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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한반도의 모든 바다가 충격과 공포의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불가사리 떼가 바다 밑을 점령한 것이다.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 공포의 해양 포식자들은 양식장의 모든 패류는 물론 문어와 물고기마저 무자비하게 먹으며 끝없이 번성하고 있다. 불가사리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다. 최근 수년 간 불가사리의 개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은 바로 양식장의 풍부한 먹이 때문이다. 양식을 위해 어민들이 뿌려놓은 조개들이 불가사리를 불러들였고, 천적이 없는 최적의 환경 에서 해를 거듭하며 꾸준히 번식해온 것이다. 재앙이 될 수밖에 없는 불가사리들이 거대한 군을 형성할 때까지 아무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불가사리는 인간이 키워낸 재앙이다. 바다 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앙의 실체는 충격 그 자체이다.
이 프로그램은 10년의 기간 동안 울릉도를 포함하여 한반도의 모든 바다를
샅샅이 훑어낸 결과물이다. 그 사이 불가사리의 경악스러운 생존력과 놀라운
번식력, 그 산란의 현장을 국내 최초로 포착하고, 우리 바다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을 수 있었다.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불가사리의 심각성을
공개함으로써 바다에 대한 의식의 전환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숙제인 바다의 미래를 다함께 생각 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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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 별들의 점령>
 
불가사리 떼가 바다 밑에 별처럼 빽빽하게 진을 치고 있다. 불가사리 떼가 쓸고 간 바다는 텅 빈 조개껍질 무덤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불가사리 한 마리가 하루에 조개 1개씩만 먹어치운다 해도 양식장의 피해는
막대하다. 한반도의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까지 어디라 할 것 없이 불가사리의 전면전에 속수 무책으로 당하는 중이다.
<불가사리의 포식 장면>
 
불가사리가 위장으로 조개를 감싸 안고 조금씩 녹여먹는다. 굴과 전복, 홍합 등 모든 패류들이 이들의 먹잇감이다. 따라서 패류 양식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불가사리들의 만찬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어부들이 던져놓은 통발과 그물에 물고기와 문어가 걸리자 불가사리 떼가 거침없이 그들을 공격한다. 불가사리는 주로 패류를 먹지만 통발에 걸린 문어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는다. 한 무리가 문어를 공격하는 동안
다른 무리는 전복과 홍합을 집어삼킨다. 불가사리 떼가 이동하는 동안 그들 뒤로는 무수한 껍데기 잔해들만 남아있다. 충격을 넘어 경악과 공포가 느껴지는 장면들이다.
<끈질긴 생존력, 막을 수 없는 번식>
 
위기가 닥치면 불가사리는 마치 도마뱀처럼 몸의 일부를 뚝 떼어내며 도망친다. 그리고 잘 려나간 다리는 2주일이면 다시 새로운 다리로 재생된다. 이토록 생존력이 강한 생물체가 떼 지어 우리 바다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더 두려운 것은 바로 그들의 번식이다. 불가사리 한 마리가 수중 바위 위로 올라가 몸을 꼿꼿이 세운다. 곧이어
녀석의 표피로부터 하얀 알들이 무수히 뿜어져 나온다. 알들은 뿌옇게 흩어져 점점 넓은 바다로 퍼져나간다. 이들 중 살아남은 녀석들은 다시 성체가
되어 포식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한숨 쉬는 어부의 아내>

경남 남해의 노구 앞바다. 문어통발어업을 하는 어부와 그의 아내, 통발 속에서 불가사리의 먹이가 되어 껍질만 남게 된 문어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것은 대한민국 어느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어민들은 불가사리라면 치를 떤다. 그러면서도 통발에서 꺼낸 불가사리들을 바다로 내던지지
않고 일일이 한쪽으로 모아둔다. 찢어서 버려도 다시 살아 돌아오는 이 무서운 포식자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땅 위에 널 어 말리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부패가 빠른 불가사리는 악취가 지독하다. 불가사리를 잡아 놓은 곳에서는
악취로 곤욕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비양심적인 어부들은 잡힌 불 가사리를 다시 바다로 그냥 내던지기도 한다.
<바다 양식의 딜레마>

왜 이렇게 불가사리가 많아졌을까? 가장 큰 원인은 양식장에서 찾을 수 있다. 물고기양식을 위해 던져준 먹이가
밑밥 역할을 하 고, 조개양식장의 넘쳐나는 먹잇감들이 불가사리를 불러 모은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개체수가 증가한 것이다. 생계를 위해 양식어업을 선택한 어민들은 결국 불가사리들만 키워온 셈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양식을 포기함으로써 불가사리를 없앨 것인가, 아니면 불가사리의 공격을 받아가며 양식을 고수할 것인가?
<약속과 책임이 사라진 바다>

불가사리와의 전쟁을 위해 불가사리 구제 사업을 시행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 동안 수백 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달라진 것은 없다. 어부들은 구제사업 기간 중에만 돈을 받고 불가 사리를 잡아 올릴 뿐 이 기간이 끝나고 나면 더 이상 불가사리를 잡아오지 않는다. 불가사리의 점령범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정작 그 불가사리를 키워낸
당사자들은 하늘만 원망할 뿐이다.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양식장 관리, 그 책임을 묻기에는 범위가 너무도 광범위하다. 바다를 건강하게 가꾸자는 약속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속수무책일
뿐이다.
<불가사리를 이용하기 위한 노력들>
  
불가사리를 이용한 산업들이 하나둘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불가사리 몸속에서 콜라겐 성분을 채취해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키틴과 탄산칼슘 을 이용한 비료 개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가사리의 상업적인 활용만으로는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운것이 현실이다.
<작은 희망 - 울릉도의 과거와 현재>
 
2007년 울릉도의 바다 속 풍경. 당시 울릉도의 주민들은 쓸모없는 오징어 내장을 바다에 모두 버렸다. 그 결과 썩은 오징어내장이 온 바다를 뒤덮고, 불가사리들만 몰려와 포식하고 있다. 그것이 3년 전 울릉도 바다의 풍경이었다. 2010년, 다시 찾은 울릉도는 몰라보게 변했다. 불가사리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예전의 아름다운 수중 환경을 되찾고 있다. 오징어 내장이 불가사리를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울릉도에서는 내장을
전량 수거하여 가공 공장에서 물고기 사료로 재가공하고 있다. 먹이가 없어지자 불가사리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누구의 바다인가?>
바다는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삶의 터전이다. 생계라는 이름 하나로 우리는 그동 안 바다를 너무 쉽게 대해온 것은 아닐까? 생계를 논하기 전에
이제는 바다의 미래 대한 생각과 더불어 어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