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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31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50 화 - 전생의 기억


(M) 주제음 (최윤실 - 나는 널 몰라)


(E) 뚝딱뚝딱 못박는


여     아우... 거기 너무 왼쪽인데.

남     벌써 다 박기 시작했는데 어떡해 그럼.

여     할 수 없지 뭐. 당신은 군대도 안 갔다 왔어?

        무슨 남자가 이렇게 할 줄 아는 게 없어?

남     내가 뭐! 형광등 가는 거 안 봤어? 선수잖아.

여     아이고.. 선수는 무슨....

        형광등 두 번만 갈았다간 올림픽 나가겠네.

남     됐다. 여기다 걸어.

여     잠깐만.


(E) 뭔가 옮기는


여     걸어봐. 


(E) 걸고


여     아 좋다....

남     괜찮아?

여     그럼. 당신 그림 솜씨야 알아주지. 당신은 편의점을 할 게 아니라

        화가를 했어야 했다니까?

남     진심이야? 

여     당연하지.

남     그럼 나 장사 다 때려치고 화가로 나선다.

여     ........ 물론 당신이 화가로 나서도 참..잘하겠지만.

        나 혼자 장사하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애. 그냥 참지 뭐.

남     으이구... 그나저나 알바생은 구했어?

여     어. 여대 다니는 학생인데. 얌전하고 이쁘더라구.

남     그래?

여     응. 그 학생도 그림 그린다던데? 편의점에 걸어놓은 당신 자화상

        있잖아? 

남     응.

여     그걸... 한참이나 보더라구.

(M)   If You Want Me / 원스 OST


(E)편의점 소음 (그냥 너무 조용하지만 않게. 음악 소리 정도)


여2    안녕하세요.

여     어. 왔네. 여보. 어제 내가 말한 아르바이트 학생.

남     아.. 

여2    .....처음 뵙겠습니다.

남     그래요. 잘 부탁해요.

여     여학생이라 밤 타임 맡기기 좀 그랬는데. 본인이 잘할 수 있다고

        하니까.

여2    네. 제가 원래 야행성이라서요. 밤에 잠이 별로 없거든요.

여     잘됐네. 여보. 들어가요.

남     어.. 먼저 가서 저녁 차려놔.

        학생 처음이니까 몇가지만 설명하고 갈게.

여     그래. 그게 낫겠네.그럼 나 먼저 가요. 얼른 들어와요.

남     어. 


(E) 문 열고 가고


남     카드 결제 하는 건 알아요?

여2    얼마전까지 옷가게에서 일했어요. 웬만한 건 다 알아요.

남     아... 잘됐네.

여2    그런데요 사장님. 저기 있는 저 그림요.

남     저거요? 

여2    자화상이라고 하시던데.

남     아... 하하.. 지금이랑 많이 틀리죠.

        20년 전이니까.

여2    .....네에....

남     내가 그때만 해도 화가가 꿈이었거든요. 그림도 제법 그렸구.

여2    솜씨가 좋으시네요.

남     얘기 들었어요. 미대생이라구.

여2    네.

남     미대생한테 칭찬 들으니까 좋네.

여2    아니에요. 좋아서 좋다고 한건데요 뭐.

남     그럼 수고해요. 무슨 일 있으면.

(E) 번호 적고

남     여기로 전화 걸고.

여2    네. 안녕히 가세요.


남     편의점에서 나와 잠깐 돌아보았을 때.

        그 여학생은 여전히 그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었다.

        창백한 그 미소를 보는데. 왠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M)  Killer  ost


(E) 밥 먹는 소리


남     아까 그 애 있잖아.

여     누구?

남     알바생.

여     왜?

남     어째 좀 이상하지 않아?

여     뭐가? 얌전하고 좋던데?

남     아니... 애가 좀... 창백하면서도.... 뭔가 기괴한 거 같기도 하고.

여     별 소릴 다하네. 이제 스무살짜리 애한테.

남     그냥... 분위기가....

여     밥이나 먹어.

남     어...


(E) 밥 먹는 소리


남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M)  Come to Me / Bjork


(E)문 열고 들어가는


여2    오셨어요 사장님.

남     이 시간엔 손님이 별로 없지?

여2    네. 아까 남자 손님들 한꺼번에 몰려왔다 갔구요.

        그 뒤론 조용하네요.

남     그런데 그건 뭐야?

여2    아... 이거요? 케익이에요.

남     케익? 누구 생일?

여2    제 생일요.

남     그래? 오늘이?

여2    내일요. 하긴. 좀 있으면 12시 지나니까 오늘이네요.

남     스무살 생일인데.. 뭐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어?

여2    제 손으로 케익 산거 보면 모르세요? 별 계획 없어요.

남     그래? 

여2    같이 축하해 주시면 안돼요?

남     어? 내가?

여2    그래주심 안돼요? 혼자 촛불 켜고 끄는 거. 좀 초라하잖아요.


(E) 촛불 켜는


남     노래라도 불러줘야 되는데. 내가 노래 솜씨가 없어서.

여2    괜찮아요. 제가 태어난 거. 그냥 축하만 해 주셔도 돼요.

남     당연하지. 축하해.

여2    진심이세요?

남     그럼. 

여2    (의미심장) 고맙습니다.

(M) 해피버스데이투유 - 이상은


남     아르바이트생은 섬?했던 첫인상과는 달리

        싹싹한 아이였다.

        가끔 멍한 눈빛으로 내 그림을 응시하는 걸 빼면

        이상한 점도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

        그 아이는 우리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


(E) 비오는 소리

(E) 들어오는


남     비가 많이 오네?

여2    ... 비오니까 오늘 밤엔 손님도 없어요 사장님.

남     그래? 미안한데 나 쥬스 하나만 꺼내다 줄래? 좀 출출해서.

여2    네... 


(E) 걸어가고


남     그런데.. 책 보는 중이었어?

여2    (약간 멀리서) 네.

남     전생의... 기억? 이게 무슨 책이야?

여2    그냥 심심풀이로 보는 거에요.

남     이런 걸 믿어?

(E) 다가오는


여2    글쎄요. 확신은 못하지만.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거잖아요.

남     (웃고) 아직 어리긴 어리네.

여2    왜요... 저는 가끔 꿈을 꾸는데요. 그게 전생의 기억이 아닐까...

        생각도 하는데요 뭐.

남     꿈?

여2    반복되는 꿈이요. 꿈 속에서 저는 남자에요.

남     남자?

여2    네. 젊은 청년이요. 한... 스무살 쯤 된?

남     재밌네. 그리고?

(BG) 약간 음산한 BG조용히 깔리고 -

여2    꿈 속에서 저는 늘 쫓기고 있어요. 대나무 숲 같은 곳에서요.

        좁은 사잇길이 있는데.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정신 없이....

        달려요.

(E) 어디선가... 헉헉... 숨소리가 들린다

여2    그렇게 죽은 것처럼 달리다 보면

        멀리서 교회종소리가 들려와요.

(E) 멀리서 희미하게 댕댕.... 종소리

여2    그때 정신없이 달리던 제가 넘어져요.

        그러면 저를 잡으려고 쫓아오던 그 사람이.....

        나를... 죽여요.

(M)   Kill for Me / Obituary


여2    제가 너무 쓸데없는 소리들을 늘어놨죠?   

        사장님.. 여기 쥬스요.

남     ....어...


(E)쨍그랑 깨지고


여2    어머.. 사장님 괜찮으세요?

남     아니.. 괜찮아.

여2    두세요. 제가 치울께요. 쥬스 하나 더 꺼내다 드려요?

남     아니야. 나... 갑자기... 잊었던 게 생각나서...

        집에 좀 가봐야 할 것 같아. 먼저 갈게.

여2    네. 사장님. 안녕히 가세요.


(E) 문 열고 나와 걷는 소리 점점 빨라지고


남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래... 우연이다. 이상한 꿈은 얼마든지 꿀 수 있다.

        나와는 관련 없을 것이다.

        그 꿈 속의 이야기가... 20년 전의 내 이야기일 리가 없다.

        이 세상에서 그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조차도 그 사실을 잊고 살아왔다.

        까맣게 잊었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했었다.

        이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난 행복할 것이다.

(M)  Kyrie Eleyson /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여     여보...!

남     나.. 물 좀....

여     왜 그래. 표정이...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남     물 좀 달라구!!

여     왜 소리는 지르구.. 알았어.

(E) 물 따르고.


여     마셔..

남     그 아이 있잖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그 아이.

여     응.

남     어떻게 구한거야?

여     그냥.. 편의점에 손님으로 왔다가... 알바구한다는 공고 보고

        물어보더라구. 자기가 하면 안되겠냐고.

남     처음 온날도.... 그림을 봤다 그랬지.

여     어.. 사실은.... 당신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말은 안했는데.

        처음에 당신 그림을 보고..... 울더라구.

남     ...울어?

여     어. 그것도 서럽게.

        그래서 이상한 앤가 했는데. 또 얘기 나눠 보니까 너무 예의도

        바르고. 괜찮아서. 그냥 고용하기로 했어.

남     ...

여     아니 왜.. 예술하는 사람들은 감수성이 넘치잖아.

        그래서....(얘기하다가) 여보! 괜찮아? 숨쉴 수 있겠어? 여보!

(E) 쿵 쓰러지고

(E) 응급차 소리


(M)   나의 시내여 / Origa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2부가 계속됩니다.



여     여보.. 정신 들어?

남     어디야?

여     응급실. 나 당신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당신... 심장 약하잖아!

남     아니야.. 그냥 좀... 여름이라 기력이 딸리나봐.

여     아무리 딸려도 그렇지. 세상에... 얼굴빛 좀 봐.

남     괜찮으니까.. 그만 가자.

여     검사 안받아도 되겠어?

남     됐어. 가 얼른...


(E) 병원 앞 거리. 걸어가는 소리


여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남     아니..

여     참.. 별 일이네...

남     여보. 그 알바생 있잖아.

여     이상하다 여보. 왜 자꾸 그앨 신경써? 그애랑 무슨 일 있어?

남     그런게 아니라... 이상하게... 자꾸만 거슬리네.

        그냥... 그만두게 하면 안될까?

여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떻게 그래.

남     그냥.. 우리 사정상.. 알바생 못쓴다고 하고.

여     그래놓고 다른 알바생 구하게? 그애 집도 바로 근처라던데.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어떻게 하라 그래.

남     내가 당분간은 밤에 나가 있으면 되잖아.  

여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남     어.. 그러고 싶어. 그렇게 해 줘 여보.

(M)  Clowns / t.A.T.u


남     그 다음날부터 난 저녁마다 나가서 편의점을 지켰다.

        그리고 일주일 후.


(E) 들어오는 소리


남     어서오....

여2    안녕하세요 사장님.

남     어... 왔어?

여2    갑자기 관두게 되는 바람에. 사장님께 인사도 못드려서요.

남     그래서 온거야?

여2    네. 그리고.. 드릴 말씀도 있구요.

남     드릴... 말씀... 뭐?

여2    저 그림요.

남     그..림?

여2    그림 속의 얼굴이... 낯설지 않아요.

남     .... 그냥 뭐... 내 젊을 때 얼굴이니까.

여2    처음에 저 얼굴을 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면서. 눈물이 나는데.

        참을 수가 없었어요. 뭔가... 내가 오랫동안 찾아오던 사람을

        만난 기분같은....

남     글쎄... 왜 그랬을까. 난 잘..

여2    혹시 사장님... 이 사람 아세요?


(E) 뭔가 부스럭거리며 내놓는


여2    그때 말씀드린 꿈 있잖아요. 그 속에 나오는 제 모습이에요.

        정확하진 않지만... 꿈에서 느껴지는 모습대로.. 그려봤어요.


남     믿을 수가 없었다.

        동우였다. 

(M) Rumiko Hear My Cry(Rap Bigtone) 분신사바 ost


남     난... 이런 사람.. 몰라.

        알 리가 없잖아.

여2    그래요? 

남     사람을.. 왜 그렇게 뚫어지게 보는거야.

여2    아뇨.... 이상해서....

남     .... 이상하다니 뭐가!

여2    어젯밤에도 그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또 쫓겼는데. 쫓기다가 넘어지고.

        새벽 종소리가 울릴 때.... 날 뒤쫓던 그 남자가

        날 죽이려고 달려들었는데. 그 남자는... 내 친구였어요.

        그것도.... 내가 가장 친하다고 믿었던....

남     그만해. 이상한 소리 할 거면 나가줘.

여2    바로 당신!

        그림 속의 저 얼굴. 당신 얼굴이었다구요.

(M)  침입자 / 조용한 가족 OST


(E) 비오는 소리


여     (잠기 어린) 여보. 뭐해?

남     어.. 잠이 안와서.

여     술까지 마시면서. 옛날 첫사랑이라도 생각하는거야?

남     내가 첫사랑이 어딨어. 당신이 첫사랑인데.

여     그래? (웃고)

(잠심 침묵 흐르고)

여     그런데 여보.... 동우는 어디 있을까?

남     ......!

여     20년 전에...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나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잖아.

남     당신.. 아직도 동우 생각해?

여     나... 당신이랑 결혼해 15년 넘게 살았어.

        동우 생각은 무슨...

남     그런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봐.

여     가끔.... 이렇게 비오는 날에는 가끔....

        궁금은 하더라구. 동운 뭐 하고 지낼까. 살아는 있을까.

        아니면 죽어버린걸까.

남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자자.

여     아직도 이상한 열등감 같은 거 있는 건 아니지?

남     열등감은 누가 열등감을 가졌다 그래!

여     왜 화를 내...

남     나 동우 원래 싫어했어. 난 그 자식.. 싫었어.

        그러니까 내 앞에서 얘기 꺼내지 마. 다시는.

여     20년만에 처음이잖아.

남     그래. 이게 마지막이야. 다신 이런 얘기하고 싶지 않아.

(M)   여고괴담 메인 테마


(E)비오는 소리 들리고


남     (헉 하며 일어나고)

여     여보.....

남     .......(숨 몰아쉬는)

여     왜 그래. 가위 눌렸어?

남     ...... 아니야..

여     요새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네. 얼른 자.


남     아내는 곧 잠이 들었지만

        난 잘 수가 없었다.


(E) 정적을 깨며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여2    사장님.

남     누구세요.

여2    저에요...... 동우...

남     뭐?

여2    점점 더 확신이 들어요. 꿈속에서 제 이름은 김동우에요.

        그리고.... 제 가장 친한 친구는 사장님이구요.

        사장님은.... 제가 사랑하는 여자를..... 함께 사랑하고 있어요.

남     너...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끊어.

여2    20년이 지났으니까 공소시효도 지났겠죠? (흐흐흐.. 섬뜩하게 웃고)

남     너..... 너.......

여2    왜 그랬어?

남     ........

여2    왜 날 죽였어?

        나는 너를 믿었는데. 왜 그랬어?

남     .......(헉헉 숨소리만)

여2    네 학비도 내가 대줬고. 언제나 너와 함께이길 바랬는데.

        왜 그랬어?

남     그...그만해....

여2    내 여자랑 같이 사니까. 행복해?

남     그만하라구! 

(E) 전화기 던지고

(M)  목소리 경음악 / 'M' OST


여     여보.. 혈색이 너무 안좋아..

남     밤에 편의점에 나갔더니 좀 피곤하네.

여     이제 그만 나가. 알바 구하자...

남     그래야겠어.

여     그런데 여보.... 나 요즘 좀... 이상한 일이 있어.

남     어? 무슨....

여     꿈에... 동우가 보여.

남     내가 그 자식 얘기 꺼내지 말랬잖아!

여     들어 봐. 꿈에... 동우가..... 당신 목을 조르고 있단 말이야.

남     ......!

여     그게 너무 섬뜩해서.....

        그런데 요즘 당신 혈색도 계속 안좋아지고 하니까....

남     다..당신도 더위 먹었나보지.

여     내가 원래 꿈 같은 거 잘 맞는 편이었잖아. 그래서 괜히 불길해 그렇        지.

남     아침부터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나... 나갔다 올게.

여     어디 가게.

남     그냥 좀.... 어디 갈 데가 있어. 어쩌면 자고 올 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런 줄 알아.

여     어디 가는데......


(E) 기차 소리


남     20년만이다.

        20년만에..... 고향에 내려간다.

        동우와.... 마지막을 보냈던.... 바로 그곳.

(M) 꿈속의 만남


(E)대나무 우는 소리들

(E)걷는 소리


남     그곳은 여전하다.

        푸른 대나무숲과 하늘. 정적을 가르는 바람.

        그리고.


(E) 멀리서 교회 종소리


남     어린이 성경학교를 시작하는 교회 종소리까지도.

        20년 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


(E)걷고 


남     그리고 대나무 숲의 사잇길.

        욕심에 눈이 멀어. 돈에 눈이 멀어. 사랑에 눈이 멀어.

        난 나를 믿고 있던 친구를......

        배신했다. 

        그 길 앞에 서자. 눈물이 겉잡을 수 없게 흘렀다.


여2    올 줄 알았어.

남     너....너는....

여2    20년만이네 우리.

남     도..동우... 니가 정말.... 동우라구?

여2    이유를 몰랐어. 왜 그렇게 매일 슬픈지.

        왜 가슴 속에 응어리를 풀 수가 없는지.

        그림을 그리면.... 언제나 떠오르는 하나의 얼굴.....

        그 얼굴을 막상 그리고 나면 찢어버리곤 했어...

        그게 너였으니까.

남     (헉헉 숨쉬고)

여2    세상은 아무도 너를 벌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어. 그래서.... 너에게 보냈어.

남     아니야... 이건... 이럴 순 없어.... 아니야.... 아니야....

여2    널.... 가만 두지 않아.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서라도..... 널 가만 두지 않아.

남     아니야.... 아니야........

(E)쓰러지고 

(M)  미궁 / 황병기


남     가슴이 죄어온다. 숨을 쉴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겨우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엔 아내가 있었다.


남     (반가운, 숨쉬기 힘든) 여..여보... 여긴 어떻게.....

        (헉헉) 여보... 나... 병원으로.... 일단.... 병원으로......

여     (차갑게) 내가 왜?

남     ......여보....

여     이렇게 숨이 끊어지는 모습을 보려고 일부러 왔는데.

        내가 왜 널 병원에 데려가?

남     지금... 무...무슨 소리하는거야....

여     1년 전에야 알았어. 꼭꼭 숨겨둔 니 일기장 보고.

        1년전에야.... 동우가 죽었다는 거.. 알았어.

        동우를 죽인 게 너라는 것도... 알았어.

        동우 사라지고... 내가 얼마나 몸부림치며 힘들어했는지

        잘 알면서. 넌 나를 그냥 내버려 뒀었어.

남     (헉헉) 여보....이러지 마... 나 병원에....

여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나랑 결혼했어.

        세상에..... 동우를 죽인 너와 결혼해 지금까지 살다니......

남     .......

여     이미 공소시효도 끝났고. 너를 벌할 사람은 나밖에 없었지.

남     그...그럼.... 다 거짓말....

여     연극 잘하는 애 하나 사서 전생이니 뭐니 했더니

        그걸 그대로 믿고 놀라는 꼴이라니....

        다 자업자득이야.

남     여...보....

여     난 동우를 대신해서 널 벌하는거야. 그치만 아무 것도 한 거 없어.

        그냥..... 너에게 진실을 보여준 것밖에는.

남     (헉헉)


남     점점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녀의 목소리도 멀어져 간다.

        

여     잘가. 다음 세상에서도. 우린 다시 만나지 말자.

(M) 주제음 (최윤실 - 나는 널 몰라)












        

 











2008-07-30(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