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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7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47화 - 그해 여름


(M) 주제음 (나에게 넌 너에게 난)


* 이 드라마는 익명을 요구하신 청취자님의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여     여름이다.

        늦은 밤까지 식지 않는 더운 공기와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것 같은 뜨거운 햇살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8년 전. 여름.

        난 아무 것도 모른 채

        그 길고 긴 여름이 시작되는 걸 마냥 좋아하고 있었다.

(M)  그해 여름 - 강타


(E) 대한민국 응원 소리


여     어딜 가나 더위보다 더한 열기가 뒤덮고 있었다.

        그땐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씩은 들떠 있었다.

        처음 맛보는 축제의 즐거움에 흥분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나 역시 별다른 이유도 없는 설렘을 느끼며

        지내고 있었다.

        친구를 조르고 졸라 소개팅 자리를 만든 것도

        어쩌면 그런 마음의 연장이었을지도 모른다.

        왠지 지금 누군가를 만나면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생애 한번뿐인.. 운명적인 사랑.. 말이다.

(M)


(E) 전화벨 소리


여     (애써 이쁜 목소리로) 네. 여보세요?

남     아... 저 혹시... 윤..은서씨?

여     어머.. 네. 맞아요. 제가.. 윤..은서..랍니다.

남     저는 오늘 소개팅하기로 한 사람인데요.

여     아... 그러세요? 어디세요? 전 방금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남     벌써.. 도착하셨다구요?

여     네~ 제가 워낙에 신용을 중시하는 사람인지라...

        약속 3분 전엔 칼같이 약속장소에 도착하는 편이죠.

남     (곤란)... 네..

여     그나저나.. 어디신데요?

남     전 아직.. 출발을 못해서요.

여     (왈칵 짜증나지만, 일부러 웃으며) 아....하하...네.. 출발을 못하셨군요.

        그럼 뭐... 언제쯤 출발을 하실 예정이신지..?

남     그게요. 제가 일이 생겨서 못나갈 것 같아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여     (자기도 모르게 버럭) 지금 장난....(참으며)....하시는 거.. 물론

        아니겠지만요. 아니.. 다른 날도 아니고 황금 같은 주말에

        약속 잡아놓으시고. 이제 와 펑크를 내 버리시면...

남     그러게요. 뭐라고 사과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제가 중간에 소개해 준 분께는 미안하다고 얘기할께요.

여     아니.. 이보세요.

남     죄송합니다. 그럼 끊을께요.

(E) 뚜뚜뚜


여     아니... 뭐 이런 게 다 있어!!!

(M) 날봐 귀순


(E) 거리 소음. 탁탁 걸어가는 소리


여     아 그랬다니까! 그래! 나 지금 바람 맞고 집에 가는길이야!

        얼굴은 커녕 그림자도 못봤어! 넌 어디서 그런 놈을 소개했어!

        니가 직접 아는 사람도 아니야? 아 직접 아는 사람을 해줬어야지!

        그 사람 무슨.. 은행 다닌다 그랬었지! 어느 은행 어디 지점이야!

        빨리 알아내서 문자 쳐. 나 이대로는 못 넘어가. 알았지!

(M)


(E) 은행 들어서는


여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난 친구가 가르쳐 준 은행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 걸어가는 소리. 은행 소음들.


여     (작은소리로) 김봉덕.. 김봉덕.. 어디 간거야..

        아후.. 이름도 꼬져가지고.. 김봉덕.. 김봉덕...

        오케이. 저기 있구만? 얼굴은... 뭐... 기생오래비 같긴 해도

        나쁘진 않고. 키는..... 크네. 괜찮네. 배도 안나왔고.

        

(E) 띵똥.... 얼른 가는 소리


남     어서오세요. 뭘 도와드릴까요?

여     뭐 하나.. 너무 궁금한 게 있어서요. 여쭤보려구요.

남     네? 네.. 그러세요.

여     제 얼굴 많이 별론가요?

남     네???

여     아니.... 못봐줄 정도에요? 그래요?

남     아닙니다..고객님.

여     그럼요. 목소리는요? 완전 이상해요? 토할 것 같아요?

남     아뇨.. 그럴리가요.

여     그러니까요. 내가 딴 건 몰라도 목소리.. 특히 전화 목소리는

        특허내라고 할 정도로.. 괜찮거든요.

남     ...아...네..

여     그런데 어떤 남자가, 제 목소리만 듣고 절 바람 맞췄거든요?

        그러고 나니까 별별 생각이 다 드는 거에요.

        혹시 내 이름으로 사람찾기해서 내 얼굴을 미리 본건가?

        그런데 너무 맘에 안 들어서, 만나지도 않고 날 찬건가?

남     .........저 혹시...

여     맞아요, 지난주에 소개팅 바람 맞은 여자.

남     아....그땐 제가 죄송했어요. 사정이 있어서..

여     그러니까요. 제가 굴욕스러운 거 알면서도 여기까지 온 건요.

        그놈의 사정이 뭐냐... 이게 너무 궁금해서 잠이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온 거에요.

(M) DISCO - 엄정화


(E) 자판기 커피 꺼내는


남     드세요. 제가 멀리 나갈 순 없어서요.

여     네.. 뭐... 괜찮아요.

남     좀 놀랐어요. 이렇게 오실 줄은 몰랐는데.

여     당연히 모르셨겠죠.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는데.

남     얼굴 보니까 분이 좀 풀리셨어요?


여     ..풀리다 뿐이겠는가.

        내 이상형인 배용준처럼

        그는 부드럽고 섬세한 표정의 소유자였다.


남     ...은서씨?

여     네? 아.. 전 그냥 뭐.. 사람이 살다 보면 약속을 어길 때도 있고

        그렇다고 생각해요. 모두 저처럼 완벽할 순 없으니까.

남     네? (웃고)

여     뭐.. 어떻게.. 제가 만회할 기회를 드려요?

        저는 뭐.. 이번 주말.. 프리한데.

(M) 여행을 떠나요 - 이승기


여     그와 나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느낀 호감 만큼

        그 역시 나에게 깊은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지루하고 무더웠던 나날들에

        그는 한줄기 소나기 같은 사람이었다.


(E) 비오는 소리. 뛰어 나오고 


남     은서씨!

여     왜 이렇게 늦게 끝나요. 나 우산 들고 서프라이징 해주려고

        기다리다가 팔 빠지는 줄 알았어요.

남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여     몰라요. 처음엔 청초하니.. 스타일도 이뻤는데..

        머리도 완전 곱슬거리고.. 옷도 다 젖고.. 이게 뭐에요.

남     얼른 가요. 안 추워요?


(E) 국수 그릇 탁자위에..

(E) 멀리서 탁탁탁 도마질 소리 등..


남     여기 국수 맛있어요. 국물부터 좀 먹어봐요.

여     잔치국수 좋아해요? 나두 이런 거 디게 좋아하는데.

남     잘됐네요. 여긴 조미료 전혀 안쓰구요.

        멸치로 직접 국물 만들거든요. 시원할 거에요.


(E) 국물 마시고


여     어... 정말 맛있다.

남     많이 먹어요.

여     저 오늘 교수님한테 혼난 거 있죠.

남     왜요?

여     조교들이 그렇죠 뭐. 내가 잘못한 걸로도 혼나고.

        내가 잘못 안한걸로도 혼나고. 완전 동네북이에요.

남     그래서. 지금 기분 안좋겠네요?

여     취직한 애들이 부러워요. 말이 폼나게 대학원생이고 조교지..

        너무 힘들어요.

남     대학 다닐 땐 조교들이 이런 고민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여     그러니까요. 겉에서 볼 땐 좀 있어 보이고 그럴지 몰라두요.

        해 보면 완전 죽음이라니까요.

남     그런데.. 그건 어떤 일이나 그런 거 같아요. 저도 힘들어요.

여     은행원이 뭐가요. 물론 업무야 좀 많겠지만. 그냥 자기 일 하면

        되는 거잖아요.

남     아니에요. 실적 때매 골 아프죠.. 상사 눈치 봐야죠.. 또 성격 이상한

        손님이라도 오면.. 그거 상대해야죠.. 우리도 힘들어요.

여     아..그래요?

남     그럼요.

여     (웃고) 다행이다. 나만 힘든 거 아니어서.

(M) 다행이다 - 이적


여     매일매일 전화하고. 문자 주고 받고.

        아침에 몇시에 일어났는지. 마을 버스를 안놓치고 잘 탔는지.

        점심은 뭘 먹었는지. 퇴근은 몇시에 하는지.

        서로 일거수 일투족을 얘기하는 날들이 늘어가자.

        난 마치 그 사람의 부인이 된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E) 팥빙수 얼음 사그락


여     아.. 역시 여름엔 팥빙수가 짱이야.

남     난.. 팥빙수 속에 들어있는 거 있잖아. 요거요거.. 떡이 젤 좋아.

여     나는 팥. 그럼 오빤 떡만 먹어. 내가 얼음이랑 팥이랑 다 먹을게.

남     야.. 그렇다고 그건 좀...

여     그래.. 다 먹어라 돼지야. 요새 자꾸 배 나와?

남     내가 무슨 배가 나와..

여     배 나오면 진짜 아저씨 같아 보이는 거 알지? 어린 나랑 다니려면

        신경 좀 써. 나중에 결혼식장에서 도둑놈 소리 듣기 싫으면.

남     ......결혼식...장?

여     어? 아니... 그러니까.... 만약에....

        (농담조로) 오빠가 프로포즈했는데.. 내가 받아줄 지 또 누가 알아?

남     어...


여     갑자기 분위기가 서먹해졌다.

        이건 뭔가... 그러니까 이 사람은 나랑 이렇게 가깝게 지내면서도

        결혼은 생각 안하고 있다는 얘긴가....

        난 갑자기 입맛이 없어져서.. 그 좋아하는 팥빙수를 앞에 두고도

        헛숟가락질만 하고 있었다.

(M)


(E)매미 소리, 걷는


여     그런데 오빠..휴가 안가?

남     가긴..가야지.

여     언제? 나도.. 휴가 맞출까?

남     어? 아니.. 나 친구들이랑 같이 여행 가는데?

여     어?

남     매년 같이 가는 애들 있어.

여     아... 그래?

남     너도 같이 갈래?

여     됐어.. 남자들끼리만 가는 델 내가 어떻게 껴..

        참.. 형 결혼식 언제라 그랬지?

남     아.. 우리형? 다음주.

여     결혼식장이 어딘데?

남     어? 왜?

여     ...아니.. 그냥...


(E) 말없이 걷고


여     난.. 최소한 그 사람이.. 결혼식장에 올래..? 이 한마디는

        해줄 줄 알았다. 아니면... 초대해야 하는데.. 일가친척이 너무

        많이 모이는 자리니까.. 우리 가족은 다음에 만나자..... 라든가..

        하지만 그는 그냥 곤란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섭섭했다. 나의 섭섭함을 그도 눈치챘는지..

        헤어질때까지 내내 미안한 표정이었다.

(M) 미안한 마음 - 원더걸스


여     집에 돌아와. 계속 내 눈치를 살피고. 미안해하던

        그 사람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E) 전화하는


여     전화를 받으면.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얘기해 줄 참이었다.


(E) 전화받는 소리


여2    여보세요.

여     ...... 여보세요? 저.... 봉덕오빠 핸드폰 아닌가요?

여2    누구신데요?

여     네? 저는... 그러니까.... (하다가) 그런데 그쪽은 누구신데요?

여2    나 그 사람 약혼년데요.

여     ...네?

(M) 배반 - 빅마마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M) 


여2    여보세요?

여     ........네.. 

여2    윤은서씨죠. 

여     네? 그러니까 그게... 죄송한데. 오빠 있어요? 좀 바꿔 주시면

        안될까요?

여2    너 웃기는구나?

여     ....!

여2    내 말 못 알아들었어? 나 그 사람이랑 약혼했어.

        11월에 결혼하기로 했구.

여     하아.. (기가 막히고)

        그런데요.. 전 오빠한테 아무 말도 들은 게 없어서..

        직접 통화를 좀...

여2    듣고 말고 할 거 없다니까?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

        그 사람이 너랑 바람 핀 거라구. 그러니까. 알아들었으면

        앞으로 전화하지 마. 이상한 문자도 그만 보내구. 알았어?


(E) 뚝 끊어지고


여     눈을 한참 동안 감았다가.. 다시 떠 봤다.

        꿈일까봐.

        꿈이길 바라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 사람과 둘이.. 행복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

(M) 꿈에 - 박정현


여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하루종일 울고.

        울다가 지쳐서 잠들고.

        다시 울고.

        또 그러다 잠들었다.

        학교도 나가지 못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길 며칠.


(E) 전화벨 소리


여     그 사람이었다.


(E) 전화 받는


여     (긴장, 울음) 여보세요?

남     은서야..

여     지금 어디야 이 나쁜놈아!!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결혼할 여자도 있으면서 나한테...

        어떻게 그래!!!

남     .........

여     지금 어디냐구! 한번은 만나야 할 거 아냐!

        이렇게 헤어지더라도... 한번은 만나서...

        만나서.. (엉엉 울고)

남     집앞이야.. 나와..

(M) 


(E) 풀벌레 소리 작게 들리고


남     얼굴이.. 많이 안돼 보인다.

여     어떻게 된건지.. 얘기해줘.

남     처음부터 말 하지 못해서 미안해.

여     ....

남     5년 넘게 만난 여자야. 부모님도 다 알고 계시고..

        친구들도 다 알아..

여     (기막힌) 그래서.. 친구 한명 소개 안해주고

        형 결혼식장에 같이 가잔 소리도 안했던 거야?

남     ....미안하다.

여     그러니까.. 그렇게.. 날 갖고 놀았던 거네?

남     그런 건 아니야. 절대 아니야.

여     아니면 뭔데!!!

남     내가 여자친구 있는 걸 몰랐던 우리 회사 과장님이

        자기 혼자 소개팅 약속을 정했었어..

        사실.. 여자친구랑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던 때라서..

        얘기 들으니까 나가볼까 싶기도 했었어.

여     ...... 그래서.. 나간다고 해놓고..

        막상 시간 되니까 안나온거야?

남     응..

여     그런데... 내가 은행으로 찾아가니까 어쩔 수 없이 만났던거고?

남     니가 은행 왔을 때... 솔직히.. 너무 좋았어.

        그 마음은 정말이야. 너 처음 만나고 지금까지..

        니가 좋지 않았던 적은 없어. 늘 좋았어.

여     (하.. 헛웃음 웃고) 뭐야 그럼...

        난 좋았고. 여자친구랑은 결혼을 해야 했고? 그랬던거야?

남     감정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돼 버렸어. 너랑 며칠전에 그러고 헤어진 다음에 

        여자친구 만났었어. 그리고... 결혼 없었던 일로 하자고...

        그랬었어.

여     ..........! 뭐?

남     그렇게 한바탕 싸우다가.. 내가 담배 피러 나간 사이에

        니가 전화한 거고... 그 전화를 여자친구가 받은거야.

여     ......

남     정말 염치없고... 양심없는 소린 거 잘 아는데.

        은서야. 조금만 기다려 주면 안될까?

        내가... 다 정리할게.

(M) 다시 시작해 보자 - 김동률


여     머리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은 말을 듣지 않았다.

        나에겐 처음 찾아온 사랑이었다.

        이렇게 보내고 싶진 않았다.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기다리고 싶었다.

        그후 얼마 동안 그 사람에게선 아무 소식도 없었다.

        하지만. 그와 헤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보냈던

        그 며칠의 지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기다리면 돌아올 거라는. 희망이 있었으니까.


(E) 전화벨


여     여보세요.

여2    ......윤은서씨.


여     단번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여2    우리. 좀 만나요. 그럴 수 있겠어요?

(M) 


(E) 커피잔 소리


여2    지난번엔.. 내가 무례했죠.

여     ..아뇨.. 아니에요.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거에요.

여2    얘기 들었겠지만.. 난 그 사람하고 5년을 만났어요.

여     ...네.

여2    그 사람 친구들.. 내가 다 알고.

        내 친구들.. 그 사람이 다 알아요.

        우리집.. 자기집처럼 드나들었고.. 저도 그랬어요.

        서로 부모님 생신 챙겨드리고. 같이 여행도 갔어요.

        그러려면 결혼하지 뭘 그렇게 질질 끌고 있냐는 주변 채근에

        올 11월 결혼하기로 했구요. 난 얼마 전에 웨딩드레스도 맞췄어요.

여     .....네에..

여2    그날.. 그 사람이 은서씨 얘기한 날..

        신혼여행 어디로 갈지 결정하려고 만난 거였는데..

        갑자기 그러더라구요. 여자가 있다고.

여     .....

여2    사랑한다고 그랬어요. 그렇지만 은서씨.

        그 사랑은... 나한테도 말했던 사랑이잖아요.

        5년 전에.. 그리고 5년 동안.. 나한테도 내내 말했던 거잖아요.

여     (울음참으며)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요.

        저는.. 이런 사랑이 다시 올 것 같지 않아요.

여2    다 착각이에요. 지금 뜨거운 것만 사랑일 것같죠.

        아니에요. 안 그래요. 그것도 변하고. 식어요.

여     그렇지만....

여2    나는요 은서씨. 은서씨만 물러나주면. 그 사람 설득할 자신

        충분히 있어요. 우리한테 이 정도 위기 없었던 것도 아니구요.

        그리고.. 우리한텐 추억이 있잖아요.

        나한텐.. 추억이 무기에요. 그 사람은 저 쉽게 못떠나요.

여     ....

여2    은서씨한텐.. 그 사람과 함께한 무엇이 있나요?

(M)루비 - 핑클


(E) 소나기 소리


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소나기가 내렸다.

        피할 생각도, 우산을 살 생각도 하지 않고.

        난 그냥 걸었다.

        그리고 집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을 보았다.


(E)뛰어오고


남     야.. 지금 뭐하는거야.. 왜 비를 맞고 다녀..

여     왔어?

남     너 진짜 얼굴이... (한숨)

여     오빠. 우리한텐 뭐가 있지?

남     ...뭐?

여     함께 여행간 적도 없고. 서로의 집에 가 본 적도 없고..

        서로의 친구들을 만난 적도 없고.. 부모님께 인사해본 적도 없고...

        기껏... 전화하고.. 차 마시고... 영화본 거 밖에 없다. 그지.

남     ........

여     그걸로.. 5년의 추억을 이기긴 힘들거야.. 그렇지?

남     ...은서야.. 난...

여     오빤 얼굴이 왜 그래? 왜 이렇게 말랐어.

남     나라고 힘들지 않을 것 같애?

        나도... 죽을것처럼 힘들다..

여     그래? 다행이다.....

        나만 힘든 거 아니라서..... 다행이다.....

(M) 1994년 어느 늦은 밤 -장혜진


(E) 소나기 소리


남     부모님한테 말씀 드렸어. 결혼....

여     그냥 해.

남     은서야.

여     오빠도 힘들잖아. 오빠가 5년 동안 사랑했던 그 여자도 힘들거고.

남     그럼 너는!

여     지나가겠지. 그러다 잊혀지겠지.

남     ......

여     그래도.... 너무 다 잊어버리지는 마.

        서로의 이름... 얼굴...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정도는 기억하자.

(M)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 지오디


(E) 비오는 소리 들리고


여     지금도 그때처럼. 뜨거운 여름을 식혀주는.

        차가운 장맛비가 내린다.

        내 사랑은. 열병처럼 달아올랐다가.

        그해 여름이 지나고. 식어갔다.

        하지만. 기억은 남았다.

        6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가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얼마 전. 아주 우연히. 그 사람이 예쁜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눈물 대신. 웃음이 났다.

        그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M) 주제음

        





        


        















2008-07-1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