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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special 김C / 글:박미경

일할 땐 먹여주고 재워줬기 때문에 아무 고민 없이 노래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사람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뜨거운 감자?를 결성한 이후에도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소속사가 없다는 이유로 무대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깝긴 했지만, 돌아보면 그때처럼 충만했던 시절도 없죠. 한 푼의 수입도 없으면서 회사 출근하듯 모여서는 연습하고 얘기하고 또 연습하고…. 연습스케줄을 따로 잡아야 하는 요즘으로선, 그 시절이 무척 그리워요.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뒤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대도 겁나지 않을 만큼이요.

내겐 너무 당연한 '자유'

그는 딱 두 번 웃는다. 눈이 마주친 순간 어색하게 한 번,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다 희미하게 한 번. 이런저런 화제로 다소 호들갑스럽게 '낯 풀기'를 시도한 것에 대면 빈약한 '성과'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이면 많이 웃은 거라는 매니저의 '위로' 때문이 아니다. 웃을 일 없는 세상에서 웃지 않을 자유를, 그는 다만 누리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된 까닭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굳은 얼굴 뒤에 숨은 그의 '진짜 표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머릿속 생각을 날것 그대로 털어놓을 자유, 아닌 걸 아니라고 노래할 자유….    

감히 말하지만, 어느 날 문득 우리 곁에 다가와 익숙하지 않은 화법으로 엉뚱한 생각들을 늘어놓기 시작한 그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재미있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잘 벼린 칼 같은 노래로 괴물 같은 세상을 질타하기 위해 잠시 방송을 빌린, 재미 대신 자유를 가진 남자 김C와의 인터뷰.

 라디오방송(김C의 음악살롱)을 시작한 지 서너 달이 지났는데요. DJ로서의 생활, 어떤가요?
9시 방송에 맞추려면 아침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음악을 하면서 10년 넘게 다른 사이클로 살아온 나로선 그게 너무 힘들어요. 그것만 빼면, 그래도 이 일이 제일 할 만합니다. DJ는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고, 내 생각을 말해야 할 때도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내 생각?을 말하면 되니까요.  

그래도 이 일이 제일 할만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 외의 방송출연이 싫거나 혹은 힘들다는 말이군요.
맞아요. 이런저런 오락프로그램에 불려 다니는 게 너무 피곤해요. 그래도 계속 하는 건 그 일들이 '음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에요. 오락프로그램출연의 좋은 점이라면 단 하나, 출연횟수가 잦을수록 공연의 소중함이 커진다는 거죠.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음악이야기를 하죠. 당신이 보컬로 있는 '뜨거운 감자'는 97년 결성 이래 단 두 장의 앨범을 냈어요. 1집이 출시 직후 사장된 터여서, 지난여름에 2집 <뉴턴>을 냈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뉴턴>을 들어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이 남는 건, 1집 때는 기획사가 망하면서 음반도 함께 사장됐고 2집 때는 소위 잘 나가는 기획사를 만나 살아남았다는 ?현실? 때문입니다. 음악적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기획사의 지명도에 따라 음반의 성패가 판가름 나는 건 불공평한 일이죠.

뮤지션으로서 평탄한 길을 걸어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일산의 한 막걸리집에서 주차원겸 웨이터겸 가수로 일하면서 음악의 꿈을 키우던 시절부터, 가수가 되긴 했지만 변변히 설 무대도, 이렇다할 수입도 없던 시절까지, 힘들지 않았나요?
막걸리집에서 일할 땐 먹여주고 재워줬기 때문에 아무 고민 없이 노래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사람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뜨거운 감자'를 결성한 이후에도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소속사가 없다는 이유로 무대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깝긴 했지만, 돌아보면 그때처럼 충만했던 시절도 없죠. 한 푼의 수입도 없으면서 회사 출근하듯 모여서는 연습하고 얘기하고 또 연습하고…. 연습스케줄을 따로 잡아야 하는 요즘으로선, 그 시절이 무척 그리워요.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뒤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대도 겁나지 않을 만큼이요.

윤도현 밴드의 '오프닝 전문'으로 활동하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러다 지난해 가을 마침내 자신들만의 무대를 갖게 됐을 때의 기분, 어떤 거였나요.
아무리 힘들어도 '이 맛'때문에 참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들이 가득 밀려왔어요. 딱히 다른 재주가 없어서이긴 했어도, 다른 곳으로 '새지' 않은 스스로에게 어찌나 고맙던지….

'뜨거운 감자'의 다른 두 멤버, 하세가와 요헤이와 고범준씨 얘기 좀 해주세요. ' 같아서 성장하고 달라서 발전하는' 세 친구 이야기요.
하세가와는 진지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친구예요. 외국생활의 고달픔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는 속 깊은 친구죠. 범준이는 7년 전 팀을 만들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군데, 살면서 찾아온 숱한 유혹들을 물리치고 밴드음악의 외길을 걷는 심지 있는 친구죠. 두 친구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에요.

사는 만큼 변하는 게 음악이겠지요? 잘못되어 가는 세상을 향해 '감자'를 먹이는 당신들의 음악도 세월이 흐르면 변해갈까요?
모든 예술이 그렇겠지만 음악은 특히 순간순간의 감정을 담는 거죠. 당연히 달라질 겁니다. 예전엔 공격적 성향의 음악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요샌 그런 얘기들을 하기 전에 나는 과연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돼요. 그렇다고 그것이 세상을 향한 칼끝이 무뎌진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과거에 '막무가내'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해왔다면, 이젠 조금씩 절제하면서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내 생각을 표현한다는 뜻이죠.

어떤 순간에 가장 행복한가요?
현명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요. 가령 '우리 색시' 같은 사람과 말이죠. 어떤 이의 미래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고 지켜봐주는 일, 그거 아무나 못 하잖아요? 배철수 아저씨도 그중 한 사람이에요. 가수로서든 DJ로서든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쉼 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그러고 보니, 그는 '젊은 배철수'라 불러도 좋을 만큼 배철수씨의 외모를 닮았다. 가고자 하는 길까지 닮고 싶어 하니, 김C의 미래가 궁금하면 배철수씨를 지켜볼 일이다).

얼마 전에 아기아빠가 됐죠?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요.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두요.
방송에, 콘서트준비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집에 돌아가면 1시간씩은 꼭 아기를 안아줘요. 지쳐 쓰러질 것 같다가도, 그 순간만 되면 거짓말처럼 힘이 솟죠. 다른 건 자신 없지만,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 '친구 같은 아빠'는 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당신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건가요?
총 없는 세상이요. 무기를 삭감하는 정도가 아니라, 총 자체가 아예 없는 나라 말입니다. 싸우려거든 돌멩이 이상은 쓸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유아적인 발상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세계평화'를 꿈꾸는 일 역시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