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루미! 이 녀석들은 정말 민감하다. 자신들의 안전거리 안으로 절대로 사람을
들리는 않는 이 녀석들을 촬영하려면 일단 완벽하게 위장된 위장막 속에 들어가 추위와의
전쟁을 치루면서 기다려야만 한다. 기족 단위로 생활하는 두루미들은 먹이를 주워
먹거나 쉴 때는 반드시 한 녀석은 보초를 서며 일단 불안하다고 생각되면 경계음을
내는 것과 동시 가차없이 날아가 버린다.



철원 평야 민통선 내 논에서 주로 월동을 하는 이 녀석들은 논이 추워서 얼어
붙거나 눈이 와서 논에 흩어져 있는 알곡을 주워먹지 않을 경우에만 철원군 두루미보호협회
주민들이 뿌려주는 곡식을 주워 먹으려 모여 들지 그렇지 않으면 뿔뿔이 흩어져 논에
흩어져 있는 곡식을 주워 먹는다.
이 녀석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여 있으면 서로 먹이를 두고 다투기도 하고
때때로 암수끼리 서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한다. 두루미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때의 모습을 보면 마치 발레를 보는 것 같다. 그러므로 단순히 먹이
주워 먹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보다는 이런 모습을 촬영해야 두루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촬영 팀은 어디에 있든지 철원에 제발 눈좀 왔으면, 제발 추워졌으면
하는 게 소원이다. 그런데 마침내 요번 출장 때 그 기회가 온 것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전국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고 철원은 영하 17도까지 내려 간다고 한다.
전날에 바람이 많이 부는 걸로 봐서는 그 다음날은 무척 추울 것 같아 촬영 팀 모두들
쾌재를 부르며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다음 날 새벽 여늬 때와 마찬가지로 6시 동트기 전에 위장막이 지어진
곳으로 출발을 하고 현장에 가보았으나 아뿔싸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모여 잠을
자던 녀석들이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녀석들이 오기 전에 들키지 않고
위장막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혹 DMZ 내에서 잠을 자고
이곳으로 먹이를 주워먹으러 날아 오는 녀석들이 내려앉아 준다면 전화위복의 호기회가
아닌가. 살을 에는 찬 바람에 체감온도 영하 30도.생전 처음 겪어보는 강추위에
벌벌 떨며 기다리기 한 시간 여 드디어 동쪽으로부터 여명이 밝아 오고 DMZ
내에서 잠을 자던 두루미들이 남방한계선 철책선을 넘어 날아들기 시작한다.
그 중의 한 떼거리가 위장막 앞 논으로 날아들고, 촬영 팀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강추위도 잊고 흥분에 휩싸였다.


그런데 아뿔싸 녀석들이 느닫없이 날아 오르고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게 아닌가.
이어서 난데 없는 트럭소리가 들리고 커다란 16톤 짜리 덤프 트럭들이
객토 작업용 흙을 싣고 위장막 앞을 보무당당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럴 수가 !!
아직도 우리의 지성이 하늘에 닿지 않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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