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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농촌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여기 초초고령마을이
있다.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 관덕리의 예동마을.
37명의 주민 중 35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마을주민의 95%가
노인인 셈이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남자는 이장 김해근씨로 65세, 가장
젊은 여자는 59세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114명의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다. 자식들은
도시로 와서 함께 살자고 하지만 노인들은 평생 정든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자식들은 이곳에 살 수 없고, 노인들은 도시로 가서 살 수 없다.
이것이 오늘 농촌에 사는 노인들의 아픔이다. 자식보다 고향에서의 삶을
선택한 노인들. 이들에게 질병과 외로움이 친구처럼 찾아왔다.
MBC는 예동마을에 사는 노인들의 사례를 통해 거의 한 세기를
살아온 농촌 노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자 한다. 또한 사라져 가는 농촌
공동체의 모습을 4계절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HD화면으로 소개한다.
- 노인들만 사는 예동마을
인구의 7%이상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면 고령화 사회, 인구의 20%이상이
노인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5개의
군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고 한다. 예동마을이 있는 고흥군도 65세
이상의 노인이 20%가 넘는다.
왜 예동마을에는 노인들만 살고 있을까? 이 마을에서 태어난
114명의 자식들은 왜 모두 도시로 떠나갔을까? 노인들이 고향에 남아
여생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고 많은 이야기를 허리에 지고
꼬부랑 걸어 다니는 노인들. 이들과 1년을 함께 했다.
-남의 나이

예동마을 주민의 절반이 8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김태인 할아버지(86세)는
자신을 “이녁나이를 다 먹고 남의 나이를 여섯이나 먹었다”고 소개한다.
80까지가 사람이 타고난 운명(정명)이기 때문이 80이 넘으면 덤으로
남의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예동마을에는 남의 나이를 먹고 있는
노인이 16명이나 된다.
김태인 할아버지는 3년 전부터 올해가 마지막이려니 하면서 한 해,
한 해를 맞는다고 하신다. 죽음을 “받아 놓은 밥상”이라며 명년
설을 넘기고 죽을지 어떨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노년에 찾아온 가난
정점엽 할머니(87세)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 아들이 빚보증을
잘못서 전답과 집이 모두 남의 손에 넘어갔다. 자식들도 살기 어려워
할머니를 도와 줄 사람은 없다. 여든 일곱의 나이로 정점엽 할머니는
놉을 하러 다닌다. 컨테이너로 지어진 가건물에서 살아가는 할머니는
죽을 날만 기다린다고 하셨다.
-청춘을 돌려다오

송대순 할매(83세)는 예동마을의 억척할매다. ‘아이고, 나 죽네~.’를
입에 달고 살지만 한시도 일손을 놓지 않는다. 5남 2녀를 모두 훌륭히
키워내 남부러울 것이 없는 할머니도 오는 백발을 막을 수는 없다. 죽기
살기로 자식을 길러 놓으니 모두 객지로 떠나 버리고 자신은 혼자 이곳에
남았다며 늘 슬프다고 하셨다. 젊은 시절 쪽진 머리로 멋쟁이란 소리를
들었던 할머니는 “청춘을 돌려다오! 가는 청춘 막을 수가
없지!”라며 우셨다. 새내끼(새끼) 백발은 쓸데가 있어도 사람 백발은
쓸데가 없단다.
-죽거나 아프거나
겨울이 오고 박경자 할머니(75세)의 집이 비어있다. 박경자 할머니가
직장암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로 갔단다. 직장을 20cm나 잘라 낸
할머니. 할머니가 아프고 나서야 일곱 자식들이 모두 모였다. 예동마을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7명의 노인들이 병원에 입원했다.
나락을 널다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고, 콩을 털다 주저 앉아 허리를 다쳤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어 노인들이 다치면 65세 이장이 노인들을 업고 와야 한단다.
-부부의 정
젊은 시절부터 아파온 아내를 극진히 보살피는 김종현 할아버지(80세).
3개월 마다 한 번씩 병원에 입원하는 부인 송옥례 할머니(79세)가
귀찮을 법도 한데 할아버지는 아내 곁에서 지극 정성 간호를 한다. 이번엔
할머니가 1주일 동안 혼수 상태였다며, 할머니가 죽으면 “ 하루도 편한
밥을 못 먹을 거라”며 우신다. 예동마을에는 9명의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지만,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할아버지는
정든 고향을 떠나 자식들 곁으로 가야한다. 그 만큼 할아버지에게 할머니의
존재는 절실하다.
-바람 난 남편 길들이기

예동마을에는 ‘칸트’라고 불리는 노인이 있다. 아침 9시,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규칙적으로 산책을 나서는 김계주 할아버지(75세).
지금은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김계주 할아버지에게도
잘 나가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큰 집의 장손으로 부러움 없이 자란
할아버지는 마을 도련님으로 잘 생긴 외모 덕에 따라오던 여자들이
줄을 지었다. 이제 늙고 병들어 아내 곁을 찾아 고향에 돌아왔다.
그런 남편을 둔 송소순 할머니(76세)가 지난 세월을 이야기한다.
-첫날 밤에
마을의 막내격인 진금자 할머니가 올해 칠순을 맞았다. 예동에서는
칠순은 아직 ‘청춘’을 의미한다. 벚꽃이 화창하게 핀 날,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칠순잔치를 벌였다. 함께 산 지 이제 50년. 김경근
할아버지는 자신이 첫 날 밤에 운 사연을 털어놓았다. 궁금한 신부의
얼굴. 족두리를 벗기고 보니 신부의 얼굴이 너무 못생겼더란다. 김경근
할아버지는 1주일을 혼자 우셨단다. 예동마을 노인 모두 결혼하던
날, 남편, 아내의 얼굴을 처음 보았단다.
예동마을의 전설 같은 이야기 하나. 밤에 잠깐 본 남편의 얼굴.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아침을 먹는데, 남자들 중 누가 자신의 남편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더란다. 그래서 새색시가 물었다. “누가 내서방이요?”
-그들만의 천국
 예동마을 노인들은 겨울과 여름에는 마을회관으로 모인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고, 어울릴 동무들까지 있으니 이들에게 마을회관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서울에 가면 속에서 불이 난다는 노인들.
자식보고 싶어 서울로 가지만, 한 달 만에 도망쳐 온단다. 이들에게
고향 예동은 천국이다. 자식들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외로운 천국이다.
-예동마을, 10년 후의 모습은?
예동마을에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노인들은 다시 마을회관에
모여 또 한 번 천국에서 함께할 것이다.
2006년이 되면 마을 최고령자인 박순심 할머니는 90세가 되고 그의
며느리이자 최연소자인 송맹심 할머니도 60세가 된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 노인들은 하나 둘 예동마을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10년 후, 예동마을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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