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축인 바다, 그 북쪽 끝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오는 19일(화) 방송되는「특선 MBC 다큐멘터리」에서는 남과 북이 대치하는 동해
바다 접경 수역의 어업현실과 분단의 질곡 속에서 희생되어 온 사람들의 무거운 그
림자를 통해 분단 60년의 현실을 재조명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적어도 바다에만 국한해보자면 2005년 현재 남북한의 경계선은 ‘없다’고 할 수 있다. 
53년 정전협정에도, 반세기가 지난 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어느 조항에도 해상의 경
계선은 규정된 바 없다. 

관광버스들이 포장도로 위로 금강산까지 달려가는 2005년에도 우리 어민들은 경찰
과 해군의 삼엄한 경비아래 어로한계선을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강원 고성군 대
진과 거진 등 동해 최북단 수역의 어업은 군사적 요구로 인해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다에서는 한 발짝 거리인 분단선 북위 38도 37분, 그곳까지의 간극은 분단 
60년을 통틀어 한 번도 좁혀진 적이 없다. 

명태 황금기 북부동해안의 풍요는 월선조업과 납북, 남북해군간의 무력충돌 속에서 
피어난 고난의 꽃이었다. 휴전이후 고기떼의 풍요를 좇아 그 선을 넘나들던 어민들
은 체제 대결이라는 암흑 속에서 피를 토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잔혹했던 현대사의 그늘 속에서 납북귀환어부들은 조작공안사건의 손쉬운 먹잇감
이 됐다. 간첩으로 몰려 고향을 떠난 이들의 파괴된 삶이 아직도 동해 언저리를 떠돌
고 있다. 폭력적인 역사가 남겨놓은 질긴 악연들 속에서 ‘세상이 변했다’는 말은 대한
민국 북부 동해안에서는 매우 경박하거나 무책임한 말이다. 

한 번도 우리의 것일 수 없었던, 분단수역. 이를 과감히 해소하고 상생의 길을 찾는 
일은 바로 우리 곁 동해에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