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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쓰나미 그 후 6개월, 우리는 살아간다

기획 : 전연식  연출: 김인수  
글,구성 : 김은희 조연출 : 임종명

취재 : 이지유

방송시간
9월 2일(금) 밤 10:55 ~ 11:55

 

 
기획의도

지난 3월 11일 일본 열도에 닥친 사상 최악의 동일본대지진. 이후 5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쓰
나미 최대 피해지인 미야기 현은 여전히 참사의 모습이 생생하다.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
비하고 있다는 선진국 일본도 엄청난 규모의 자연의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재해 발생 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이로 인한 원전 방사능 누출이지만 실상
가장 슬픔을 겪는 사람들은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일 것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동북
지방 연안부에 위치한 미야기 현의 이시노마키 시. 이곳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된 사람들만
6천여 명.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제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슬
픔과 상실, 트라우마에 맞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 이시노마키 시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고 천천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가고 있다. 생의 모든 것이 있었던 땅을 떠나지
못하고 무너진 삶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의 극복과정을 살펴본다.  

주요내용

◆ 이 세상에 단 두 사람, 아빠와 딸
쓰나미가 덮쳤던 그날도 어업이 가족들의 생계 수단이었던 아빠 기무라 요시테루씨는 바다
위에 있었다. 배를 항구에 댈 수 없었던 아빠는 바다에서 라디오를 통해 소식을 들으면서도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 자신의 집만은 무사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땅에 발을 내
딛는 순간, 그의 모든 것은 사라져버렸다. 10m의 파도에 집은 엉망진창이 됐고 아내와 큰
아들을 잃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살아남은 딸 시오리를 위해 아빠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이
를 악물어야 했다. 아직도 모든 것이 꿈만 같은 아빠는 시오리가 잠든 밤이면 울음이 나오
지만, 시오리를 보며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초등학교 2학년 시오리는 요즘 부쩍 아빠에게 응석을 부린다.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 대신 가설주택에 마련된 엄마와 오빠의 불단 앞에서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
를 하는 시오리. 엄마에게 배웠던 대로 컵도 씻고 목욕탕도 청소하며 예전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오리에게 이제 의지할 곳은 아빠뿐이다.  


◆ 그래도 생은 계속된다, 엄마와 4남매
한국에서 일본으로 시집을 간 홍경임씨. 일본인 남편과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결혼을 하고
동시에 일본어를 배우며 일본 사회 속에 적응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 굴 양식업을 하던
남편을 도와 세 남매를 낳고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을 즈음. 마을 자치 소방대원이
었던 남편은 가족들의 만류에도 차를 몰고나가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올해도 3월 11일 날 온천이라도 갔으면 이런 일을 없었을 텐데. 굴 작업을 빨리 끝내면 온
천에 몸을 쉬러 가거든요. 근데 올해는 제가 임신을 하고 있어서 일을 못하겠더라고요. 그
래서 놔뒀더니 일 끝나는 시기가 늦어진 거예요. 내가 일을 못해서, 늦어져서... 내가 죽였
나. 그럴 때도 있었어요.
                                                                                        - 홍경임씨 INT 中

 
 


 죄책감에 몸을 추스를 수도 없었던 그는 재해가 있고 40일 되던 날, 홀로 막내 딸 에리나를
낳았다. 남편에게 배웠던 굴 양식업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기에 어린 4남매와 함께 앞으
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생각하면 금세 눈물이 고이고 만다. 막내딸을 낳았을 때, 잠시 떨
어져 시설에 맡겨졌던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점점 불안해져 엄마와 잠시만 떨어져있어도 울
음을 터트리는데. 낯선 땅, 의지할 곳 없는 일본에서 엄마는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


◆ 사라진 아이, 포크레인 자격증을 딴 엄마
최대 10만 명의 자위대가 투입돼 사망자와 실종자 수색을 했지만 3월 하순부터 사체 발견
은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서는 거의 제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수색
도 사실상 종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아이를 찾진 못한 학부모들은 직접 수색을 시작했다.
여러 번의 수색 끝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들이 직접 중장비 면허를 취득하고
포크레인을 빌려 학교 주변에서 바다까지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앞으로 4명, 전원이 발견되지 않는 한 끝이 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나머지 아이
들의 사체를 꼭 찾고 싶어요.
                                                        - 실종자 아버지, 히라츠카 신이치로 INT 中

 학교에서 사회와 영어 과목을 가르치는 히라츠카 부부 또한 포크레인 자격증을 따고 가능성
이 있는 모든 장소를 파헤치고 있다. 맏딸의 사체를 찾지 못한 부모에게 쓰나미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의 시간이다. 이번이 마지막 수색 기회라는 부부는 딸을 찾을 수 있을까.

◆ 홀로 남겨진 불안속의 할아버지
작년에 막내 손자가 태어난 요시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크면 함께 테니스를 치기 위해 오랫
동안 피워왔던 담배를 끊었다. 요리를 잘했던 아내와 귀여운 손자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이제 아내와 손자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불안해지고 눈물이 나
온다. 딸들에게도 울보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어, 그만 울음을 멈추고 다시 예전처럼 이시
노마키의 평범한 할아버지로 돌아가고만 싶은데. 아무도 없는 망가진 집에서 할아버지는 오
늘도 혼자 눈을 뜨고,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하고 외로운 식사를 마친다.

겉은 깨끗하게 정리돼서 쓰레기나 잔해가 사라졌다고 끝난 건 아니에요. 실은 그 안에서 살
고 있는 사람이,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생활해 나가야 할지.. 그런 걸 생각하면 굉장히
불안해져요. 하지만 그건 자신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인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요.
                                                                                   - 요시다씨 INT 中

 


◆
멈춰 버린 시간, 죽음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아이들
전교생 108명의 이시노마키 시의 오카와 소학교의 시계는 3월 11일로 멈춰있다. 거대한 해
일은 학교의 담장을 넘어 2층 교실까지 물밀듯이 들어왔고, 교사들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로 피하기로 결정하며 아이들과 교사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
이들은 죽고 부모는 살았다.
 
 

이시노마키 시의 또 다른 학교, 카도와키 소학교. 방학이 끝났음에도 학교가 불에 타버려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은 그간 정들었던 카도와키 소학교 대신, 인근 중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산으로 피신하며 해일이 덮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잊고,
이전과 다른 생활에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는데... 너무 빨리 죽음을 알아버린 아이들. 친
구를 잃고 학교를 잃게 한 동일본대지진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자리를 잡게
될까.

 


◆ 슬픔 뒤에 오는 것들, 기록으로 치유하기
3월 11일 비극의 순간부터 모든 과정을 느리게, 조심스럽게 아픔을 기록하고 있는 아오이
케 켄지 감독(67세). 1995년 6400명이 사망한 한신대지진 때도 무너진 도시의 재건과정과
사람들의 상처 극복과정을 기록했다. 한신대지진을 통해 아이들의 트라우마는 평생 사라지
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노장감독은 오늘도 살아남은 아이들을 찾아다닌다.
 



 희망 앞에는 역시 절망이 있기 마련이고, 그 절망적인 상태에서 현재 풍경이나 피해 지역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를 단순히 절망적인 이야기를 찍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향해 간다는
것으로 찍고 싶어요.
                                                                       
- 아오이케 켄지 감독 INT 中

 

대지진의 불행 속에서 새롭게 무엇이 태어나는지 기록해야 한다고 믿는 감독과, 이를 후원
하고 자신들의 고통스런 기억을 기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시민들로 만들어지는 또 하나
의 다큐멘터리. 이들의 작은 움직임으로 일본의 모든 슬픔은 천천히 치유되고 있다.
 

 

 






2011/08/26(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