 해결되지 않은 4.3의 사각지대가 있다. 바로 반세기동안 4.3의 상처를 몸에 새
긴 채 살아온 후유장애인들 바로 그들이다. 4.3 당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었지
만 4.3의 엄청난 희생자 뒤에 가려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후유장애인들,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왔다는 그들은 지금도 소외된 곳에서 온몸에 4.3의 고통을 그대로 간
직한 채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MBC는 제주 4.3 항쟁을 추모하기 위해 특선다큐멘터리 「후유장애인 - 멈춰버린 시
간」을 4일(화) 오전 11시 방송한다. 그동안 의료비 지원은 물론 세상의 손가락질속
에 상처조차 드러내지 못했던 후유장애인들의 아픔과 명확한 기준이 없어 4.3 특별
법에 의해서조차 제대로 권리(의료, 보상)를 찾지 못하는 그들의 설움지대를 조명해
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멈춰버린 시간
지난 92년 제주는 충격에 휩싸였다. 구좌읍 중산간 일대 다랑쉬 굴에서 유골 11구가 
발견된 것이다. 토벌대에 의해 처참하게 몰살당한 인근 마을 주민들의 유골로 그 속
에 올해 80세의 채장삼 할머니의 남편 고태원의 유골도 발견됐다. 올해 80세의 구좌
읍 세화리 채장삼 할머니, 할머니의 고향은 구좌읍 종달리, 가끔 아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치매가 깊은 할머니는 다랑쉬 사건의 유족으로 4.3으로 남편을 잃은 케이스. 
남편을 잃었지만 상군 잠수로 삶을 일궈왔던 할머니가 간신히 지탱해왔던 정신을 놓
게 된 것은 다랑쉬 동굴이 발견됐기 때문, 살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 뒤 행방을 알지 
못했던 남편의 시신을 다랑쉬 동굴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랑쉬 동굴이 발견되
고 그속에 숨겨졌던 사건도 파헤쳐지면서 묻혀두었던 아픔이 다시 되살아나 결국 치
매에 이르게 된 채장삼 할머니, 4.3의 후유증이 50여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난 할머니
의 장애는 4.3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잔인한지 말해주고 있다.


재일 제주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일본 오사카 이꾸노구 4.3 당시 광기에 휩싸
인 섬의 기억을 뒤로하고 이곳 일본으로 건너온 재일 제주인은 약 만여명, 그중 한명
이 고성칠 할머니다. 4.3당시 회천에 살았던 고할머니는 가족이 눈앞에서 몰사 당해 
정신후유증을 앓은 케이스. 일본으로 건너온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4.3의 잿
더미 그 섬에 갇혀 지내온 고할머니, 한달에 한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고할머니
는 현재 제주도에 후유장애인 추가 신청을 한 상태, 스물두살에 겪은 4.3의 불 갈기
가 너울거리는 섬에서 현해탄을 건너왔지만 이곳에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계
속되고 있는 고할머니의 4.3은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아픔이다.

▶ 김영호씨 (76세, 일본 오사카 노인요양원 거주)
일본 오사카 외곽에 자리잡은 하모니 교와 요양원, 이곳에도 4.3 후유장애인 김영호 
할아버지가 있다. 서귀포 중문이 고향인 김영호 할아버지가 4.3을 겪은 것은 열아홉
살 때, 산사람을 도와줬다는 누명 때문에 서북청년단과 경찰에게서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 매 앞에 장사가 없다고 끝없이 이어진 고문과 구타에 만신창이가 된 김영호 
할아버지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은 현해탄을 건너는 것, 일본으로 떠나온 뒤 단 
한번도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는 할아버지의 유일한 소망은 고향땅에 묻히는 것 뿐, 
이국만리 타국에서 몸에 새긴 끔찍한 기억과 싸우며 오늘도 눈물 속에 살아가고 있
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4.3 후유장애인으로 신청한 사람은 고성칠 할머니와 김영호 할아
버지 두 분, 일본속의 후유장애인의 문제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4.3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