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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5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74  화 -  집으로


(M) 주제음   가족/김건모


(E) 쌩쌩 바람 부는


남     발 아래가 아찔하다.

        저 아래로 검은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다.

        이제 조금 후면

        내가 저 물결에 휩쓸려

        어딘지 모를 곳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두려움보다 눈물이 앞선다.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는다.

        그리고 한강 다리 난간을 잡는다.

        나에게 선택은 이것 뿐이었을까.

        정말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날 수밖에 없었나.

        추위에 온몸은 바들바들 떨린다.

        난 다리 난간을 잡은 채

        통곡하고 만다.

(M)    Crying / Flower


(E) 멀리서 즐거운 나의 집 피아노 치는 소리


여     미나가 요새 피아노에 맛들렸어.

남     그러네. 많이 늘었네.

여     근데. 일요일에도 회사에 가?

남     회의가 있다고 그랬잖아.

여     중요한거야?

남     그럼. 안중요한 회의도 있어?

여     일찍 들어올거야?

남     나가는 사람 붙잡고 그런 건 왜 물어봐?

여     아니. 일찍 오면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라 그러지.

남     가봐야 알아.

여     (뒤에 대고) 그럼 전화해.


남     하지만 난 전화하지 않았다.

        돈도 잘 벌어다 주고. 성실한 편이라고 자부했지만

        난 다정한 남편 좋은 아빠는 아니었다.

        전쟁터 같은 밖에 나가

        치열하게 싸우고 이겨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의 의무는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M)    Solitude's My Home / Rod Mckuen


(E) 똑똑 문 두드리는


남     네


(E) 들어오는


여     (조심스레) 여보..

남     어. 웬일이야. 아침부터?

여     내 이럴 줄 알았어. 꼴이 이게 뭐야.

남     야근했으니까 그렇지

여     속옷이랑 면도기랑 로션이랑 좀 챙겨왔어. 와이셔츠두.

남     그래. 거기 두고 가.

여     그냥 가?

남     당신이랑 놀아줄 시간 없어. 그럴 시간 있었으면 야근을 왜 하냐?

        이 추운날.

여     ... 알았어. 아 맞다. 이걸 빼놓을 뻔 했네.


(E) 보온병 놓는 듯


여     여기 당신 좋아하는 야채죽 좀 끓여왔거든? 보온병에 넣어와서

        아직 뜨끈할거야.

남     그래. 고마워.


(E) 병뚜껑 돌리며


여     그냥 좀 먹고 해라. 어차피 아침은 먹어야지.

남     두고 나가. 이따 먹을께.

여     그래두. 지금 좀만 먹어봐. 밤샜으면 속도 추울텐데.

남     에이 진짜! 8시까지 넘겨야 할 거 있단 말이야. 시간도 없고 집중도         

        안돼 죽겠는데! 왜 자꾸 걸리적대게 그래.

여     알았어. 미안해. 갈께.


(E) 문 열고 나가는


남     아침 찬바람을 뚫고 남편 먹이겠다고 죽까지 끓여 온 아내를

        너무 박대했다 싶었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M)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 유재하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남     여보. 나 왔어.

여     (화가 난)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남     접대 중인데 왜 자꾸 전화를 해.

여     오늘 무슨 날인지 잊었어?

남     미나 생일?

여     그래. 아침에도 얘기했잖아.

남     나야말로 아침에 얘기했잖아. 늦게 올거니까 알아서 잘 해주라고.

        장모님이랑 처제랑 안왔었어?

여     왔다 갔어.

남     근데 왜.

여     그래도 미나가 촛불 끌 때 아빠 있었으면 좋겠다고 계속 그러잖아.

남     이번주 주말에 미나 데리고 어디 스키장이라도 갈래?

여     (믿기지 않는) 정말? 우리 다 같이?

남     아니. 나는 안되고.

        내가 콘도랑 예약 다 해줄테니까, 장모님 모시고. 처제랑 해서

        다녀와. 

여     됐어.

남     왜! 

여     무슨 여행을 맨날 엄마랑 동생이랑만 가.

        나 남편도 없는 여자야?

남     호강에 겨운 소리 한다. 콘도랑 스키장 하면 그게 사람당 얼만줄이나

        알면서 얘기하는거야? 이런 성수기 때?

여     그래서 뭐! 맨날 돈으로만 때울라구?

남     돈으로 때우는 건 쉬운 일인줄 아냐구 글쎄.

여     관두자. 얘기해봤자 맨날 같은 얘기.


(E) 문 쾅 닫고 들어간다


남     도대체 불만이 뭐야! 불만이. 집에서 놀고 먹으니까

        밖에 나가 일하는 게, 뭐 놀이터 가서 땅따먹기 하는 것 같냐?

        에이 진짜. 집에 와도 뭐.. 재미가 있어야지!

(M)    뒷모습 / 김동률


(E)  바람 쌩쌩 부는 소리


남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

        다시 한번만 그때로 돌아가는 것이다.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는 재촉 전화가 오던 그때로.

        주말에 스키장에 같이 가자고

        조르는 아이와 아내가 있던 그때로.

        마른 입술로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른다.

        잠시 고개를 돌려 한강 저 너머를 본다.

        수없이 반짝이는 불빛들.

        저 작은 불빛 하나하나 속에는

        가족이 있을 것이다.

        때론 싸우고. 때론 싫은 소리 하고

        울고 웃고 같이 밥먹고 같이 잠자고 같이 얘기를 나누는

        가족.

        가족이 있을 것이다.

(M)    I Miss You / Boyz ll Men


(E) 설거지하는 소리


여     근데 여보.

남     왜.

여     요새 경제가 안좋다 그러드라.

남     .....

여     당신 회사는 괜찮아?

남     괜찮아.

여     다행이다. 근데 요새 주가가 계속 떨어지더라구.

        나 은행에 넣어둔 펀드 있잖아? 그것도 반토막난 거 있지. 죽겠어.

남     .....

여     커피 줄까? 아님 유자차?

남     됐어.


(E)일어나 나가는


여     일요일인데 또 어딜 갈라구.

남     그냥 산책.

여     정말? 여보 나랑 같이 가.

남     설거지나 해.

여     있다 갔다 와서 하면 되지. 같이 가. 응? 같이.

(M)    함께 걷는 길 / Slow 6


(E)걷는 소리


여     우리 결혼한지 벌써 10년이다.

        10년이 뭐 이렇게 빨리 갔냐. 그지?

남     어..

여     낼모레 결혼기념일인 거는 알지?

남     (건성) 어...

여     우리 그날 기념사진 찍는 거 어때?

남     기념사진?

여     찍자. 10주년이잖아.

남     그러든가...

여     진짜 얼마만이냐. 당신이랑 둘이 이렇게 얘기하면서

        오붓하게 걸어보는 게.

남     ....

여     당신은 말년에 뭐하고 싶어?

남     응?

여     아니. 지금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잖아.

        그런데 나중에.. 말년엔.. 뭐하고 싶냐구.

남     글쎄..

여     그런 거 생각 안해봤어?

남     ...... 서울은 싫어.

여     그럼?

남     어디 지방에.. 조용한 소도시나. 아니면 아예 시골 같은 데 가서.

        마당 넓은 집 하나 지어놓고.

여     그리고?

남     몰라. 그냥 뭐 낚시나 다니든가, 책이나 보든가.

여     정말?

남     왜.

여     난 당신이 그렇게 욕심없는 사람인줄 몰랐거든.

        뭘 얼마나 성공하겠다고 저렇게 쉴새없이 달려가나. 그랬거든.

남     그게 나 성공하겠다는거야? 당신이랑 자식 위해서...

여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 착각이야 당신.

남     .....?

여     나랑 민주한텐 누구보다 당신이 필요해.

남     ....!

여     당신이랑 얘기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함께 여행갈 시간이 필요하고.

        생일축하도 같이 해주고. 밥도 같이 먹어줬으면 좋겠어.

남     그거야...

여     우리한텐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돈 안 필요해.

        돈보단 당신이야.

남     돈이 있으니까 그런 소리도 나오는거야.

여     시골에 가서 넓은 집 지어놓고 책도 읽고 낚시도 하고 살고 싶다며.

        그게 당신이 결국엔 하고 싶은 일이라며!

남     .....

여     그럼 그거. 지금 하면 안돼?

남     뭐?

여     하고 싶은 일을 왜 나중으로 미루는데. 나도 그거 좋아.

        우리 미나도 좋아할거야.

남     이렇게 꿈속에서 살아요. 좋은 거 하루이틀이지.

        계속 좋을 것 같애? 그리고. 난 무슨 일 하면서 살아?

        돈은? 애 학비는?

여     뭔가 방법이 있겠지.

남     제발 철없는 소리 좀 그만 해.

        나보고 얘기 안해준다고 맨날 뭐라 그랬지? 당신이 이렇게

        속없는 소리만 하니까. 내가 대화를 하기 싫은거야. 속터져서.

여     난 진심인데.

(M)    흔들리지마 / 강수지


(E) 다시 바람 부는


남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다리 난간에서 뗀다.

        이제 몸을 강 위로 던지기만 하면 된다.

        너무 절박해 여기까지 왔다.

        죽을 용기로 살아야 한다고

        모르는 사람들은 날 욕하겠지만.

        그건 아무 것도 모르는 소리다.

        나의 세상은 이미 멸망해 버렸다.

        발을 허공으로 떼려는 순간.


(E)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남     아내였다.

(M)   이해해주겠니 / 기후


---------------------1부 끝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2부가 이어집니다.



(E) 전화벨 소리 계속되고


남     바람소리. 차가 지나가는 소리.

        그 굉장했던 소음들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액정에 뜬 아내의 이름.

        그리고. 애타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이것으로 됐다.

        아내가 날 찾아준 것으로 됐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한쪽 팔이 다시 난간을 잡고 있었다.

        한쪽 팔은 강쪽으로 기울고

        나머지 한쪽 팔은 난간을 잡은 채

        난 어쩌면. 망설이고 있다.

(M)    듣고있나요 / 이승철


여     당신 건강검진 결과 봤어, 안봤어.

남     봤어.

여     지방간에. 위염에.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고.

        정말 어쩌려고 그래.

남     운동하면 된다 그러잖아.

여     그러니까. 그 운동을 언제 하냐구.

        돈도 좋고 일도 좋지만. 자기 몸 챙기는 게 제일 아냐?

남     알았어. 알았어. 그만해. 당신 미망인 안만들테니까, 그만하라구.

여     증말. 정떨어지게. 말하는 것 좀 봐?

남     나 요새 당신이 그런 말 안해도 힘든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나 혼자 알아서 하게 좀 내버려 둬.

여     이럴 때 보면. 당신은 내가 전혀 필요없는 사람 같애.

        오히려. 짐이 되는 것 같다구. 나나 미나가.

남     그만하자. 

여     나랑 얘기하는 게 싫어?

남     그만하자구 좀!!


(E) 문 열고 나가서 쾅닫는


남     회사 일이 잘 안 풀릴수록

        아내에게 짜증내는 횟수가 늘어갔다.

(M)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 먼데이키즈


남     주식이며 선물 등을 다뤘던 우리 회사.

        한때는 정말 잘나갔었다.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휘청이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었다.

        고객들이 우르르 빠져나갔고.

        자금은 딸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를 믿고 개인돈을 맡겨주었던

        친구들, 동창들, 선후배들, 그리고 친인척들.

        그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기 시작했고.

        돈 앞에선 우정도 이해도 없었다.

        한때는 내게 고맙다고 했던 사람들이

        날 맹비난했다.

        난 움츠러들었고. 공격적이며 예민해져갔다.


(E)전화벨 소리

(E) 띠리링 전원 꺼버리는


남     사람들을 점점 피하게 됐고.

        갖은 소문들 속에 망가져 가는 내 모습을

        멀찌감치서 지켜봐야만 했다.

(M)    혼자 남은 밤 / 김광석

        

(E) 띵똥띵똥 급하게 누르는 소리

(E) 문 열면


여     당신 정말... 너무하는 거 아냐?

남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여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 돼? 당신 카드 내역 인터넷으로 조회했어.

        그래서 이 모텔 찾아냈다구!

남     내가 바람이라도 피는 줄 알고 쫓아온거야?

여     회사 사표냈다며.

남     들어와. 

(E) 들어오는 문 닫는


여     어떻게 된거야. 왜 이렇게 될 때까지 한마디도 안했어.

남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여     내가 어떻게라도 힘이 돼 줄 수도 있었을 거 아냐.

        왜 그런 일을 당신 혼자서 짊어지고 가려고 그랬냐구.

남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지.

        근데 아니더라. 우리 작은형 있지. 예전엔 나 때문에

        돈 벌었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저번엔 전화해서 욕하더라. 나 때매 자기 인생 망했다고.

여     여보... 우리 친정쪽 돈은 걱정하지 마.

        당신이 잘해보려다가 그런 거 다들 아셔.

남     됐어. 그만해.

여     괜히 죄책감 때문에 이럴 것까진 없잖아.

        미안하면 그 자리에서 당신실력 발휘해 더 나아지려고 애써야지..

남     나보고 그 자리에 선 채로 총알받이되라고?

        그 자리가 어떤 자린지 알고나 얘기해!!

여     여보.....

남     미안한데. 집.. 곧 넘어갈거야.

여     .....뭐?

남     당신이랑 미나 살 집 전세금 정도는 마련해 줄게.

여     나랑..미나랑.. 살아?

남     우리 이혼하자.

(M)    미안해요 / The Nuts


남     내가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 가족.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세상으로부터 지켜주고 싶었던     

        내 사람들.

        그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컸다.

        그래서 난 아내에게 이혼을 종용했다.


여     ....미쳤구나?

남     .....

여     혹시 다른 여자 있어?

남`    ...뭐?

여     누가 그러더라. 남자들 갖은 핑계 대면서 헤어지자고 하지만

        답은 하나라고. 다른 여자가 더 좋아진 거.

남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와?

여     당신 5년 전에도 그런 일 있었잖아!

남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여     이번 일 겪으면서도. 난 계속 생각했어.

        도대체 난 당신한테 뭔가....평소엔 짐만 돼다가

        어려울 땐 아무 위로도 안 돼주고.

        당신이 잠적해 있는데.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는

        내가 무슨 당신 부인인가.

        당신한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있기는 한가.

남     그래서?

여     .....

남     그래서 내가 바람폈을 거라고 생각했어?

        겨우 생각한 게 그거야?

여     아니면 이혼하자는 무시무시한 얘길 왜 해!

        난 그렇다 쳐. 애 생각은 안해?

남     미나한테 아빠 노릇은 최선을 다해서 할게. 할테니까

        그냥 이혼하자. 지금 내가 전세금으로 남겨놓은

        그 돈이라도 건지려면. 그게 최선이야.

여     뭐야 그럼. 그깟 돈 때문에 이러는거야?

남     당신은 내가 아무리 잘해도. 최선을 다해서 돈을 벌어다줘도

        늘 불만만 있었던 여자 아냐?

여     뭐?

남     앞으로 나한테 터질 일들은 다 나쁜 일들 뿐이야.

        당신은 그 일들 다 감당 못해!

여     정말.. 날 그런 여자로만 봤구나 당신.

남     .....

여     그래. 이혼하자.

        서류 준비되면 얘기해 줘. 전세금 넘어가기 전에

        빨리 이혼하자구.

(M)    원하고 원망하죠 / As One


남     그리고 어제.

        나는 아내에게 이혼서류를 줬다.


여     (담담) 접수는 내가 시킬게.

남     그래.

여     미나한텐 내가.. 얘기해?

남     그렇게 해.

여     미나 한번 안볼래?

남     안볼래.

여     독하다 진짜. 그럼 가.

남     여보.

여     ...왜.

남     내가 다시 태어나면. 그땐 당신 안만날게.

        당신 위해서. 내가 당신 앞에 안나타날게.

여     제발. 그렇게 해주라.

남     미나 잘 키워줘. 부탁해.


(E)가는 소리


남     아내가 까페를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난 모든 준비를 끝낸 기분이었다.

        부모님 산소에도 다녀왔고.

        친했던 친구 몇 녀석들에게 안부 인사도 했다.

        내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녀석들은

        혹시 돈 빌려달란 얘기가 나올까봐

        피하는 눈치였다.

        한때는. 몇억의 돈보다 귀하다고 생각했던 녀석들인데.

        허무했다. 

(M)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김장훈


남     그리고 오늘. 이시간.

        친구도. 돈도. 집도. 가족도. 아무 것도 갖지 못한 난.

        다리 끝에 서서 강물을 바라본다.

        눈물콧물도 찬바람에 얼어붙어 버렸다.

        하지만 지나간 삶의 기억들은 집요하게 나를 괴롭힌다.

        왜, 나는 더 행복하게 살지 못했냐고.

        자꾸만 내게 묻는다.

 

(E)바람 부는 소리 쌩쌩 나고

(E) 전화벨 다시 울린다


남     또다시 아내다.

        한참을 받지 않자.


(E) 문자 도착음


남     문자가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E) 전화기 버튼 눌러 문자 듣는


여     여보. 나야.

        오늘. 이혼서류 접수시키러 갔었어.

        근데. 못하고 왔어.

        못하겠어서. 그냥 왔어.

        당신이 준 전세금으로 아파트 계약 안할거야.

        그냥 아주아주 시골로 갈거야.

        근처에 낚시할만한 물가도 있고

        산책할만한 숲도 있는 그런 마을.

        마당도 넓고 해도 잘 드는 그런 집으로 갈거야.

        미나는 자전거 타고 학교 다니는 거 좋대.

        나도 거기 가서 뭔가 할 일을 찾아보려구.

        우리는 그러려고 하는데.

        당신도 같이 가지 않을래?

        가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래?

        다시 시작해 보지 않을래?

        우리 같이. 그렇게 하지 않을래?

        가족이잖아 우리.

        끝까지 같이 하기로 약속한 가족이잖아.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릴 외면해도

        우리는 서로 보듬어줘야 하는 가족이잖아.

        나, 다음 세상까진 약속 못해.

        그렇지만. 이번 세상에선. 당신이랑. 우리 딸이랑.

        함께 할래. 그러고 싶어.

        우리. 같이 가.

(M)    날 위한 이별 / 린


(E) 턱하고 내려서는


남     다리 난간에서 내려왔다.

        이미 너무 울어 정신이 없지만

        나는 뛰기 시작한다.

        

(E) 뛰는 소리


남     가야할 곳이 생겼으니까.

        세상끝에서 난. 집으로 돌아간다.

(M) 주제음   가족/ 김건모

        



 





2009-01-15(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