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취재 후기
제작진이 들려주는 방송으로는 못다한 이야기...
 어린이집에서 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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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광,2006-08-20
“5살 아이 똥꼬에 볼펜을 넣었다.”... 똥꼬에 볼펜을??? “이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왜” 라고 물었다. “모르겠다”라는 답변이 돌아 왔다. 그러면 “누가 넣었냐?”고 다시 물었다. 대답은 ‘어린이집 교사’ 라는 거였다. 종합해 보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집 교사’ 가 자신이 맡고 있는, 그것도 이제 다섯 살 난 아이 ‘똥꼬’에 볼펜을 넣었다는 것이다. <2580> 취재팀과 제보자와의 첫 전화 통화 내용이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을 접하게 되면 반응은 대개 두 가지다. 무시하거나 무지하게 관심을 갖거나. 취재팀은 무시했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 하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에 물었다. “증거는 있으세요?” 없다는 거였다. 증거는 없다 면서도 제보자에게선 다른 얘기들이 더 쏟아져 나왔다. 일일이 열거하긴 뭐 하지만 하나 같이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주장들이었다.

교사가 말을 안 듣는 아이에게 벌을 주며 “그 아이의 ‘고추’를 잡아당기라고 다른 아이에게 시켰다”거나 “어린이집 운전사가 아이에게 자신의 성기를 물게 했다”는 등 모두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교실 안에서 교사가 그렇게 공개적으로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했다면 어느 부모가 그런 어린이집을 계속 보내고 있겠냐?” 고 물어도 증거는 없지만 무조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였다.

“아, 그러시냐?”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는 차에 귀가 번쩍 뜨였다. 자기 아이만 당한 것이 아니고 당한 아이들이 더 있다는 거였다. 경찰에 정식으로 피해 사실이 신고된 아동만 7명이라는 거였다. “어, 이러면 얘기가 다른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부모들을 만나 보았다. 3가지 점에서 부모들의 진술은 일치했다. 모두 올 3월부터 아이들이 같은 어린이 집을 다녔다는 것, 어느 순간 아이들이 핥거나 성행위를 흉내 내는 등 이상한 성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다녔다는 어린이집에 대해 아이들이 극도의 공포심과 적개심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는 것, 그 세 가지였다. 이런 저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많았지만 증거는 없었다.

어린이집에선 물론 말도 안 되는 헛소문 이라며 펄쩍 뛰었다. 어린이집 운전사가, 담당 교사가, 그리고 원장이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면 원장과 교사, 운전사가 모두 한통속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그게 일어날 수 있는 일 같냐 며 원장이 오히려 취재팀에게 되물었다.

똥꼬를 볼펜으로 쑤셔서 아이들이 병원에 갔다고 하는데 그러면 치료를 해줬다는 병원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병원은 찾지도 못했고 보험공단의 진료 기록을 확인해도 아이들이 진료를 받은 기록은 없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원장은 어린이집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학부모들이 헛소문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원장의 표정이나 말에선 정말 ‘억울함’이 절절히 묻어났다.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나름대로 타당해 보였다. 아니, 오히려 학부모들의 황당한 주장보다 훨씬 더 상식에 부합해 보였다. 원장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며 자신은 헛소문의 피해자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다. 원장 말대로 제보자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불만을 품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해가 되는 헛소문을 퍼뜨리려고 작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헛소문으로 인해 어린이집 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까지 다치게 된다면? 자신의 아이에게 상처가 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상대방을 다치게 하려면 정말 불구대천의 원한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어린이집 운영에 불만을 품은 정도로 그런 불구대천의 원한을 품게 될까? 그것도 7명이나 되는 아이의 부모들이 한꺼번에?

7명의 아이들 가운데 5명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지금도 우울증이나 신경 안정제 같은 정신병 약을 복용하고 있는 아이도 있다. 이제 다섯 살 밖엔 안 된 아이들이다. 어린이집 운영에 불만을 품고 그 어린이집을 해코지하기 위해 이제 다섯 살 된 자신의 아이들에게 정신병 약을 먹여가면서 까지 헛소문을 퍼뜨릴 부모들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다른 어떤 상식보다 그런 부모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상식적인 생각이었다. 세상의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성추행 피해자로 만들고 싶어 할 것이며 세상의 어느 부모가 있지도 않은 정신적 충격을 있다고 해서 아이에게 정신병 약을 먹일 것인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몹쓸 성추행을 당했거나 당했다고 믿지 않은 한 말이다.

두 달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아이들의 심리 상태 등을 정밀하게 테스트 해온 전문가들의 잠정적인 결론은 7명이 다 성추행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 는 것이었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당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는 거였다.

다만, 전부 다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한 아이에 대해선 80% 이상 성추행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것이 성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정서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이든 아이들이 해당 어린이집에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거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 어린이집 원장은 경찰 수사에서도 아무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거듭 결백을 호소했다.

경찰서를 찾아가 담당 형사를 만나 보았다. 담당 형사는 취재팀에게 수사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사나 운전사가 음부 등을 만졌다는 아이들의 진술은 있지만 증거가 없다는 거였다.

대게의 아동 성추행 범죄는 증거가 있을 수 없다. 증거가 없어서 수사가 어렵다는 경찰의 말은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증거를 찾기 위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입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는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 졌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이가 그린 ‘가해자’ 그림 등 성추행 관련 그림은 아예 수사 참고 서류로 받지도 않았다. 아이가 그린 것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잘 그렸다는 것이 참고 자료로 받지도 않은 이유였다.

5명의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담당 의사를 찾아 가지도, 관련 진단서를 떼 오라는 말도 해주지 않았다.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면 당연히 ‘실제로 정신적 충격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신적 충격의 원인은 무엇인지..’등에 대한 수사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음부에 염증이 생겨 치료 받은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치료받은 산부인과에도 가보질 안았다.

5살 아이가 산부인과 치료를 받을 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담당 형사는 그 아이가 왜 진료를 받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을까? 그렇게 두 달 간의 수사 끝에 담당 형사는 ‘증거가 없다’며 ‘혐의 없음’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검사 지휘를 올렸다고 했다.

성범죄 신고 ‘암수율’ 이라는 것이 있다. 발생 건수 대비 신고 건수를 이르는 말이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이 암수율이 10대 1 정도 된다고 한다. 10건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1건 정도만 신고 된다는 뜻이다.

아동 성범죄의 경우 이 암수율은 훨씬 더 낮아진다. 일단 아이들이 자신이 당한 일을 몰라서, 혹은 가해자로부터 협박이나 구슬림 등을 받아 부모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부모가 알더라도 알려져 좋을 일이 없다며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신고를 해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는 점이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 가족 모임’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 신고가 실제 유죄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단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신고된 아동 성범죄 피의자 20명 가운데 한명만 유죄 판결을 받는 다는 얘기다.

그나마 처벌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실제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20% 밖엔 안 된다. 나머진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된다고 한다. 아동, 청소년 성범죄자 5명 가운데 4명은 유죄를 선고 받고도 재판이 끝남과 동시에 풀려난다는 얘기다. 미국 같은 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성범죄 재범자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범행은 점차 흉폭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의 연령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마포에 사는 50대 구둣방 주인이 11살 여자 아이를 성추행하려다 잔혹하게 살해한 ‘허모 양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구둣방 주인은 작년에도 아동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결국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초등학생 미만, 특히 7세 이하의 미취학 아동의 경우 직접적인 강간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구조상 직접적인 성폭행, 즉 성기 삽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대부분 추행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정신적, 육체적 충격은 성인이 당한 성폭행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문제는 추행이 강간에 비해 그 형량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아동 성추행범에 대해 집행 유예나 벌금형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7월, 일부 국회의원들이 ‘유사 강간죄’의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 개정안을 냈다.

유사 강간죄는 추행이더라도 그 피해자가 13세 미만 아동의 경우 강간죄에 준해 처벌하는 것이다. 강간죄에 대한 형량은 징역 5년 이상이다. 이렇게 되면 아동에 대한 성추행 가해자를 엄히 처벌할 수 있어 아동 성범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금 일 년 넘게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이번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아직까지 어떤 직접적인 증거도 나온 바는 없다. 어쩌면 증거는 처음부터 없었을 지도 모른다. 성추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이들이나 아이들 부모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대충 대충이 아닌 철저하고 또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수사 과정에 아동 성범죄 전문가들의 도움이나 조언, 그리고 이를 수사 과정에 반영하는 것도 물론 필수적이다. 적어도 ‘그 정도 해봤는데도 아니라면 아닌 게 맞는 것 같다’고 아이들 부모를 승복시킬 정도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해봐야 한다.

7명의 아이들 부모를 영화 <오로라 공주>의 엄정화로 만들어 내지 않기 위해서도, 그리고 정말 아무런 성추행도 저지르지 않았다면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는 어린이집 관계자들, 양 쪽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시사매거진2680][유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