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자연다큐멘터리>DMZ는 살아있다>방송내용 반세기 동안 버려진 땅... 그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자연과 더불어 남북 분단의 아픔 속에서 꿈틀거리는 평화 통일에의 민족적 열망을 담아내 보고자 제작진은 전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냉전의 흔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인간과 야생이 공존하는 땅 DMZ는 자연생태의 보고로 재탄생되고 있다.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군사지역이라는 한계 때문에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은 우리 가슴속 깊은 곳에 하나씩 애틋함으로 자리를 잡아 긴 여운을 남긴다. 야생동물들에게 겨울은 춥고 배고픔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생존의 계절이다. 이에 인근 부대의 병사들은 경계근무 틈틈이 야생동물들을 위해 먹이를 뿌려 주기도 하는 등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병사들과 야생동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DMZ에는 곳곳에서 진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총성소리와 헬기소리, 군인들의 훈련소리는 이미 DMZ의 야생동물들에게는 익숙한 소리가 되었다. 병사와 야생동물들은 그들 나름의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들의 정원 향로봉과 용늪 향기로운 꽃들이 가득 핀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향로봉은 수십종의 꽃이 철마다 모습을 바꾸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향로봉은 남과 북의 꽃들이 만나는 집합소이다. 대암산 정상에 위치한 용늪은 남한에는 단 한 개 밖에 없는 고층습원이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 하여 용늪이라 불리는 이곳은 세계적 희귀식물 191종과 224종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으며 1997년 3월 우리나라 람사 습지 1호로 지정된 야생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수중생태의 보고 북한강과 임진강 북한강에는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한다. 그중에는 물속의 표범이라고 불리는 쏘가리와 천연기념물 제 190호인 황쏘가리 등도 포함되어 있고, 끄리가 열심히 산란을 하면 누치와 갈겨니등이 와서 그 알을 주워 먹는 진 풍경도 볼 수 있다. 임진강변에서는 어름치(천연기념물 제259호)의 산란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름치는 산란 후 주변의 자갈을 주워 탑의 형태로 쌓아 자신의 알을 보호한다. 얼마 후 알에서 어름치의 치어들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DMZ의 광활한 자연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검은머리 댄서 저어새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저어새의 번식지가 남한에서는 최초로 1999년 7월 강화군 서도면 석도·비도에서 발견되었다.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만 1600마리가 남아 있는 멸종 위기의 보호새이다. 주걱을 닮은 넓적한 부리, 검은 얼굴로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저어새는 DMZ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하는 아주 고마운 새이다. 이제다시 평화를 기원하며... 잔밥을 먹으러 내려온 멧돼지 중에 걸음걸이가 신통치 않은 녀석이 있다. 자세히 보니 지뢰에 발목이 잘려나가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다친 지 오래되어 그나마 걸음걸이가 익숙해진 녀석도 있는 반면에 며칠 전 끔찍한 사고를 당했는지 아직 상처도 채 아물지 않은 녀석도 보였다. 촬영 막바지에 지뢰 표시판 뒤로 막 달려가는 멧돼지 떼를 보니 마음이 애잔했다. 풀들이 무성히 자라기 시작하는 초여름에는 풀숲에서 길 잃은 고라니 새끼를 발견하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병사들이 풀을 베는 작업을 하던 중에 발견한 새끼 고라니라서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병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싸늘한 눈빛과 무장한 몸으로 적진을 바라보는 그들이지만 새끼 고라니를 보살피는 손길은 누구보다 평화를 기원하는 손길이었다. 처음엔 낯선 손길에 한껏 움츠렸던 새끼 고라니도 한결 편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보살펴 줄 수 는 없어 병사들은 다시 새끼 고라니를 방사하기로 했다. 풀숲에 놓인 새끼 고라니는 주춤거리다 이내 풀숲 속으로 사라져갔다. 부디 무사하게 성장해 DMZ의 생명을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