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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자의 이근행PD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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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근행,2005-07-29

 

"연출자의 변"

「천황의 나라 일본」 연출 PD의 말 


오는 8월 7일(1부), 8월 8일(2, 3부), 8월 14일(4부), 8월 15일(5부)에 방송되는 "광복 60주년 특별 기획 - 천황의 나라 일본"의 담당 연출자인 이근행 PD가 기고한 글이다.


광복 60년. 그러나 혹독했던 식민지배의 상처, 청산되지 않은 과거, 그리고 역사인식의 갭이 여전한 오늘입니다. 양국 수뇌는 작년 회담에서 2005년을 ‘한일 우정의 해’라고 선포했었습니다.  하지만  연초의 ‘독도 문제’,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참배 문제’ 등의 정치적 핵폭풍을 만나 한갓 ‘철없는’ 정치적 수사로 전락하고야 말았습니다. 그것이 한일관계의 객관적 현실이었던 겁니다.

개개의 일본인들을 만나면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구제 불능의 사람도, 참으로 좋은 사람도 만났습니다. 그러나 소위 ‘피해자’의 입장에서 칼날을 세우고 접근하진 않았습니다. 차분하게 그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생각을 들으면서, 오늘의 일본(인)을 그려 보고자했습니다.

서로 다른 기억의 소유자들은 또 어떤 미래에서 만날 것인가도 생각했습니다. 또 지나친 이상주의라 치부하더라도 국가, 이념, 민족을 넘어서는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육성으로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전쟁말기 자폭특공대(인간어뢰 카이텐)와 야스쿠니신사를 다룬, <제2부-텐노의 사쿠라>입니다.  천황제 이데올로기가 집단내부에서 어떻게 작동하면서 인간을 파괴하는가를 보여 주는 것은, <제4부- 충성과 반역>입니다. 궁극적으로 ‘국가의 책임’만으로 귀착시킬 수 없는, ‘국민의 책임’에 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현재 일본은 패전 후 성립된 평화헌법에 따라 소위 '상징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성립된 '근대천황제'는 결국 군국주의 파시즘으로 파국적 종말을 맞이함과 동시에 역사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諸국민들은 그 가학의 정점에 섰던 천황을 아무래도 기억의 영역에 死藏시키지 못합니다. 저 天皇이라는 말 자체는 그렇게 우리를  과거, 피학의 역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자꾸만 붙들어 맵니다.

60년이 흐르고도 '기억'이 여전히 '현실'이어야 하는 이 지경에서, 역사의 불행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넘어, 우리가 가야 할 미래, 그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자꾸 합니다. ‘내 안의 파시즘’이라는 말도 생각납니다. 이 프로그램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기를 진정으로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