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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한국
표범에 관한 보고서
표범은 고양이과 동물 중 가장 아름다우며 우아한 동물이다. 또한
야행성으로서 시력이 예민하고 청각이 민감하며 후각이 잘 발달한 동물이다.
게다가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기 싫어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런 표범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모험을 하는 것과 같았다. 방송을 준비할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바로 “한국에
표범이 있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불과 100년전까지만해도 한국 표범은 백두산 호랑이와 더불어
한반도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존재해왔다. 1920년대까지만해도 표범에
의한 인명이나 가축 피해 사례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만큼 한반도에는
많은 개체수의 표범이 서식하였다. 그렇다면 그 많던 표범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것이 본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맨 처음 제작진이 가졌던
화두였다. 그 후 2년여의 준비기간과 촬영기간을 거쳐 <한국표범>
2부작(국내편 ‘한국표범의 비극’, 국외편 ‘핫산 계곡의 포효’)가
방송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 거의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 표범(아무르 표범- Panthera
Paradus orientalis)은 세계적으로 가장 희귀한 육식동물 중의 하나로
전세계적으로도 러시아 연해주 핫산 지역에 단 30마리 미만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팀은 먼저 국내편에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한국 표범의
역사적 실존자료를 제시하였고 한국 표범의 멸종 원인을 짚어보았다.
한반도에서 표범 절멸의 궤적을 따라 올라가보면 일제시대 때 시행된
해수구제(害獸驅除)라는 제도와 만나게 된다. 해수구제란 인간에게 해로운
짐승을 없앤다는 것인데, 당시 조선 총독부 자료를 보면 16년간 포획된
표범만 해도 624마리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해수구제란 명목으로 호랑이와 표범을 잡아 없앰으로써 이들로써
상징되는 조선인의 기상과 기개를 없애려는 계획된 만행이었다. 서울대공원
동물부장을 역임했던 오창영 씨의 증언에 따르면 세계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이 본국으로 철수하면서까지 창경원에 있었던 호랑이, 표범
같은 맹수류를 잡아죽임으로써 그 본심을 끝까지 보여주었다고 하니
일본인의 그 집요함이 가슴 섬뜩케 한다.
공식기록에 의하면 1962년 경남 합천 오도산에서 마을 주민에 의해
포획된 1년생 수컷이 우리나라 마지막 표범인데, 포획 후 창경원에 기증됨으로써
해방 이후 처음으로 맹수가 창경원에서 선을 보이게 되었고, 창경원
직원들도 이 마지막 한국 표범을 극진히 아껴 당시 사람도 먹기 힘든
쇠고기를 매일 주었으며 여름엔 선풍기까지 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표범은 1973년, 창경원에서 그 최후를 맞음으로써
한국 표범의 명맥도 끊기고 말았다. 표범은 죽었을 당시 전신에 욕창이
심해 박제로도 남길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후 한번도 공식적으로 보여지지 않았던 한국 표범이 북한에는
생존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테이프를 입수해 시청자에게 보여주게 된
것은 실낱같은 가녀린 희망을 보여준 것일까. 1999년 11월 아직도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채 원시림 그 자체를 유지하고 있는 자강도 낭림군 소재
개마고원 와갈봉 기슭에 있는 벽바위골에서 촬영된 이 한국 표범은 아직도
한반도에 표범이 살아있다는 확실한 증거로 제시되었다.
국외편은 러시아 께드로바야밧찌 자연보호구 서식하고 있는 아무르
표범(한국 표범과 같은 종)을 자연 생태전문촬영가인 최기순 씨가 2002년
가을부터 2004년 여름까지 2년여에 걸쳐 촬영한 기록이다. 워낙 예민하고
야행성인 표범인지라 추적 촬영은 불가능했고 녀석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에서 위장막을 치고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싸워야 했으며
보통 한달에 한, 두번 정도 길게는 석달 동안 나타나지 않는 녀석들을
기다리며 혹시 밀렵이나 당하지 않았나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집요한 기다림 끝에 호랑이와 먹이 경쟁을 벌이며 심각한
먹이 부족현상에 시달리는 아무르 표범의 현주소와 밀렵 등에 의한 개체수
감소로 현재는 근친교배가 아니고서는 정상적으로 종족을 보존할 수조차
없는 상황을 영상에 담아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벌어졌던 비극이 러시아에서도 재연되고 있는 현실…. 왜
이들은 이런 슬픈 운명의 나락으로 떨어져야만 했을까. 이렇게 슬프게
살아가는 아무르 표범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제작팀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했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에도
표범이 살았느냐고 묻던 사람들에게 본 방송이 그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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