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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7일 화요일 방송원고 및 수록곡

2008년 6월 17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윤영애

 

- 레슨 -

며칠 뒤면 시어머님 생신이신데 한 달 전부터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어머님 생신을 맞았는데, 저희 시댁에선 생신 때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직접 며느리들이 준비한 요리로 가족들과 친구분들을 초대하거든요. 그래서 요리 솜씨를 제대로 발휘해야 하는데, 친정에서 맨날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만 넙쭉 받아 먹었기 때문에 제 요리솜씨는 한 마디로 낙제점 그 자체 였습니다. 라면 물도 똑바로 맞추지 못해서 맨 날 한강 라면 아니면, 가뭄라면을 끓였기 때문에 시어머님 생신 음식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했지요. 속성으로 생신상 요리 음식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다면 밤을 새우고라도 배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빨리 끝내는 과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구세주가 등장했습니다. 그 구세주는 다름 아닌 나의 남편! 남편은 혼자 자취생활을 10년을 했고, 호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감춰둔 요리 실력이 대단하더군요. 한식은 기본이고, 양식과 중식, 일식까지 최고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너무 대단한 수준급이었습니다. 왜 이런 실력을 감췄냐고 물어봤더니, 맨 날 밥 해 달라고 조르면 귀찮을 것 같아 제 요리 실력이 향상될 때까지 숨기고 싶었다고 합니다. 원망심도 생겼지만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죠. 그래서 명절과 제사 때마다 시어머님과 투톱으로 차례상을 책임졌다는 남편에게 지금 아주 세세하게 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국은 어떻게 하고, 또 계란은 언제 터트려 주고, 또 불은 몇 도에 맞춰야 요리가 최고조에 오르는지,,, 진짜 요리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 같습니다. 실전에서 어느 정도의 실력을 발휘할지 아직은 의문스럽지만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요리 비결을 터득했기 때문에 꾸중 대신, 사랑 받는 며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제 아픈 고민을 말끔히 풀어주고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먹어 주면서 끝까지 격려를 보낸 남편이 정말 고맙습니다. 남편 사랑해. 이번에 잘 배워서 올 추석 때는 내 손으로 멋진 상 차려줄께.

신청곡: Listen / Beyonce

영화 드림걸스에 주연으로 열연했던 비욘세가 2007년 발라드 히트곡.

 

이동화

 

- 나 자신에게도 가끔씩 포상 휴가를... -

"언니야! 때로는 우리 자신들에게 포상 휴가를 주는 거야"

지난 주말 4공주들이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치밀한 계획과 각자 준비물을 준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지가 정해진 것도 아닌, 어느날 불쑥 정해진 깜짝 여행이었지요. 구순의 치매 시어머니를 모신다고 석 달을 꼼짝없이 갇혀 지낸 왕언니, 말이 사업이지 불황으로 일거리가 꽉 막혔다면서 힘들어하는 둘째언니, 분식집 한다고 손에 물마를 날이 없는 셋째 언니. 우리 네 사람은 차를 타고 둘째 언니네 한적한 시골집 앞마당에 도착했습니다. 마당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항아리들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겼습니다. "아이고 맛있것다. 이게 몇 년산 간장이더냐?" 새벽이면 남편 따라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를 등짝에 짊어지던 언니가 언제 와서 이런 맛깔스런 장들을 담궈놓았는지.... 야트막한 돌담사이에 딸기, 곰취, 치커리, 상추 잎파리는 떡 벌어진 것이 너울너울 춤추는 듯 했습니다. 마당을 빙 둘러가면서 매실, 버찌, 자두, 감나무의 유실수가 오밀조밀 심겨져 있는데, 마치 유년의 향수를 느끼게 했답니다. 앞마당에 숯불을 피워서 모락모락 냄비밥에, 날된장에 푹 찍은 풋고추는 어찌 그리 꿀맛이던지요? 별이 쏟아지는 듯한 방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희뿌연 새벽녘, 운문사 사리암에 올랐습니다. 안개가 채 걷히지도 않은 새벽녁, 산사를 향하는 그 감촉이 어찌 그리 좋던지요? 산사를 내려오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또 어떻고요. 정말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산길 중간 즈음에서 벌컥벌컥 약수물도 조롱박으로 들이켰습니다. 산사에서의 아침공양은 난생처음 제게 부여하는 특별 이벤트였습니다. 내려오는 길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있는 가운데, 평지 속 아늑하게 자리한 운문사를 둘러보았답니다. 일년에 두번씩 막걸리를 뿌린다는 처진 소나무, 산사주변에서 배추를 수확하는 여스님들.... 20여년 만에 다시 찾아보는 고요한 풍경의 운문사는 포상 휴가지에서 제게 넘치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신청곡: Around The World / Aqua

덴마크 출신의 혼성 4인조 팝 그룹 '아쿠아'의 1999년 작품.

 

김미선

 

- 산다는 게 왜 이리 힘들까요 -

올라도 너무 올라버린 경유값. 남편은 10년이 넘게 몸 담아왔던 직장을 접고, 크레인을 사서 2년 전부터 간판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동안은 남편의 벌어들인 수입으로 차 할부금이며 시댁식구들에게 빌린 돈을 조금씩 갚아가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었습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었기에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꾸려 나갈 수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현실로 다가오는 어려움으로 주부로써 한숨만이 깊어갑니다. 경유값이 너무 올라 수입이 있어도 거의 적자에 가깝고, 그렇다고 차를 팔수도 없는 노릇이고, 워낙에 덩치가 큰 차라 누가 쉽게 살 엄두도 내지 못하니... 갑갑하기만 합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남편의 지금 심정은 저보다 더 애가 타겠지요. 밤잠을 설쳐가며 깊은 한숨에 빠진 남편을 볼 때마다 아내인 저 역시도 남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를 모르겠네요. 언제쯤이면 남편의 입가에서 미소를 찾아볼수 있을런지... 경유값뿐만 아니라 생필품조차 올라서, 만원을 들고 재래시장에 가면 도저히 시장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딸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과일도 변변하게 먹이지 못하고 있어서 부모로써 참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소고기야 예전에도 우리 서민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어쩌다 한번 외식으로 먹어볼까 말까 하던 사치스런 음식이었지만, 그나마 부담 없이 일주일만에 한번 씩은 먹었던 우리가족의 유일한 힘의 에너지, 삼겹살마저도 하늘 무섭게 올라버려 정육점 문턱에까지 가서도 망설이다 망설이다 발길을 돌리곤 합니다. 어제는 딸아이 생일이었습니다.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리 딸아이... 생일 선물은 고사하고 고기라도 실컷 먹여볼량으로 삼겹살을 2만원 어치를 주문해 집으로 돌아와 고기를 구워 먹이는데, "우와~ 삼겹살이다! 이게 얼마만이야??" 하며 딸 아이는 콧노래를 부르더군요. 삼겹살 하나에 기뻐하고 삼겹살 하나에 우는 지금의 현실이 참 서글프게 느껴졌습니다. 서민들이 잘 살아야 나라도 잘 산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빨리 우리 서민들에게도 웃는 날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신청곡: I Hope You Dance / Lee Ann Womack

미국 출신의 여성 컨트리 가수 ‘리 안 워맥’의 2000년 작품.

 

이종윤

 

연락처 010-8193-0720

- 아버지의 마음 -

지난 주말, 아버지의 생신을 맞이해서 우리가족은 거의 10년 만에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그때 6명이던 우리가족은 새로운 가족이 된 매형과 제 아내 그리고 아이들 3명까지, 모두 11명이라는 대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온가족이 부산을 떨었지만 아버지는 그저 앉아서 가족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밖으로 나가더군요. 잠시 후 아내 손에 들린 물건은 흰머리 염색약이었습니다. "아버님 제가 염색해 드릴께요. 10년은 젊어 보이실 거예요." 엄마가 그렇게 염색 한번 하라고 하셔도 지금까지 한번도 염색이란 걸 하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몇 번을 고사하시더니 결국은 며느리와 가족들 성화에 못이겨 염색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검게 변해가는 흰머리를 보고 있자니 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 옛 날 제가 학교에 갈 준비를 끝내고 문밖을 나설 때 쪽지를 넣어주시던 아버지. 그 쪽지에는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라는 말이 적혀 있었지요. 또 시험을 못봐서 엄마한테 야단맞고 기죽어 있을 때는, "그까짓거 공부가 뭐 별거냐. 기죽지 마라. 건강이 최고다" 라며 위로해 주시던 우리 아버지. 이제는 제가 아버지에게 힘이 될 만큼 자라버렸고, 그만큼 우리 아버지 머리에는 흰머리가 늘었고 얼굴에는 주름살 꽃이 피었습니다. 저는 우리 아버지 웃는 모습이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항상 웃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버지가 제게 그랬듯이 저도 아버지에게, 그리고 나의 자식에게 항상 사랑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오늘 우리가족 사진 속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여러분도 가족사진 찍어보심이 어떨까요?

신청곡: Paint my Love / Michael Learns To Rock

덴마크 출신의 팝 록 밴드 ‘마이클 런스 투 락’의 1996년 작품.

 

김외순

 

- 비밀 안지킨 친구와 절교한 추억 -

안녕하세요? 기덕아저씨! 어제 초등학생인 아들 녀석이 일기를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길래, 바로 눕히고 나서 아들의 비밀스런 일기를 몰래 훔쳐보게 되었지요. 아들의 일기를 읽고 있노라니, 26년전 여중시절의 비밀 사건이 하나 생각이 나면서 피식 웃음이 나는거 있죠. 중학교 1학년 시절, 저는 우리 학교에서 제일로 잘 생기시고 거기다가 총각이신 국어선생님을 혼자서 몰래 짝사랑했답니다. 국어과목 수업시간만 되면 저는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절대 졸거나 잠자는 일이 없이 수업시간 내내 선생님 얼굴만 쳐다보곤 했지요. 그렇게 국어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저의 속마음을 혼자서 몰래 감추고 있다가, 하루는 짝꿍이랑 둘이서 절대 비밀을 지켜주기로 하고 진실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그만 저도 모르게 “국어선생님을 짝사랑하고 있으며, 나중에 커서 선생님이랑 꼭 결혼하고 싶다”고 털어놓게 됐습니다. 근데 다음날 학교에 등교하니 우리 반 칠판에는 “김외순! 국어선생님을 사랑한데요” 라고 적혀 있지 뭡니까. 그리고 우리 반 친구 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 모두 저를 보시면, “너 국어선생님 사랑한다며” 라고 하시면서 놀리는게 아니겠습니까. 저요.. 그 날부터 비밀을 지키지 않고 소문을 퍼뜨린 짝꿍과는 절교했구요,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말 한마디 안하고 지냈답니다. 지금도 26년 전, 그 때의 국어선생님을 짝사랑한 비밀이 탄로난 것을 생각하면 괜시리 얼굴이 화끈거리며 짝꿍이 미워지는거 있죠. 그래도 가끔은 그 친구와 선생님이 그립기도 합니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죠?

신청곡 : Alone / Heart

미국 출신의 록 그룹 '하트'의 1987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3주간 No.1 기록.

 

 

 





2008-06-17(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