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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배령의 여름

기획 : 윤미현  연출 : 이현숙   글,구성 : 고혜림
방송시간 :
2009년 8월 21일(금) 밤 10시 55분
기획의도

 강원도 오지 중에 오지 곰배령 산골마을에 여름이 왔다.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군락과 최상의 약초밭, 반짝이는 계곡,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까지 여름 곰배령은 그야말로 빛의 절정, 꽃의 절정이다.
 곰배령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구성부터 독특하다. 도심을 떠나 온 외지인과 본래부터 마을에 살던 원주민의 구성비가 7대 3. 곰배령은 '홀아비 동네'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곰배령에는 짝을 잃은 부부, 혹은 아이들을 도시로 올려 보낸 이산가족이 대부분이다.

 새벽부터 산에 올라 나물을 캐고 하루 종일 밭을 갈아도 그저 행복하고, 고단한 산골 생활은 놀이처럼 재미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를 살려내고, 좌절했던 중년 가장에게는 새 삶의 발판이 되어 준 치유의 터, 곰배령. 과연 곰배령에는 어떤 특별한 사연들이 있는 것일까? 지난 겨울 방송 되었던 <곰배령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 <곰배령의 여름>편에서는 거침없이 곰배령 중독자임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녹색 생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요내용

 
■ 천상의 화원 곰배령의 여름 야생화 꽃밭.


예부터 곰배령은 동서 지역의 바람이 만나는 접점이라 해서 바람골이라 불렸다. 바람골 특유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속에서 피어난 야생화들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꿋꿋하다.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 아래 주황색 동자꽃, 분홍색 이질풀꽃, 보라색 노루오줌 등 10여 종의 야생화 꽃밭이 펼쳐진 산 정상에 서 있으면 마치 하늘정원에 오른 듯 벅찬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곰배령 정상을 뒤덮은 야생화 꽃밭>               <곰배령에 피는 야생화 '동자꽃'>  



■ 곰배령 사람들.


① "자연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 맡는 것이 산 교육."
  "내 아이가 내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 논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강선리, 지어룡씨

 
지난 겨울, 홀로 얼음장 같은 계곡물에 꽁꽁 언 배추를 씻던 강선리의 지어룡씨. 방학을 맞아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어룡씨의 가족들이 돌아왔다! 어룡씨에게 여름 곰배령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재회. 가족과 함께 하는 여름 곰배령은 평소보다 몇 배나 더 즐겁다. 3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는 50만원이면 충분하고 계곡에 흐르는 물이 그대로 식수가 되며 과자 대신 꿀꽃을 따먹는다. 자연은 훌륭한 천연 놀이터. 고단한 집짓기는 쇠똥구리 놀이가 되고, 숲속의 넝쿨 그네에는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어린다.  

<숲속의 넝쿨 그네>                                   <어룡씨의 사랑하는 아들, 윤성이>
 


② "마음이.. 이곳에서 살아야겠다. 이런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아요."
    - 곰배령의 사랑스러운 꽃 소녀, 진동리 지인이.
   "홀아비 동네라고 그러잖아요. 이 동네가. 둘이 살다 나가게 되고 결국 혼자만 남게 되고."
    - 지인 아빠, 김철환씨.

 
곰배령의 아홉 살 꽃 소녀 지인이. 지인 아빠 김철한씨는 한 때 국내 주요 일간지와 외신에 몸담고 걸프전 등의 전장에 자원해 나섰던 호기 넘치는 기자였다. 도심을 버리고 곰배령으로 떠나 온 아빠를 따라 지인이는 이곳에 남았고, 엄마와 언니는 서울로 떠났다. 잘 나가던 기자 시절, 망치질 하나 제대로 못하던 지인 아빠는 이제 부녀가 살고 있는 집을 직접 지었을 정도로 노련한 일꾼이 되었다. 그런 지인 아빠의 최근 가장 큰 골칫거리는 매일 아침마다 지인이의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것. 종종 당돌하고 엉뚱한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혼자 남을 아빠가 불쌍해서 곰배령을 떠날 수 없다는 기특한 산골 소녀 지인이는 뭐니 뭐니 해도 아빠의 제 1호 보물이다. 좌충우돌, 알록달록, 동화보다 아름다운 곰배령의 감성소녀, 꽃소녀 지인이의 산골 생활기!

 <곰배령 꽃 소녀, 지인이>                          <늘 아빠와 티격태격, 당돌한 지인이>

 

③ "조금만 기다려라 훌륭한 남편으로 돌아가마." - 복분자 밭의 홍진표 씨.
   "한번 실패하면 고스톱 피박 치는 거랑 똑같더라고, 다시 복구하는 과정이 5년 이상은 걸리는 거 같아."  - 복분자 밭의 이만우 씨.

 
새빨갛게 익은 복분자 밭에는 중년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세 홀아비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서려 있다. 왕년의 통신업체 사장이었던 홍진표씨는 IMF를 겪으며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에 지쳐 도시를 떠나 왔다. 체육관 관장 출신의 멋진 근육맨 이만우 씨도 띠 동갑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곰배령으로 떠나 온 지 벌써 3년 째. 아침 5시에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농사일에, 예전에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집안 살림까지 고단한 하루의 연속이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 도시인 특유의 근심은 없다. 3년 전부터 더덕, 고추, 감자 농사 등으로 연이은 실패를 맛 본 끝에 드디어 올해 복분자 첫 수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 한 구석에는 도시에 남겨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차오르지만 언젠가 온가족이 함께 할 날을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일손을 놀린다. 풀밭에 앉아 먹는 고추장 한 종지와 막 뜯은 곰취, 고들빼기 쌈 한 상에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고 차가운 계곡물에 등목을 하며 흥취를 즐길 줄 아는 두 사람은 자연 안에서 언제나 행복하다.



<수확을 앞두고 탐스럽게 익은 복분자>               <복분자 수확하는 홍진표씨>



<계곡에서 신선놀음>                                     <풀밭 위의 진수성찬>


④ "산은 천지가 돈이다!"  - 아침가리골, 사재봉씨

 
사재봉씨는 34년 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와 아침가리골로 들어왔다. 눈만 뜨면 산으로 가 몸에 좋은 약초, 버섯, 심지어 산삼까지 캐러 다니며 아내를 위했던 재봉씨. 하지만 병마를 이겨낸 아내는 아이들이 있는 서울로 떠났고 재봉씨만 홀로 이곳에 남았다. 재봉씨의 머릿속에는 아침가리의 보물지도가 들어있다. 재봉씨가 날다람쥐처럼 온 산을 누비며 손을 대는 곳마다 산삼, 상황버섯 같은 진귀한 약재가 마구 쏟아져 나온다. 독사에게 다리를 물려 본 적도 있고, 가족도 그립지만 재봉씨는 산을 버릴 수 없었다. 산은 암에 걸린 아내와 전신마비였던 재봉씨를 살려낸 기적의 땅이기 때문이다. 이제 드디어 재봉씨의 “심봤다!!!” 외치는 소리를 들어볼 시간. 그리고 지난 겨울 산에 남겨 둔 상황버섯은 행방은?

<산삼을 캔 사재봉씨>                                 <지난 겨울 산에 두고 온 상황버섯>



⑤  "저는 중독자, 곰배령 중독자" - 진동리, 이하영씨

이혼 후, 세쌍둥이를 혼자 키워내고 있는 설피마을의 억척 아줌마 이하영씨! 17년 전, 명문 여대를 졸업하고 결혼과 함께 이곳에 정착했으나 산골생활이 힘겨웠던 남편은 10년 전 도시로 떠났고, 쌍둥이 셋과 하영씨만 이 집에 남았다. 아이들에게 공부 보다 더 소중한 것을 가르치고 싶다던 하영씨에게 최근 말 못 할 고민이 생겼다. 바로 이제 나란히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 세쌍둥이의 교육 문제다. 산골 오지 마을의 열악한 교육 환경은 결국 세쌍둥이를 서울 유학길에 오르게 하는데.. 산골에서의 교육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문제일까? 하영씨가 남편과 사랑하는 세쌍둥이를 떠나보내면서까지 곰배령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기꺼이 자신을 곰배령 중독자라 칭하는 하영씨에게 곰배령만의 특별한 매력을 들어 본다.

<집 앞 텃밭에서 곰취 따는 하영씨>                   <하영씨가 가장 사랑하는 세쌍둥이>



■ 곰배령의 야성과 스페셜 제작진의 조난.

곰배령 사람들은 집 앞 텃밭에 나갈 때도 꼭 장화를 신는다. 맹독의 독사들이 집 앞에까지 출몰한다는 것! 산을 타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스페셜 제작진을 아찔하게 했던 독사들의 습격. 우리나라 살모사 중 가장 치명적인 독을 가졌다는 '칠보사'는 물리고 난 뒤 7걸음도 채 떨어지기 전에 사망에 이른다 하여 '칠보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페셜제작진이 산삼을 캐러 산에 오르다 '칠보사'와 마주 했던 그 아찔한 순간을 가까스로 화면에 포착했다.

잔잔한 계곡에 폭우가 내려 물살이 위협적으로 불어나면 곰배령이 이제까지 보여 주었던 온화한 모습은 사라진다. 마치 대청소라도 하듯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자연의 위력 앞에 길이 끊기고 다리가 무너져 오도 가도 못 한다는 것. 스페셜 제작진은 곰배령의 야성을 카메라에 담아내려 거센 비를 뚫고 등반을 시도하다 산중에 고립됐다. 강선리 주민들과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새벽에야 간신히 구조된 제작진은 고립 당시의 상황을 급박하고 아찔했던 순간으로 회상했다. 제작진은 열성을 다 해 제작진을 구출했던 곰배령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난당한 MBC 스페셜 제작진>                    <다리를 건너는 아슬아슬한 모습>
 


※ 제작 뒷이야기

 제작진은 30여 차례도 넘게 곰배령 정상에 올라가면서까지 '천상의 화원' 을 화면에 담고자 했다. 그러나 키가 작고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 야생화의 특성 상, 제작진이 촬영 당시 직접 느꼈던 산 정상의 영험한 기운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이현숙 담당 PD는 "곰배령의 묘미를 화면으로 전달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곰배령 정상 꽃밭의 아름다움은 오직 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전했다.





2009/08/17(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