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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0일 목요일 방송 내용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07화 - 9월이 오면

(M) 주제음 : I Believe / 이수영

(E)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 상갓집 소리.

여내가 이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 오게될 줄은 정말 몰랐다.

여기는 장례식장이다.

내가 들어서자, 날 아는 얼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눈치다.

내가 이곳에 올 줄, 정말 몰랐다는 표정들이다.

이곳은, 내 첫사랑의 장례식장이다.

(M)기억 속으로 / 이은미

여저기 아슬아슬하게 앉아있는 여자는, 그 사람의 부인인가보다.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여리여리하다.

길지 않은 머리를 검은색 고무줄로 묶어놓았다.

그녀의 딸로 보이는 한 아이도 있다.

일곱 살, 또는 여덟살?

아직 아버지의 죽음을 모르는 건지,

천진하게 뛰어다닌다.

많은 사람들의 눈빛이 아이에게 꽂힌다.

그 아이의 인생이 불행할 거라고 단정 짓는 눈빛들로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저 어린 것은, 이제 어떡하냐고....

하지만 난 생각한다.

아버지가 없어서 조금 불편할 일이 생길 수 있겠지만

저 아이의 인생은 행복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난 그 사람의 부인 앞에 가서 인사를하고

흰 국화를 사진 앞에 놓았다.

영정 사진 속의 그를 보니, 새삼 눈물이 솟는다.

장례식장에서 우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난 혹시라도 그녀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있는 힘을 다해서 꾹 참는다.

(M) 영원으로 / 장혜진

(E) 기차 가는 소리

여대학 입학을 앞두고

난 고향인 속초에서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어릴 때부터 빌딩숲으로 뒤덮인 서울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기에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난 대학생활 안내서를 넘겨보고 또 넘겨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거기 대학 가요?

여네?

여웬 군복 입은 남자가 맞은편에서 말을 걸어왔다.

남그 대학.. 입학하는 것 같아서.

여...네.

남나두 거기 다니거든요. 약학과.

여아.. 그러세요? 저는 영문과에요.

남영문과..

여네. 그런데 군인이신 것 같은데..

남아..네. 다음달에 제대해요. 이번엔 말년휴가.

여네에..

남학교 가는 길이었어요 나두. 다음학기면 복학이니까.

여이런 데서 같은 학교 다니는 분 만나구.. 신기해요.

남나두 학교 생활 안내서 보는데 반가웠어요.

여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지만

키도 말쑥하게 컸고 군복도 잘 어울렸고

특히 웃을 때 하얗고 가지런하게 보이는 이가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M) 시간 속의 향기 / 강수지

(E) 캠퍼스 소음, 걷는 소리

여덕분에 길 안헤매고 제대로 잘 찾아왔어요.

엄마가 혼자 가서 길 잃어버리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셨는데.

남아까 내가 가르쳐 준대로 와요. 그게 제일 빠른 길이에요.

여네.

남학교는 하나도 안변했네.

여정말 좋아요. 오래된 학교라 그런지, 여기저기 오솔길도

예쁘고. 나무도 많고. 건물도 고풍스럽고.

남저기 시계탑 있잖아요.

여네.

남예전엔 저 시계탑에서 종소리가 났었대요

여진짜요?

남그런데.. 정말 좋아하던 두 사람이 있었는데.

남자가 먼저 결혼을 했대요. 그래서 여자가 저 시계탑 아래에서

약을 먹고 죽었대요.

여.... 진짜요??

남그 다음부터 시계탑에서 종소리가 안났대나 뭐래나...

여괜히 으스스하다...

남그런데 그런 말이 있어요. 앞으로 진짜 사랑할 연인이 여기를

지나가면 종이 울린다.

여.... 진짜요? (긴장)

(E) 댕... 종 울리고

여엄마야!! (소리 지르는)

(M) 어쩌다 마주친 그대 / 김현정

(E) 캠퍼스 소음

여뭐에요. 진짠 줄 알았잖아요.

남진짜 속을 줄 몰랐죠.

이제 어디로 가요?

여네? 아.. 저는 기숙사도 좀 알아보고.. 이거저거..

남그래요. 난 동아리방 가봐야 돼서.

잘 가고. 학교 생활 잘해요. 나중에 기회 있으면 또 봐요.

여(아쉬운) ...네.

(E) 몇걸음 가는데

여저기요.

남네?

여동아리는 어떤 동아린데요?

남...동아리요?

여저도 동아리에 관심이 많아서.. 뭐 하나 들고 0싶0어서..

이리저리 알아보느라구요. 어떤.. 동아린데요?

(M) 내 작은 사랑의 노래 / 이연경

여그 사람은 2학기에 복학하기로 돼 있었다.

나는 입학하자마자 그 사람이 얘기해주었던 봉사 동아리에

들어가 열심히 활동했다.

가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며

그가 군대 가기 전엔 이 동아리의 회장이었고,

술을 잘 마시며,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군복무중에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 여자친구는,

키가 좀 작고, 마른 편에,

여성스럽고 귀여운 인상이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난 조금 절망했다.

난 키도 크고, 마르지도 않았거니와

여성스럽지도 귀여운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날 보면 중성적인 매력이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딱 한번의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을 기다리는 6개월 동안

그 사람이 더 많이 좋아지고 있었고,

그 사람이 좋아할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난, 어서 빨리

9월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M) 사랑의 바람 / 한영애

여9월이 됐다.

난 동아리방에 들어갈 때마다

혹시 그가 와 있는 건 아닌지, 가슴 두근거리며

여기저기를 둘러보았고. 가볍게 실망했다.

한주가 지나고, 두주가 지날 때까지도

그 사람은 오질 않았다.

다른 몇몇 복학생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 사람도 이제 공부에만 열중하려고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E) 문 여는 소리

여계속된 실망으로, 기대도 조금 적어져 있던 어느날.

이불을 털어 말리면 바짝.. 잘 마를 것처럼

햇살이 쨍한 날이었다.

바람은 적당하게 불어, 덥지 않았고.

하늘은 눈을 가늘게 떠야 할만큼, 부시게 파랬다.

그래서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동아리방 문을 열고 들어서서

많은 사람들 틈에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그 사람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남....어? 그때..그 기차... 맞지.

여그 사람이 그렇게 말할 때까지도, 난 멍하게 서 있었으니까.

(M)Because of you / 전소영

(E) 소주잔 짠 부딪치는

남야.. 반갑다. 그때 우리 동아리 소개해 주면서도

설마 들어올까 했는데. 좋은 동아리들 많잖아.

여그냥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다 거기서 거기더라구요. 그래서...

남그래. 잘생각했어. 우리 동아리 좋아. 뭐 요란하지 않아도

어려운 사람들 돕기도 하고.. 보람도 있고..

여네. 지난 학기도 좋았어요. (사이) 그런데요. 왜 한번도 안 오셨어요?

남응?

여아니... 제대는 삼사월 쯤 하셨을 거 아니에요.

한번쯤은 오시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했거든요.

남어.. 그냥 고향집에서 공부 좀 했어. 서울 오면 만날 사람들도 많고...

약속도 많아지고.. 공부하기 힘들 것 같아서.

여그러셨구나... (사이) 그런데 반말 하시네요?

남어?

여아니... 예전엔 존대말 해주셨는데... 이젠 반말 하시네요?

(M)너를 사랑해 / S.E.S

여그는 내게 반말을 했고. 선배처럼 굴었고. 자상하게 대해주었다.

하지만, 나 뿐 아닌 많은 후배들에게 똑같이 그랬다.

고민이 있다고 하면 들어주고, 술도 사주고, 학점 잘 맞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가끔 동아리 방에서 기타를 치면서

김광석 노래를 불렀는데. 그럴 때면 후배들, 특히 여자 후배들은

얼굴에 발그레 져서 그를 바라보며 노래를 듣곤 했다.

그게 싫었다. 모두에게 똑같은 그 사람이.

나에게만 특별하지 않은 그 사람이.

(M)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 김광석

(E)비오는 소리

(E) 동아리방 문 열고 들어서는

남어? 윤은서. 뭐해?

여어.. 오셨어요. 공부해요. 담주 시험이라.

남도서관 안 가고?

여다 찼더라구요. 비도 오고.. 동방에 아무도 없고 해서...

남그래? 나도 여기서 공부하려고 온 건데?

여여기 앉아서 하세요. 방해 안할께요.

남그래도 돼?

여그럼요.

(E) 비오는 소리 커지고

(E) 볼펜으로 메모하는, 책 넘기는 소리만

여아무도 없는 동아리방에서,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책을 봤다. 그러면서도 난 걱정이 됐다.

내가 마른침 넘기는 소리를 그 사람이 들을까봐.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소리를 그 사람이 들을까봐.

괜히 헛기침도 하고. 한숨도 쉬어가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느라, 죽을 지경이었다.

(E)책 넘기며

남은서야.

여책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그가 무심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그를 쳐다봤다.

남남자친구 있니?

여....네?

남남자친구.

여.... 없는데요.

남그래? 그렇구나.

(E) 책 다시 넘기고

남그럼, 나랑 사귈래?

여내 짧은 인생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아마, 그 순간일 것이다.

심장이 불꽃처럼 터져서, 펑펑... 머리 위로 솟아오르는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M) 가을이 오면 / 박선주

------------------1부 끝 --------------------

- 잠시 후 2부 -

 

여     비오던 그날 이후, 우리는 공인된 동아리 커플이 되었다.

        오랫동안 꿈꿔오던 일이 일어났으니

        난 공중을 붕붕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그 사람에게 모닝콜 받는 것도

        공강 시간이면 같이 빈 강의실 들어가 공부도 하고

        수업이 다 끝나면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

        그가 자전거로 바래다 주기도 했다.


(E) 자전거 가는 소리


남     오늘 좀 늦었지.

여     괜찮아요. 십분 십오분 쯤은 괜찮아요.

남     과외하는 녀석이 고2라 그랬나?

여     네.

남     성적은 많이 올랐대?

여     네. 저번달에 반에서 십등안에 들었다구, 엄마가 디게 좋아해요.

        처음이래요.

남     그 녀석이 너 좋아하는 거 아냐?

여     에? 아니에요.

남     왜 아냐. 공부 지지리도 안하던 게, 너 오고 나서부터

        잘한다며. 내가 보기엔 니가 뭐.. 과외선생으로 아주 훌륭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여     응? 이건 또 무슨 소리? 내가 왜 안 훌륭해요?

        나 잘 가르쳐요.

남     아.. 고 녀석 신경쓰이네. 너랑 몇 살 차이 나지도 않는데

        나중에 대학 와서 따라다니면 어쩌냐?

여     치.. 별 걸 다 신경써.


여     ....라고 하면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시절 나는, 우리가 저녁이 되면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집으로 들어가, 같이 밥을 해서 나눠먹고

        같은 침대에서 꿀같은 단잠에 빠지는 걸

        상상하고 그렸다.

        그 사람과 내가 연인이 되는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부부가 되는 꿈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M)  알고 싶어요 / 양파


(E) 도서관 소음 등


여     (작게 부르는) 선배..

남     어.. 


(E)나오는 


여     안 가요? 벌써 8신데.

남     저녁에 잠깐 약속 있어. 오늘은 먼저 들어가.

여     누구랑? 혹시.. 여자랑?

남     그런 거 아니거든요? 친구들이랑. 먼저 가.

여     알았어요. 그럼 이따 집에 가서 전화해요.

남     어.. 그래.


여     그리고 그날 밤. 그 사람은 전화하지 않았다.

        기다리다가 밤늦게 한번 집으로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M)  그대안의 블루 / 김현철 & 이소라


여     그리고 다음날.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저녁, 그 사람을 학교 오솔길에서 봤다고 했다.

        어떤 여자와 함께였다는데.

        그 여자는 키가 작고, 마른 몸집에,

        여리고 귀여운 인상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내내 다정한 분위기였고.

        뭔가 얘기를 하다가, 여자가 먼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했다.

        그 사람은 당황하면서 손수건을 꺼내 여자에게 건넸고.

        여자는 그 손수건에 아예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더라고 했다.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친구에겐 아무렇지 않게,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해놓고

        그 사람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M)  사랑은 유리 같은 것 / 원준희


(E) 자판기 커피 뽑는


남     왜 그래? 표정이? 마셔.

여     .. 선배랑 나랑.. 얼마나 됐죠?

남     어? 우리? 우리가... 1년 좀 넘었나?

여     .... 그렇죠?

남     왜 그래 갑자기.

여     손수건 어딨어요?

남     어?

여     내가 사준, 손수건 어딨어요?

남     ....어... 그거 놓고 왔는데...

여     어제 저녁에 만난 그 여자 줬죠?

남     ......

여     군대 갔을 때 헤어진 여자, 그 여자 맞죠?

남     어떻게 알았어?

여     어떻게 알았는지가 중요해요? 왜요? 모를 줄 알았어요?

        모르길 바랬어요?

남     거짓말 하고 만난 건 미안해.

여     미안해요? 그럼 난,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뭐, 이렇게

        넘어가면 되는 건가요?

남     니 말대로, 군대 갔을 때 헤어졌어. 그것도 전화로.

        제대로 된 이별도 아니었고.. 제대로 이유를 들어보지도 못했어.

여     그래서? 이제 와서 제대로 된 이유 들어서 뭐하게?

        납득이 안 가면 다시 사귀기라도 하게요?

남     그런 얘기가 아니라....

        몰랐는데.. 그애 집이 많이 어려웠었나봐. 그래서 학교 휴학하고

        취직하고.. 친구들하고도 연락 끊고.. 그러면서 나하고도 자연스럽게..

여     어제 찾아와서 그런 얘길 하던가요?

        그래서 뭘 어쩌자구요?

남     뭘 어쩌자는 게 아니라, 그렇다는 거야.

        그땐 그랬었다고.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고, 혹시 상처받은 게 있다면

        잊어버리라고.

여     (기막힌 한숨)

남     이제 다 끝난 일이야. 신경 쓰지 마.

여     그런데 왜 손수건을 줬냐구요! 왜!

        그거 내가, 과외하고 처음으로 탄 월급으로 산건데!

        그걸 왜 그 여자를 주냐구요 왜!

(M)  송애 / 에스더


여     그게 우리의 첫 번째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우리가 싸울 일은 점점 더 많아졌다.

        그 여자가, 그 사람의 첫사랑이, 복학을 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같은 과를 다녔기 때문에

        수업도 같이 들었고. 마주칠 일이 많았다.

        게다가 둘은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했고,

        그 여자는 나를 볼 때마다 언뜻언뜻 서글픈 눈빛을 내비쳤다.

        아무리 친구로 돌아갔다고 말을 해도,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불안했다는 게 맞겠다.

        우리는 그 일로, 여러번 헤어졌다.

        

(E) 터벅터벅 걸어오는


남     윤은서

여     ......

남     너 내가 이렇게 찾아올 줄 알고, 연락 끊은거지.

여     됐어요.

남     오해라고 몇 번을 말해. 종강파티에 다같이 모여서 술 마신 것도

        너한테 트집을 잡혀야 돼?

여     그 여자가 거기 있었잖아요.

남     그래. 있었어.

여     그게 싫은 걸 어떡해 난.

남     학교를 그만 둘 수도 없잖아.

여     누가 그러래요? 그냥... 나를 위해서... 조금만 더... 조심해 줄 수도

        있잖아요!

남     그러고 있어.

여     그 여자는 선배를, 오빠라고 불러요 왜?

남     응?

여     오빠라고 하더라구요. 저번에 보니까. 왜 오빠래?

        나도.. 사귀는 나도... 선배라고 하는데.

남     그럼 너도 오빠라고 불러.

여     싫어요. 낯간지러.

남     은서야. 니가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나도 힘들어.

여     ...... 믿지 못하는 나도, 힘들어요.

(M) 믿음 - 이소라

        

여     그 사람은 졸업 후 대형 약국에 약사로 취직을 했다.

        나는 졸업반이 되었고. 그때까지도 우리는

        싸웠다, 화해했다,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며

        장기 연애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을 알았고.

        그 사람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헤어지기 힘들 줄 알았다.

        이러다가, 결혼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와의 연애를 간절하게 꿈꿨을 때 이루어졌듯이.

        그때처럼. 

        그래서 어쩌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당연하게 여겼는지

        모르겠다. 


(E) 커피잔 소리


여     얼굴이 왜 그래? 좀 빠졌다.

남     그런가...?

여     뭐 안좋은 일 있어?

남     아니. 일이 피곤해서 그렇지.

여     선배두 빨리 자기 약국 가져야 될텐데.

남     서두르지 않아도 돼.

여     뭘 서두르지 않아도 돼. 암튼 선배는 느긋한 게 탈이야.

        다른 사람들 하는 거 좀 봐.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약삭빠른데.

남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여     또 답답한 소리 한다. 선배는 선배만 생각해? 나는?

        나 졸업하면 먹여 살려야지.

남     넌 취직 안해?

여     취직이야.. 해야지. 하긴 하지만, 그래도 결혼 생각도 해야 하니까.

남     자리 잡히면 해 결혼은.

여     ....왜?

남     너는 욕심이 많잖아. 뭐든 제대로 하고 싶어하잖아. 지금 내 상황에서

        결혼하면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여     .... 지금 핑계대는거야?

남     ......

여     그렇게 나한테 자신 없고 결혼하고 싶은 맘도 없으면 헤어져.

        내가 무슨 욕심이 많다 그래? 나는... 나는.... (차마 말 못하고 나간        다)


(E) 까페 문 열고 나온다.


여     난, 내 욕심은, 그냥 아주 작은 단칸방도 좋으니, 그런 곳에서

        그 사람과 알콩달콩 살아보는 거였다고.

        당신이, 한번만이라도 간절하게, 나와 그런 미래를 그려보는 걸

        원하는 거였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 얘긴

        할 수가 없었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늘, 그렇게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걸 반복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에겐 몇 달 동안 소식이 없었고.

        그리고 얼마 뒤, 난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M)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 양수경


여     어떻게 된거야?

남     웬일이냐.

여     어떻게 된거냐고. 결혼? 누구랑? 왜? 어떻게? 어떻게 그래?

남     ....

여     그 여자야? 예전에.. 그 여자?

남     아니. 석달 전에 만난 여자야. 너랑 헤어지고 다음주 주말에.

        어머니가 선보라고 하셨어.

여     선배..

남     착하고. 욕심도 없는 여자야. 그래서.. 부담도 안갔고..

여     말도 안돼.

남     어머니는 예전부터 너를 반대하셨어.

여     뭐? ... 왜?

남     내가 널 너무 많이 좋아해서, 힘들 거라고. 늘 힘들어 보인다고.

        너랑 헤어지고 집에 갈 때마다, 너랑 다신 만나지 말라고 그러셨어.

        그래도 난 니가 제일 좋았고. 너랑 결혼해야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없어졌어. 내가 사랑하는 니가.

        나 때문에 불행해질 게. 너무나 확실했거든.

(M)  널 위한거야 / 미스 미스터


(E) 장례식장 소음


여     그게 그 사람이 내게 한 마지막 말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난 까페를 뛰쳐 나갔고. 그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10년을 우린 소식 조차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갑작스런 그의 사고 소식을 들어야 했던 것이다.

        한참을 장례식장에 앉아 있다가, 먹먹해진 가슴으로 나왔다.

        9월이다. 설레는 가을 날씨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걷다 보니, 학교다.

        군복을 입고 있던 그 사람과 처음 이곳에 들어서던 기억이

        밀려와, 또다시 눈물이 나려 했다.

        

(E) 댕... 종소리 한번


여     시계탑의 종소리를 들으며, 난 속삭인다.


여     ..... 난 바보처럼 아직도 혼자야. 앞으로도 당신 말고 다른 누굴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

(M) 주제음

 

 

 

 





2009-09-13(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