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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83화 - 우리들의 천국
(M) 주제음 너에게로 가는 길 / 장동건
남 내 나이 서른 일곱!
직장 생활 십년만에 서울 변두리에 집을 샀다!!
부모님이 결혼자금으로 미리 땡겨주신 돈에
짠돌이 소리 들어가면서 10년 차곡차곡 모은 돈을 모아 사게 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뭐, 지은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계획이 전혀없는, 그러니까 재테크 가치가 거의 없는
그런 집이기는 하지만,
암튼 난 집은 주거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더욱이 1층은 신혼부부에게 전세를 내줬고
2층 작은 방엔 내가 산다.
그리고 3층 옥탑방은 월세를 내줬다.
전세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했고
월세로 생활비를 대신하면서
내 월급으론 적금을 부으려고 한다.
결혼을 못했으면 어떤가.
이렇게 안정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걸.
결혼한 녀석들?
난 하나도 안 부럽다.
(M) Our House / Crosby, Stills, Nash and Young
(E) 마당 빗질하는 소리 + 새소리
남 일요일 아침이지만 난 출근하는 다른 날처럼
정확히 아침 6시에 일어나
마당 빗질을 한다.
(E) 밖에서 용달차 멈추는 소리
(E) 잠시 뒤 대문 열리는 소리
여 안녕하세요.
남 네. 누구세요?
여 저기요. 다음주에 옥탑방 들어갈 사람인데요. 계약 땐 못?었죠.
남 아...네. 그땐 제가 출근하느라 복덕방 아저씨가 대신 해주셨죠 계약.
여 네.
남 그런데 무슨 일로..? 아.. 방 칫수 같은 거 재시게요?
여 아뇨. 이사왔어요.
남 네? 이사는 다음주잖아요.
여 그런데요. 제가 사정상 좀 일찍 들어와야 할 것 같아서
양해를 해주시면 먼저 들어올까 하구...
남 아니.. 그러실거면 전화를 주셨어야죠.
여 죄송해요. 그런데 밖에 이삿짐 차도 다 와 있구요.
남 그러니까 제 말이요. 이렇게 막무가내가 어딨냐는거죠.
사전에 얘기도 없이 이삿짐차부터 끌고 들어오는 게...
그리구요. 지금 시간이 아침 7시도 안됐거든요?
여 알아요.
남 이건 좀 말이.....
여 부탁 좀 드릴께요.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어차피 다음주면 들어올거였잖아요? 네? 네?
(M) 우리집에 왜 왔니/ 동요
남 난 마음이 약해서 큰일이다.
타고나길 너무 착하게 타고나서...
(E) 똑똑 유리문 두드리는
여 네.
(E) 나오는
여 아, 아침엔 죄송했어요. 저 때매 놀라셨죠.
남 네. 많이 놀랬죠.
여 죄송해요. 정말 급한 사정이 있었어요.
남 사정 봐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여 네?
남 이 방 월세잖아요. 저는요. 기본적으로 약속 안지키는 사람을
너무나 싫어하는 편이라서요. 특히 돈 문제.
여 거..걱정 마세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월세 날짠 안 놓칠테니까.
그거 말씀하러 오신 거에요?
남 네. 아, 그리구요. 제가 예민한 편이라서요.
뛰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거나. 그러진 말아주세요.
여 네. 알겠어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남 아 그리구.
여 또 뭐요.
남 제가 깔끔한 편이라서요. 옥상 관리는 확실히 해주셔야 합니다.
뭐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는 거 아주 질색이라서.
(M) 싸구려 커피 / 장기하와 얼굴들
(E) 대문 탁 열고 나오는데
(E) 자전거 오는 소리
남 어?
(E)자전거에서 내리는 듯
여 (숨찬) 안녕하세요.
남 어디 갔다 와요. 이 새벽에?
여 출근하시나봐요?
남 네.
여 우유 하나 드실래요? 배달하고 남은건데.
남 우유 배달 해요?
여 네.
남 벌써 다 하고 들어오는 거에요? 이렇게 일찍?
여 새벽 4시부터 하거든요. 이거 드세요. 안녕히 가세요.
(E) 들어가는 듯
남 그녀는 그랬다. 아침 출근길엔 우유 배달을 마치고 들어왔고.
저녁 퇴근길엔.
(E)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는 소리
남 (좀 먼데서) 뭐해요?
여 아.... 퇴근하세요?
남 웬 배추다발을 그렇게... 뭐하는 거에요?
여 네... 그게 좀... 뭐 좀 하느라구....
(E) 계단 탁탁탁 올라가는
남 아니 뭘 하는데요? (어이없는) 이게 다 뭐에요?
여기서 지금 김치 담궈요?
여 네. 반찬가게에 내다 팔 거에요.
남 이거 좀 봐요. 야채 부스러기들에.... 이거 이렇게 옥상이 지저분
해지면. 우리 집의 이미지가 뭐가 돼요. 이거 당장 치워요.
여 금방 끝나요. 뭐 시끄럽게도 안하는데요.
남 이게 대체 몇다발이에요. 이걸 혼자 다 해요?
여 네. 저 근데 손 빨라요. 금방 끝내니까 그냥 들어가세요.
남 설마 이거 매일 할 건 아니죠?
여 매일... 할 건데...
남 뭐에요?
여 끝나면 깨끗이 치울께요.
남 치우면 뭐해요! 매일 한다며! 이거 민폐에요! 알아요?
여 김치 있으세요?
남 (약해지는) 뭐요?
여 저 손맛 제법 있거든요. 그러니까 반찬가게 납품하고 그러죠.
남 그래서요.
여 제가 김치는 책임질께요.
남 아니... 그렇게까지는 뭐....
여 감사합니다. 그럼 내려가 계세요. 김치 막 담궈지면
내려갈께요.
(M) 참치 김치 이티 / 장윤정
(E)밥 떠 먹는
남 우와. 진짜..... 우와 진짜 죽이네. (먹는) 역시 김치는 손으로
찢어먹어야 제맛이야. 어우 맛있다. 야 김치 진짜 잘 담그네.
밥 좀 더 먹어야겠다.
(E)밥통 뚜껑 여는데
(E)현관문 똑똑 문 두드리는
남 누구세요?
여 전데요
(E) 문 열어주는
여 김치 맛은 좀 어떠세요?
남 뭐... 그냥 김치가 김치죠 뭐.
여 여기요. 아깐 손에 양념이 묻어 있어서 못 드렸어요.
이번달 월세에요.
남 아! 관리비는 따로 주셔야 되는 거 알죠?
여 네. 알아요. 날짜 맞춰 드릴께요.
남 참. 가스비 고지서가 우리집으로 잘못 왔던데.
(E) 뒤적이고.
남 여기요.
여 네.
남 그런데요. 가스비가 왜 그렇게 쪼끔 나왔어요?
여 네?
남 아니.... 난방 전혀 안해요? 그러지 않고서야...
여 네. 난방 안해요.
남 에에? 난방을 왜 안해요?
여 가스비까지 내가면서 월세 못맞출까봐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남 저기요.
여 네?
남 또 어디 가요? 밤만 되면 어딜 자꾸 나가던데?
여 편의점에요. 새벽까지 아르바이트 하거든요.
남 잠..잠깐만요.
여 또 왜요. 저 지금 늦어서 가봐야 되거든요?
남 내가 이상해서 그래요. 지금 나가서 새벽까지 편의점 알바하고
또 새벽 4시부터 6시까진 우유배달하고.
하루종일 반찬가게에 반찬 만들어 나르는 일 하고.
그럼 잠은 언제 자요?
여 잠은 뭐, 짬짬이. 여기저기서 잠깐씩 졸아요.
남 그게 말이 돼요? 밥은?
여 밥도 뭐.. 시간 될 때 먹고. 안되면 굶고.
근데 왜요. 저 지금 바쁜데. 뭐 또 궁금한 거 있으심
다음에 물어보세요.
(E) 탁탁탁 내려간다
남 저 여자의 정체는 뭘까. 점점 더.... 궁금해진다.
(M) 서울 탱고 / 방실이
(E) 편의점 문 열고 들어간다
여 어서오세요.
남 어? 이 편의점이었구나~
여 어머.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네요?
남 난 그냥 새벽에 라면 생각이 나서 온건데.
여 그런데 왜 우리 동네 편의점 안 가시고 여기까지.
남 그...그러니까요. 산책 좀 하다가 보니까....
여 네에~
(E) 컵라면 내려놓고
남 이거 두 개요.
여 네에.
(E) 바코드 ? 찍고
여 이천원입니다.
남 저기요. 이거 같이 먹을래요?
여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남 두 개 샀는데. 뭐 들고가기도 귀찮으니까. 그냥 둘이 하나씩
나눠먹고 말죠.
여 진짜... 괜찮은데...
남 배고플 거 아니에요. 아까두 보니까 정신없이 나가더만.
여 뭐... 그럼.. 잘먹겠습니다.
(E) 뜨거운 물 붓고
남 근데요. 친구 없어요?
여 네?
남 인간성이 별론가? 왜 찾아오는 친구 하나가 없을까.
여 .....
남 부모님이나 형제나 뭐... 아무도 없어요?
여 라면이나 먹죠.
남 3분은 기다려야 돼요. 지금은 못먹어요.
여 저한테 뭐가 궁금하세요?
남 이사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다요. 아니.. 이사는 왜 그렇게
새벽에 허겁지겁 왔으며. 와서부터 무슨 일벌레도 아니고
하루왠종일. 주말에도. 계속 일만 하고 있고.
사람이 못먹어서 파리해가지구. 쓰러질까봐 보는 사람 겁나게 하구.
이상해요 전체적으로.
여 그냥.... 모르셔도 돼요. 저는, 월세를 제 날짜에 꼬박꼬박 낼거고.
그거면 된 거잖아요.
남 그렇기는 한데요.
여 저 먼저 먹을께요. 배가 좀 고프네요.
(E)뚜껑 열더니 후루룩
남 그렇다. 이 여자 말대로 월세만 받아 챙기면 됐지
궁금해할 필욘 없다.그런데 왜 이러지?
왜 자꾸 궁금하고. 약간 안쓰럽기도 하고.
신경도 쓰이고. 왜 이러지.
(M) 숙녀에게 / 변진섭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
(E) 비오는 소리
남 월요일 아침.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우산을 펴들고 출근하려는데.
이상하다. 자전거가 안 보인다.
비가 와서 오늘은 안 간건가...? 하고
옥탑방을 올려다 본다. 불이 꺼져 있다.
오늘 같은 날도 보일러를 안 틀려나. 그럼 추울텐데.
혼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심해졌다. 내가 왜 이런 걱정들을 하고 있어야 되는건가.
잔생각들을 떨궈버리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E) 걸어오는 소리
남 모퉁이 돌아 누군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 여자다.
우산도 없이 비를 쫄딱 맞고 걸어오고 있다.
자세히 다가가서 보니
얼굴이 엉망이다. 상처투성이다. 옷도 여기저기 찢겨 있고
머리매무새도 말이 아니다.
(E)뛰어가는
남 이거 봐요. 괜찮아요? 왜 이래요?
여 어... 안녕하세요. 출근하시는 길이세요....
남 꼴이 왜 이러냐구요.
여 괜찮아요. 그냥 좀....
남 그러더니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 버린다.
난 얼결에 우산을 놓치고 그녀를 안았다.
아.... 이게 뭔가.
(M) 모두 잠든 후에 / 김원준
남 네 부장님. 죄송합니다.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네. 월차 땡겨쓰는 걸로 할께요. 감사합니다. 네.
(E)끊고
남 후우..... (한숨)
여 아.....
남 정신 들어요?
여 여기가....
남 내 방이에요. 아 이상한 생각은 말구요.
그쪽 방.... 난방도 안해서 추울 거 같아서 일루 데려온 거니까.
여 ..... 죄송합니다.
남 무슨 일이에요. 혹시 강도 만났어요?
그런 거면 일단 경찰서에 신고부터...
여 그런 거 아니에요.
남 그런데 왜요.
여 아무 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아요.
남 아 당장 방 빼요 그럼!
여 ....네?
남 아니 말이 되는 소릴 해요. 바로 위아랫집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눈에 걸리고. 맨날 왔다갔다 하면서 궁상 떨고
궁금하게 하고. 그러더니. 이젠 이꼬라지로 집에 들어와
놓고 모른 척 하라구요? 신경 쓰지 말래서 그게 맘대로 돼요?
여 ........
남 아 알고 싶어서 미치겠다구요. 뭔데요. 왜 그러고 사는데요.
아 말 좀 해 봐요 좀.
(M) 왜 그래 / 김현철
(E) 뜨거운 차 따르는 소리
여 (후룩 마시고) 아...뜨거...
남 천천히 마셔요. 좀 식혀서..
여 고맙습니다.
남 아깐 화내서 미안해요. 내가 워낙 다혈질이라....
여 아니에요. 좋은 분인 것 같은데요 뭐. 저한테 궁금해하시는 거
당연하죠. 위아랫집 사는데.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해요.
남 누가 이상한 사람일까봐... 그런 게 아니구요.
여 방은.... 뺄께요.
남 네? 아니요. 아까 제 얘긴 그게 아니었어요. 진짜로 빼라는 게
아니라.....
여 빚쟁이들이 저 쫓아다녀요.
남 빚...쟁이요?
여 네....
(E)후 불어서 차 마신다.
남 .....
여 부모님은 원래 안계셨고. 오빠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 오빠가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빚을 많이 지고
죽어 버렸어요.
남 !!!!!
여 그래서 그걸 제가 갚아야 되는데요. 아무리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감당이 안돼서 몰래 도망을 쳤었어요. 남 ......
여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제가 어딨는지 금방 알아내거든요.
이번에도 도망쳐서 온건데. 또 들켰어요.
남 ......
여 그래서 안그래도 방을 빼야하게 생겼어요.
남 어디로.... 갈 데는 있구요?
여 알아봐야죠. 그리구. 가기 전에 오늘치까지 월세 계산해서
미리 드리고 갈께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잘해주셨는데.
너무 죄송하게 됐어요.
남 아니 뭐.... 저한테 죄송할 건 없지만..
그게 방이 이렇게 갑자기 비게 되면 좀 그러네요.
그게 보증금은 없어도 월세 따박따박 받던 걸 놀려야 되니까.
여 그러게요. 죄송해요 저 때매.
남 저 일단.... 뭐 우리집에 있는데 어떻게 하기야 하겠어요?
오늘은 죽이나 좀 먹고. 쉬세요.
여 감사합니다.
남 그러더니 여자는 풀썩 베개에 드러누워 금세 잠이 들어 버린다.
내가 저 여자의, 아빤가? 오빤가? 하다 못해 친척아저씨라도
되는가?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짠하고
신경질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보호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건지.
이게 값싼 동정심인지, 연민인지,
아니며.... 좋아하는 마음인건지....
(M) 이젠 널 인정하려 해 / 뱅크
(E) 부스럭 소리
남 나도 모르게 거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부스럭 소리에 깼다.
눈을 떠 보니 그녀가 현관쪽에서 미안한 듯 날 보고 있다.
여 깨셨어요? 조용히 나갈라 그랬는데.
남 어딜요.
여 올라가서 짐부터 쌀려구요. 그 사람들이 저 알바하는 데 알았으니까
사는 집 아는건 시간 문젤 거에요. 들이닥치기 전에 도망갈거에요.
남 평생 그러고 살게요?
여 ...네?
남 포기 안하는 사람들이라면서요. 어떻게든 찾아내는 사람들이라면서요.
그럼 평생을 그렇게 쫓기면서. 도망다니면서 살거에요?
여 .......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죠.
그돈 마련할 때까진.
남 그 돈이 얼만데요?
여 ......3억요.
남 하하... 3억. 그런 돈을 어디서 마련할거에요?
우유 배달 해서? 김치 담궈서? 아니면 편의점 알바해서?
여 ...... 모르겠는데요.
남 아 나도 모르겠네요. 저기요. 이번달 월세는 됐거든요?
그냥 그걸로 이사비용이나 하세요.
여 아니에요. 그래도 그건 아니죠.
남 아,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그 와중에도 챙길 자존심이 남았어요?
여 (애써 담담) 자존심까지 버리면 뭐가 돼요 제가.
이삿짐은 버리고 다녀두, 그래두. 끝까지 자존심은 챙겨 다니면서
살거든요. 그러니까. 월세 받으세요.
남 아 싫다구요! 지가 좋아하는 여자가 쫓겨다닌다는데
돈 받아 챙기는 남자놈도 있답니까?
여 네?
남 나 그쪽 좋거든요? 이러고 사는 거 진짜 돌아버리겠어요!
나 괜찮으니까. 우리집에 숨어 살래요?
아니면... 내가 딴 데 집 알아봐 줄께요.
아니다. 내가 돈 꿔줄께요. 내가 많이는 아니고.
1억 7천 정도는 융통할 수 있어요.
여 .......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남 뭐 사람 알아서 좋아해요? 로미오와 줄리엣 알죠.
걔네가 서로 연애한 시간이 겨우 닷새였대요 닷새.
우린 그래도 두달 넘게 얼굴 보고. 그랬잖아요. 좋아하면 안돼요?
여 ...... 돈 못 받아요. 그러고 싶진 않아요.
남 ..... 진짜 이사가게요?
여 네.
남 연락처라도... 주고가요 그럼.
여 어차피 핸드폰이랑 다 바꿀거에요.
남 어디로 갈건데요.
여 안녕히 계세요. 잘 사시구요.
(M) 미안하지만 이렇게해요 / 화요비
남 다음날 퇴근해 보니. 그녀의 집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E) 문 여닫고
남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다시 집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러기가 싫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다음에야
난 다른 사람을 그 옥탑방에 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른 사람이 옥탑방에 들어오고
또다른 사람으로 바뀔 때까지도
난 언제나 출퇴근길에
나도 모르게 그녀를 찾고 있었다.
(M)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이승철
남 그리고 2년후.
다시 봄이 왔다. 불황이라 그런지 월세를 내려도
이 낡은 집 옥탑방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난 겨우내 옥탑방 개조에 공을 들였다.
벽지도 갈고. 장판도 새로 깔고. 커튼도 다시 걸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이 방에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왠지 섭섭했다.
비워두면 그녀가 다시 이곳에 와줄 것도 같았는데....
(M) 그게 나인걸 / 정재욱
(E) 드르륵 문 열고
남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멈칫했다.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훨씬 차분하고 예뻐진.
그 여자가 정장차림으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여 오랜만이에요.
남 어떻게.... 된 거에요?
여 돌아다녀 봤는데 여기만한 방이 없는 것 같아서 다시 왔어요.
다행히 방이 비어있대서요. 나 다시 들어가도 돼요?
남 들어와도... 되긴... 되는데.....
어떻게 된건데요.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뭐하고 지내다가.....
여 여전히 궁금한 게 많으시네요. (웃고)
남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렇게 가지 말래도 기어이 훌쩍 갈땐 언제고.
아 누구 맘대로 다시 들어와요. 됐어요. 방 안내놔.
(M) 너의 곁으로 / 조성모
(E) 방문 열고 들어가는
여 많이 달라졌어요. 방 분위기가.
남 (아직도 시큰둥) 내가 겨울에 다 손봤거든요.
여 나를 위해서요?
남 그쪽이 여기 올지 말지 내가 어떻게 알구 그래요.
그냥, 방 잘 나가라구 그런거지.
여 여기 들어올 때 정말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심정이었는데.
그럴 때 나를 좋아한다고 얘기해준 사람을 만난 게
나한텐 큰 힘이었어요. 덕분에 버텼어요.
남 참 뭐.. 이건 낮도깨비도 아니고.... 이러다가 언제 갑자기
또 짐싸서 튀는 거 아니에요?
여 그런 거 아니에요.
남 아니긴.... 빚은 다 갚았어요? 쫓아댕기는 빚쟁이놈들은!
여 나랑 오빠 어려서 키워주신 수녀님이 계신데
그분이 제 사정 아시구 급한 돈 꿔주셨구요.
그리구 나두 이제 괜찮은 데
취직해서 다달이 수녀님한테 돈 갚아가면서 살고 있어요.
남 와....내가 꿔준달 땐 안받겠다더니!
여 그런 신세를 어떻게 져요. 나도 그때 그쪽 좋아했는데.
남 .....!
여 아직 첩첩산중이긴 하지만. 그래두 그때처럼 막막하지만은
않아요.
남 그런데 왜 이런 데로 다시 와요. 이런 보잘것없는 옥탑방에.
여 여기가 따뜻했거든요. 이런 데서 다시 봄을 맞고 싶어서.
남 그녀가 웃는다. 웃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난다.
시름이나 걱정 없는 천국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 공간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M) 주제음
2009-03-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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