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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5일 목요일 방송 내용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81화 -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M) 주제음 The Way Back Into Love / Hugh Grant & Drew Barrymore


(E)사람들 지나가는 소리에 접시 달그락거리는 소리 등등.. 야외까페 분위기.


남     바빠 죽겠는데 밥을 먹자 그러냐~

여     야외까페 좋잖아. 봄도 됐는데.

남     난 아직 내복 안벗었거든?

여     섭섭하다 친구. 너 안 궁금해?

남     뭐가? 

여     소개팅. 나 어제 소개팅 했잖아.

남     아 맞다. 어떻게 됐어?

여     어우 진상 진상... 강아지 진상...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남     문자 보내지. 전화해서 구해줄 수도 있었는데.

여     문자 보냈어! 왜 전화 안했어!

남     언제? 잠깐만.


(E) ?? 눌러보는


남     아 보냈구나. 나 이때 야구 보느라구.

여     답이 없길래 그럴 줄 알았지.

남     도대체 어쨌길래 그래.

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 알지.

남     알지. 뻐꾸기 둥지.

여     내가 어제 크림 스파게티가 땡기더라구. 그래서 거기서 만나자 그랬어. 그런데 이남자가 들어오자마자부터 나갈 때까지!

        궁시렁대는거라....

남     뭐라구?

여     인테리어 구리다구. 의자도 불편하고. 스파게티 느끼하다구.

        아니... 크림 스파게티를 느끼한 맛으로 먹지. 그럼 화끈한 맛으로 먹        나? 매운맛으로 먹어?

남     까탈스런 스타일이구나?

여     그게 다면 말을 안해 내가. 결벽증이 있더라구.

남     결벽증?

여     포크에 뭐 묻었다구 세번을 바꿔 오라고 시키는데.

        종업원 부를 때 뭐래는지 알아? 언니래 언니! 남자가 손들고,

        “언니! 여기 포크 좀 바꿔줘요!” 이러는데. 내가 창피해서 진짜....

        어후... 

남     쪽팔렸겠네. 

여     근데 진짜 결정적인 거는...!

        포크에 뭐 묻었다고 난리친 놈이. 지 어깨에 비듬이 아주 눈처럼

        날리는 거는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더라구.

남     어후...

여     나 진짜.... 스파게티가 느끼해서가 아니라. 그게 너어무 드러워서

        토할 뻔 했잖아!!!

(M)    The Show / Lenka


(E) 아이스커피 쭉 빨아먹는 소리 + 걷는 소리


여     아이스커피도 끊어야겠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남     중독인데 끊기 쉽겠어?

여     어제 카드값 보니까, 끊기 쉽겠던데? 나 엄마한테 돈 빌려서 카드 막았잖아.

남     잘하는 짓이다. 나이가 서른 넷이나 된 게, 어머니한테 용돈은

        못 드릴 망정!

여     그러는 너는? 너 지금 그 차 할부금 아버지가 내주신다 그러지

        않았냐?

남     ...... 그건 우리 아빠도 내 차 많이 타셔.

여     아빠랜다. 서른 넷이나 된 게. 나이 어디로 먹었니.

        법을 개정해야 돼. 세월 간다고 나이 저절로 먹게 하면 안돼.

남     이게 진짜 말을 해두.

여     근데 니네 부서엔 별 말 없어?

남     무슨 말?

여     (비밀스럽게) 구조조정 얘기 있어.

남     진짜?

여     그래~ 한부서를 아예 싹 없앤단 얘기도 있고.

        아니면 각각의 부서에서 조금씩 솎아낸단 얘기도 있고.

        으후~ 완전 살얼음판이잖아.

남     난 왜 몰랐지?

여     너 니네 부서에서 왕따 아냐? 나 아니면 놀아줄 사람도 없지?

남     아니거든!!!

여     으휴. 유치원 때 왕따 된 거 구해줬더니, 평생을 따라다니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어서, 회사까지.

        나 진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E) 띵 엘리베이터 오고


남     야. 엘리베이터 왔다. 가라.

여     너는!

남     나 운동중이야. 계단을 이용할거야.

여     그래. 넌 좀 빼야 되겠더라. 배가 뭐냐 그게? 너 그래가지군 장가도못 가. 요즘의 트랜드를 알아야지.

남     너나 잘하세요. 너 아까 보니까 흰머리 나더라?

여     뭐....뭐?? 야! 어디 희..흰머리가 있다구....

남     나중에 보자.

(M)    영원한 친구 / 폭시 (다함)


여     우리는 참 오래된 친구다.

        다섯살 때부터 서른 넷이 될 때까지. 무려 삼십여년 동안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다.

        집도 걸어서 오분 거리.  교회도 같은 교회. 학교도 쭉 같은 학교.

        심지어, 함께 시험 친 회사까지 떡하니 같이 합격하게 돼서

        입사동기이기도 하다.

        주변에선 우리 두 사람이 어떻게 좀 잘되지 않을까, 이런 시선들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둘에겐 넘을 수 없는 난관이 있었으니, 그것은

        각자의 어머니들이시다.

        두 어머니는, 동네에서도 소문난 웬수지간이셨으니.

        유식한 말론 견훤지간이 되겠다.

        한분이 동네슈퍼에서 콩나물을 사고 있으면

        나머지 한분은 멀리 돌고 돌아 다른 동네 슈퍼에 가서

        콩나물을 사셨으며.

        한분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말고 있으면

        나머지 한분은 아무리 그날 머리를 볶고 싶어도

        꾹 참고 다른 날로 미루셨으니.

        만약에 우리 둘이 결혼한다고 나서기라도 한다면.

        우리 두 사람은 비극의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판이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둘에겐 전혀 그러고 싶은 마음도 의지도

        없었다. 그냥 오래된 습관처럼 곁에 있는 서로에게

        적잖은 충고와 때론 야유. 때론 비웃음을 날려주며

        누구 하나라도 먼저 시집 장가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을 뿐이니까.

(M)    Nice Day / Ephemera


(E) 버스 오는 소리


여     야 김봉덕!! 뛰어!!!!


(E) 뛰어오는 소리 올라타고. 버스 출발


여     (헥헥대며) 왜 그렇게 굼떠. 이거 한번 놓치면 30분인데.

남     막 나오는데 추대리가 뭐 이상한 거 시켜가지구 그거 처리하고

        오느라.

여     그 인간 또 그러냐? 아우 짜증나.

남     내 말이~ 야 근데 너 혹시 니네 엄마한테 전화 받았냐?

여     무슨 전화?

남     우리 엄마랑 니네 엄마랑 목욕탕에서 한판 붙었대.

여     뭐? 왜?

남     오늘 둘이 목욕탕에 갔다가 딱 마주쳤는데.

여     (끌끌) 하필!!

남     때밀이 아줌마가 원래 두명인데. 한명이 아파서 오늘은 한명밖에

        없었다는거야.

여     비극의 전주곡이었구만.

남     그런데 우리 엄마가 먼저 때밀이 아줌마를 찜을 하고. 탕에 들어가서

        몸을 불리는 사이에. 니네 엄마가 잽싸게 밀고 들어와서

        새치기를 하신거지.

여     우리 엄만 좀 비열해. 이럴 때 보면.

남     그래서 암튼... 난리난리....

        내 동생 말에 의하면. 눈뜨곤 못볼 광경인 동시에....

        놓치기 아까운 구경거리였다고 하더라.

여     (끌끌대며) 그랬겠지. 암튼 대단한 앙숙들이시다. 

남     그런데 우리 엄마가 싸움끝에 말실수를 하셨대.

여     무슨?

남     남자 서른넷이랑 여자 서른넷이랑 같냐구! 니네 딸은 오늘 임신해서

        애를 낳아도 노산이라구!

여     뭐어??? 아니 왜 가만 있는 날 걸고 넘어져!!!!

남     그러게. 우리 엄마가 원래 점프를 잘하시잖아.

여     미치겠네. 오늘 나 저녁밥은 다 얻어먹었다. 가면 또 날 얼마나 볶아대겠어. 나 집에 안 가. 못 가.

남     못가면?

여     맥주 사주라.

남     내가 왜?

여     이게 다 니네 엄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아들인 니가 연대책임을

        져야지.

남     암튼 우리 엄마..... 알았다.

(M)    엄마야 / 신승훈


(E) 맥주잔 부딪치고


여     그런데 말이야? 니네 엄마랑 우리 엄마가 언제부터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았었지?

남     너 기억 안나? 내 기억으론, 우리가 초등학교 3학년 때쯤부턴데....

여     맞다. 너랑 나랑 한판 싸웠지?

남     그래. 그래서 니가 나 코피 터뜨렸잖아. 이마로 들이박아가지구.

여     그랬어. 맞어. 그거 때문에 니네 엄마가 우리집에 쫓아오구?

        막 와서 그러셨지. 뭔 기지배가 저렇게 드세냐. 애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지 머리가 단단하드라. 등등...

남     그랬지. 그랬더니 니네 엄마는, 무슨 남자애가 비실비실한 게

        우리 은서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그러니 왕따나 당하지... 등등...

        망언을 퍼부으셨지.

여     망언은 아니지. 사실이지.

남     야.

여     암튼, 뭐 그때부터였던거 같다. 두분이 그렇게 웬수가 되신 건.

남     그전엔 친했던 것 같은데. 두 가족이 여름에 놀러도 같이 가고?

여     그러게~ 무주 갔던 거 기억나?

남     어. 기억나. 반딧불이 많았던 밤.

여     맞아. 그랬어. 무슨 동화 속에 나오는 데 같았는데.

남     .. 그래. 그랬어.

(M)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자전거 탄 풍경


(E) 비틀대면서 걸어가는


남여   (둘이 같이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인이라서~ 노래 부르면서 가는)


(E) 동네개들 짖어대고


동네사람      (멀리서)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여     (아이쿠 놀래서) 어? 우리가 좀 시끄러웠나?

남     노래방에 갈 걸 그랬어.

여     왜 이렇게 취한거야.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남     그러게~ 


(E) 투두둑 비떨어지는 소리


여     어? 아씨... 비온다.

남     택시 타자.

여     여기 택시가 들어오냐 바보야?

남     야 일단 이리 와.


여     우리는 불꺼진 건물의 현관으로 들어섰다.


남     어 춥다.

여     갑자기 왜 비가 쏟아지구 그러냐. 여름도 아닌데.

남     안 추워?

여     춥지!


(E) 부스럭 겉옷 벗더니


남     이거 걸쳐.

여     본 건 있어가지구. 고맙다.

남     (바로 에취)

여     장난해? 옷 벗어주자마자 생색내?

남     그게 아니구...

여     도루 가져가.

남     됐어. 남자가.... 한번 벗어줬는데. (에취)

여     어우... 암튼 비리비리해가지구. 일루와. 같이 입게.

남     어떻게 같이 입어.

여     들어오라구 이리. 다행히 내가 날씬해서 같이 덮을 수 있어.

남     됐대니까.... 


(E)한발자국 가까워지는 듯


여     술이 웬수다.

        그 순간, 우리의 삼십년 우정은 무참히 깨졌다.

        왜.... 그때 그녀석 얼굴이 쫌 근사해 보였을까.

        왜..... 입맞춤을 하려는 녀석의 싸대기를

        날려버리지 못하고. 눈을 지그시 감아 버리고 말았을까.

        우린..... 비극의 주인공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M)    Lovefool / The Cardigans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 새소리


여     아침에 눈을 뜨는데. 기분이 멍했다.

        미쳤지.. 미쳤어. 아니면 내가 꿈을 꾼 거겠지.

        그래. 술에 많이 취해서. 꿈을 꾼걸거야.


(E)걸어가는 소리


여     출근을 하러 버스정거장에 가면서도.

        난 계속 그렇게 중얼거렸다.

        꿈이야. 꿈일거야. 현실일 리가 없지.


(E)버스 오가는 소리


여     그런데. 알아버렸다.

        버스 정거장에서 마주친 그녀석의 얼굴은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무슨 마귀할멈

        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남     어... 와..왔어?


여     꿈이 아니구나.


남     잘... 들어갔지?

여     어.

남     소..속은 괜찮구?

여     그렇지 뭐.

남     어....

여     ......

남     .......

여     너 소개팅이 오늘 저녁인가?

남     그렇지?

여     잘하고 와.

남     그래야겠지?

여     그렇지.

남     야. 버스 왔다!

여     그래.. 먼저 타고 가.

남     응?

여     나 핸드폰을 두고 왔네? 집에 얼른 갔다와야겠어.

(M)    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 / 걸 프렌즈 (feat. 먼데이키즈)


여     우리는 서로를 피했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다 대 가면서.

        

(E)엘리베이터 띵!


여     그러다 며칠만에.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빼도박도 못하게 마주치고

        만 것이다.


남     어... 안녕.

여     안녕! (하다가) 먼저 내려가.

남     왜?

여     핸드폰... 핸드폰을 사무실에 두고왔어.

남     ..... 그냥 타.

여     어?

남     타라고. 

여     아니야. 나 핸드폰을.....

(E) 핸드폰 단축번호 길게 누르는 , 전화벨 울리는


여     녀석은 지 핸드폰을 꺼내더니 단축번호1번을 길게 눌렀다.

        그러자 핸드백에 있던 내 전화기가 때르릉 때르릉

        신나게 울렸다


여     어? 여..?었네.

남     그러니까 타라고.

여     어 그래.

(E)엘리베이터 타고, 문 닫히는


남     잘 지냈지?

여     그렇지 뭐.

남     안 그래도 너한테 전화하려고 했었어.

여     왜?

남     너 느끼한 거 안 땡겨? 뻐꾸기 둥지 가서 크림 스파게티 먹자.

(M)    Stand By Me / Shinee


(E)스파게티 먹는


여     넌 역시 날 너무 잘 알아.

남     그렇지?

여     오늘 안 그래두 혼자라도 여기 와서 이거 먹을라 그랬어.

남     그랬을 거다.

여     소개팅은 어땠어?

남     키가 한 155 정도 될 것 같은데. 몸무게는 적게 봐줘도 65는 되겠더라.

여     너 그런 거 하지 말랬지. 여자를 키와 몸무게만으로 판단하는

        그런 자세를 버려! 그래야 장가가는거야 너!

남     까페에서 일단 차 마시고 나갔다? 그런데 나보고 뭐래는 줄 알아?

여     뭐래?

남     지 빽 좀 들어달래.

여     (풋)

남     손은 솥뚜껑만한데. 핸드백은 진짜 무슨 핸드폰만 하거든?

        그거 무겁다고 들어달래. 와.. 뭐 그러냐?

여     그래서?

남     어떡하냐. 일단은 들어줬지.

여     그랬더니?

남     영화보고 밥도 먹고 술도 마셨어.

여     맘에 들었나봐 그래두?

남     그냥 그러자고 그래서 그랬어. 뭐 그날 기분도 꿀꿀하고.

여     그랬더니?

남     와.... 이 여자가 오르막길이 딱 나오니까. 업어달래는거야!!!

여     (푸하하핫) 그래서? 업어줬어?

남     미쳤냐? 곱게 핸드백 손에 들려주고.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갔지.

(M)    Bad Case of Loving You / Robert Palmer


(E)  한적한 길 걷는 소리


남     나 그날 이후로 많이 생각해 봤거든?

여     뭘.... 생각하고 말고를 해.

남     생각을 어떻게 안하냐? 넌 그게... 아무 사건도 아니야? 너 그런 애야? 그렇게 쉬운 애야?      

여     얘가 뭔 소릴 하는거야. 쉽긴 누가 쉬워. 쿨한거지.

남     쿨 좋아하네. 남자 여자가 응? 그런 일이 있었는데..응?

        어떻게 쿨할수가 있어.

여     누가 들으면 진짜 심각한 일이나 있었는 줄 알겠다. 겨우 그냥 키스 한거야 키스. 그것도 진짜 가볍게. 너 외국에서는 그거 그냥....

        인사로도 할 수 있는 정도야.

남     여기가 외국이냐?

여     얘가 왜 이래. 질척거리게.

남     질척?

여     그래. 그리고 물리적인 접촉이 뭐가 중요해. 우리 두 사람 심리상태가 아니면 그만 아냐?

남     아닌 게 아니니까 그렇지.

여     아닌 게 아닌 게 뭔데.

남     나는 그러니까..... 좀 흔들렸다고.

여     뭐?

남     솔직히 말하면 좀이 아니라. 좀 많이. 그래서....

여     그래서?

남     우리 엄마한테도 말했어.

여     뭐어??  그랬더니 뭐라셔?

남     요며칠 우리 엄마 놀이터에서 베드민턴 안치시지 않든?

여     어 맞어.

남     몸져 누우셨거든.

여     이런 불효막심한.... 너 왜 되도 않을 일 가지고 엄마를 힘들게 해.

남     나 어렸을 때부터 내 신상에 관한 모든 일을 엄마랑 의논해왔잖아.

        그런데 이런 큰일을 숨기고 간다는 게 그렇더라구.

여     이런 진상... 그런데 이상하다? 왜 우리 엄마는 그걸 모르지?

남     우리 엄마가 말하겠냐? 내가 너 좋다 그랬는데.

여     좋다 그랬어?

남     좋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말만 한 게 아니라....

        진짜로 니가 좋아. 좋아진 거 같애.

        아니. 좋아했던 걸 깨달은 것 같애

(M)    넌 친구? 난 연인! / 김건모


(E) 사무실 소음


여     하아.....(긴한숨) 


여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내 삼십년 지기가 어쩌다.. 그깟 짧은

        키스에 마음이 흔들려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 말았을까.

        불편하다고 안보고 말 사이면 이런 고민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녀석은 친구로서 내겐 소중한 존재다.

        그렇다고, 연애를 할 생각은 정말 전혀 없다.

        난 그 녀석이 포경수술하고 와서 울어댈때 위로했던 친구고.

        연애를 할 때마다 꾸짖어가면서 코치를 했던 당사자다.

        그런 내가 어떻게 장점 단점 특이한 점 모르는 점 없는

        그 녀석을 상대로 두근두근한 감정을 가질 수 있겠는가. 말이다.


(E) 전화벨 소리


여     깜짝이야... 여보세요

남     생각 좀 해 봤어?

여     (버럭) 아 무슨 생.... (조용히) 각!

남     난 벌써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놨는데 넌 생각도 안해봐?

여     (소리 죽여가며 신경질) 아니 누가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으래? 넌  애가 왜 그래?

남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확실히 말해줘. 나도 마음 정리를 해야지.

여     아니거든? 아니라고.몇번을 말해.

남     알았어. 

여     알았지?

남     일단 만나서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줘. 그럼 받아들일께.

여     니 눈을 뭘 보고.... 니 눈 볼 거나 있어? 단추구멍만한 눈?

남     이따. 퇴근하고. 7시반에. 우리 동네. 공원 입구. 거기서 봐.

(E)뚝 끊고

여     이게 어디.. 전화 먼저 끊는 버릇부터 배워가지구... (하아 한숨)

        왜 이래 진짜 노처녀 심란하게~

(M)    비밀 / 박정현


(E) 또각또각 걸어가는데

(E)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 소리 -


여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곤, 웬 사진전을 하나? 라고 생각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거기 전시된 사진은 모두 나와 그녀석의 얼굴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해서, 운동회하던 날. 소풍가던 날.

        수학여행 가던날. 졸업여행 가던날. 수능 보던날. 대학신입생 엠티가던 날. 군대가던날. 제대하던 날. 입사시험 발표하던 날.

        우리는 늘 함께였고. 바로 옆에 있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가, 또르르 흘러내렸다.

        오늘은 술도 안먹었는데. 술기운도 아닌데....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녀석이 몹시도 그립고. 보고 싶었다.



남     야.. 윤은서.

여     (눈물 쓱 닦는 듯) 뭐냐 너. 이게 다... 너 동네방네 소문 내서

        내 혼삿길 막을려고 작정을 했구나.

남     내가 너랑 찍은 사진만 골라봤더니 삼백장도 넘더라.

여     그렇겠지. 

남     넌 여자가 아니겠지,라고 삼만번도 넘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일단 내 눈에 여자로 보인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여     ......

남     업혀라.

여     (황당) 뭐?

남     저번에 그 폭탄이 업어달라 그래서, 내가 도망가기 전에 그랬거든.

        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여자 아니면 안 업어줄거라고.

여     기막혀 진짜....

남     그러니까 업히라고.

여     (싫진 않고) 업혀서 뭐 어쩌게. 서로 뻘쭘하고 힘들기만 하지.

남     니네 엄마한테 갈려구. 가서 일단 좀 얻어맞고. 허락을 구해봐야

        하지 않겠냐?

여     웃겨. (해놓고도 궁금한) 니네 엄만 허락해 주셨어?

남     아니? 두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안된대.

여     그런데 뭐! 어쩌라구!

남     아 그러니까 우리 둘이 헤쳐나가야지.

여     난 헤쳐나갈 마음이 없다니까? 난 늙었어. 그럴 힘이 없어.

남     그러니까 내가 업고 간다잖아.

여     넌 안 늙었어? 내가 널 뭘 믿고 업혀. 가다 자빠지면.

        나만 다치라고?

남     이건.. 로맨틱하게 프로포즈를 해줘도.

여     이게 뭐가 로맨틱해!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구. 너 이거 판넬

        개당 얼마 주고 샀어.

남     오천원.

여     미쳤어. 이딴 걸 오천원이나 주고 사냐 이띨띨아?

남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 업혀봐 좀. 나도 오늘 플랜을 짜서

        온 게 있단 말이야.

여     됐어. 내가 니 플랜대로 왜 움직여. 그냥... 걸어가. 우리집에.

남     ....진짜?

여     니가 가서 얻어맞든 멍석말이를 당하든. 난 안말린다.

남     알았어 알았어. 일단 가. 가자. 윤은서!


여     모르겠다. 우리가 정말, 로미오와 줄리엣이 돼서

        집안의 반대로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가 깨질지

        아니면 극적으로 진짜 맺어질지...

        이게 잘하는 짓인지.....

        내가 뭐에 홀린 건 아닌지....

        혹시...... 달달한 향기로 다가오고 있는.... 봄에 홀린 건 아닌지....

(M) 주제음   Way Back Into Love / Hugh Grant & Drew Barrymore

 





2009-03-0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