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환균("천황의
나라 일본" 책임 프로듀서) 제작 인터뷰
블로그: http://blog.imbc.com/koreada
 
광복 60주년, 꼭 숫자놀음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한 갑자’가
지났다는 것이 각별한 의미를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별한 이야기를 했으면
했다. 광복절 특집 하면, 독립군의 이야기가 나오고 임시정부의 이야기가 나오고…
주로 우리의 이야기를 해왔다. 이번에는 일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어떨까.
‘천황’이라는 코드로 일본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해온 일 중 가장 익숙한 것이 그냥 성질내는
일 아니었던가. 그렇게 하면 후련하고 통쾌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일본인들의 멘털리티에 대해서 연구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왜 반성할 줄 모르는가.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근원적인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천황(제)’를 통해 일본을 바라봄으로써 그 근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인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욕심이기 십상이다.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 일본, 일본인의 속성이다. 특히 천황에
관한 거라면 언론도 몇 겹의 금기에 둘러싸여 있다. 일본 언론의 특성은 한 마디로
감시견(watch dog)이 아니라 애완견(lap dog)이라고 한다. 자신의 정부, 천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그런 언론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한국의 언론이 우호적이지 않을 게 빤한 천황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흔쾌하게 응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이 가는 일이다.
게다가 자료조사를 마치고 취재를 시작했을 무렵에 독도 문제가
터졌고 뒤이어 역사 교과서 문제가 터졌다. 그동안 한일간에 나누었던, 혹은 나누자고
했던 친선과 우호의 분위기는 사라졌다.
PD들의 말에 따르면, 곳곳에서 취재 약속을 취소했고 행사장에서는
‘한국 언론 사절’이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취재 여건
가운데서 「천황의 나라 일본」 5부작이 완성되었다.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든 문제이다. 거칠더라도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그 중심에는 천황제가 있다. ‘하늘의 황제’라는 의미의 천황은, 비록
2차 대전 패전 이후 인간선언을 한 상징일 뿐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일본의 우월감을
드러낸다. ‘하늘의 황제’는 세계를 지배할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전쟁에 패했기 때문에 잘못을 뒤집어 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근본적인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이다.

PD들과 제목에 대해 논란을 벌인 적이 있다. ‘천황’이라는
호칭때문이었다. 사실 팀내에서 「천황의 나라 일본」이라는 제목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정서를 감안할 때 프로그램 제목에 ‘천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많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간단한 문제였지만 결론을 내리는 데는 장시간에 걸쳐 격론을
벌여야 했다.
결론은 ‘일왕’이나 ‘왜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하는 분들의
생각을 명확하게 이해하면서도 ‘천황의 나라’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부르는 ‘천황’이라는 말에 담긴 상징, 그리고 그 단어가 갖는 지배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일본의 속마음을 밝혀 보자는 의도라면 다른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가 굳이 천황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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