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민족주의자 외솔 최현배. 그는 일제시대 조선어 말살정책에 맞서 꿋꿋이 우리
말을 지켜냈고, 수많은 사람들이 변절의 길을 걸을 때도 끝까지 민족을 버리지 않은 
지사였다.

「특선 MBC 다큐멘터리」에서는 다가오는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 전용론자로서 한
글을 목숨으로 여긴 삶을 살았던 외솔 최현배의 삶을 조명한다.

최근 한민족아리랑위원회 김연갑 이사가 인사동 고서점에서 일제시대에 작성된 것
으로 추정되는 방명록 1부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거기에 외솔 최현배의 친필이 들어 
있었다. “한글이 목숨이다”라고 선명하게 써 놓은 금서집(錦書集)이었다. 
광복 이후 영어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에서도 외솔의 꼿꼿한 우리말 사
랑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자유당 정부 시절 이미 장관급 인사였던 외솔은 자청해
서 문교부 편수국장으로 재직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일본어와 한자어 투성이던 교
과서의 개념어를 순우리말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도돌이표, 반올림표, 
도시락, 더하기, 빼기 등의 말이 이때부터 새롭게 빛을 볼 수 있었다. 외솔은 오늘날
의 한글세대가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산파였던 셈이다. 
또한 까다로운 맞춤법 규정을 피해 소리 나는 대로 필기하자는 등 ‘한글 간소화’ 정책
에 반대하여 편수국장직 사표를 제출하는가 하면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일제시대 
조선어학회로부터 이어진 우리말의 높은 가치를 설득하기도 했다. 『사상계』 초대 
편집장을 지낸 오리 전택부 씨(YMCA 명예이사장)가 특집호로 ‘일제시대 한글운동
의 성격’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여 지식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자 외솔은 20년 연하
의 전택부 씨를 찾아가 큰절을 올렸다고 하는 일화도 전한다. 
뿐만 아니라, 신문마다 세로 편집에 아직 한자를 많이 사용하던 1960년대에는 신문
사 사장을 일일이 찾아가 한글날만이라도 ‘한글판’ 신문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기
도 했으며, 한글학회 회관에서는 일선 신문 기자들에게 강연을 실시해 우리말 보급․
확산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 
이처럼 외솔의 우리말 사랑은 그의 말대로 한글을 ‘목숨’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가능
했을 것이다. 

일제시대 간도 지역에서는 <중등조선말본>으로 국어교육을 실시했으며, 이는 윤동
주 시인을 비롯한 당시 학생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최윤갑 교수(연변
대학)의 인터뷰도 있다. 외솔이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말본>을 강의한 연희전문 
교실 맨 앞자리에는 젊은 시인 윤동주가 앉아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시인 윤동주의 
시어에도 외솔의 영향이 묻어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60년대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이던 <패티김 쇼>에 애정을 갖고 있던 외솔
은 가수 패티김에게 요새 말로 팬레터를 보내 ‘그린비(남편)’와 ‘단미(아내)’라는 말
로 길옥윤 씨와의 호칭에 쓰라고 했다는 얘기도 패티김 씨가 직접 전한다. 또 외솔
의 모습과 육성 인터뷰가 담긴 유일한 영상물인 <한글의 얼>(국립영화제작소 제작, 
1963년)도 소개된다. 

평생을 우리말 사랑과 그 실천에 바친 외솔 최현배는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
제와 더불어 국민들의 역사의식의 결여를 비판하는 가운데 다시금 주목되는 인물이
며, 그의 한글사랑 정신을 이어받아 민족정기를 드높여야 하는 시점에 새삼 그 가치
가 높게 평가되는 우리나라 국어학계의 큰 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