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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3일 화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2008년 6월 3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임소연 


- 산에서 만난 고마운 분.. -

일요일에 친구와 수락산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이, 물, 장갑 등을 챙기면서 준비를 하니, 꼭 소풍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 올라가는 산이라 잘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정상에 올라가면 얼마나 뿌듯할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햇살이 뜨거워서 조금 더웠지만, 바람이 불어 등산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습니다. 정상을 향해 갈수록 길은 험했지만, 주위 풍경들이 너무 멋져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드디어 해냈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무척 벅찼지요. 바위 아래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오이도 먹고 아이스께끼도 사먹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려가려는데 길이 여러개여서 앞에 가시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따라가다가 그만 다른 봉우리에 다시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했지 뭡니까.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한 할아버지께 내려가는 길이 어디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시더군요.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직접 손을 잡아주시기도 하고,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방법, 다음에 산에 오를 때는 꼭 등산화를 신고 오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잠깐 쉬어갈 때는 참외, 과자도 먹으라고 주셨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산에 오른다고 하셨습니다. 산에 오르시면서 헛된 욕심을 버리자! 또 버리자! 하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신다고 하네요. 아무리 크고 높은 아파트라도 산에서 바라보면 한없이 작아보였습니다. "할아버지~ 덕분에 무사히 내려오게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야. 말동무해준 자네들이 더 고맙지.. 다음에 올 때는 꼭 등산화 신고 와!”   고마운 할아버지께 음료수 하나 사드리지 못한 게 정말 후회가 되네요. '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기덕 오라버니도 등산 좋아하시나요?^^


신청곡: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 Marvin Gaye & Tammi Terrell

소울 남·여가수 '마빈 게이'와 '태미 테렐'이 1967년 함께 불러 싱글 차트 19위 기록.

 

 

 

김옥자 

 


- 엄마와 쑥개떡 -

얼마 전, 조카 결혼식 때문에 인천에 갔다가, 내려 오는길에 잠시 친정인 평택에 들렀습니다. 우리가 멀리 울산에 살다보니 친정, 시집 식구들을 일년에 두 세 번 보기도 참 힘이 듭니다. 일흔여섯의 친정 어머니는 더 깊어진 주름진 얼굴에 함박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하셨지요. "먼 길 운전하고 오느라 힘들었지? 그래 조카 결혼식은 잘 치루고?" 사위와 딸의 두 손을 꼭 잡고 반기시는 친정 어머니는 허리를 곧게 쭉 펴지 못하십니다. 점점 더 구부러지는 허리에, 몇 발자국 걸음을 떼면 허리가 아파, 지팡이에 온몸을 의지하고 걸으시는 엄마를 보니 왜 그리 마음이 아픈지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습니다. 설 명절 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지팡이에 온몸을 맡기시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수다를 떨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엄마가 말씀하십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라. 또 잃어버릴뻔 했네. 내가 너희들 오면 준다고 쑥개떡 만들었거든. 이거 가져가거라.”  저는 모든 떡을 좋아하는 떡보이지만 그중에 엄마가 만들어 주신 쑥향이 짙고 달달한 쑥개떡을 제일 좋아합니다. 먹을것이 넉넉지 않았던 어린시절, 궁금한 우리들의 입을 달래주었던 쑥개떡. 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농사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우리 딸들이 쑥을 뜯어다 놓으면 엄마는 쑥을 삶아 돌절구에 찧어 쑥과 밀가루로 반죽을 하여 둥글 넙적하게 모양을 만들어, 무쇠 가마솥에 베보자기를 깔고 쪄주셨습니다. 지금이야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 만들어 주시지만 쌀이 귀했던 그 시절에는 밀가루로 만든 쑥개떡도 얼마나 맛있었던지, 채반 가득 쪄놓아도 금방 없어졌습니다. 어려서 늘 먹었던 떡이라 그런지, 제 아무리 맛있는 떡이라 해도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쑥개떡 그 맛을 세월이 흘러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엄마가 만들어 주신 쑥개떡, 언제까지나 먹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오래오래 사셔서 자식들이 좋아하는 쑥개떡 많이 많이 만들어 주세요. 아셨죠?


신청곡:  Angel / Sarah McLachlan

캐나다 출신의 팝 여가수 '사라 맥라클런'의 1998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4위 기록.

 

 

성은영 

 


- 어머님의 땀 -

저희 고부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땀을 흘립니다. 새벽 운동을 하냐구요? 아닙니다. 시어머니와 저는 신문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공장이 작년 말에 부도가 났습니다. 그래서 결혼 후 12년 만에 힘들게 장만한 집도 날아갔고 한푼 두푼 모았던 적금들도 모두 남의 수중으로 들어갔죠. 자포자기 하고 싶었지만, 우리 애들이 엄마 아빠 힘내라며 학교에서 받은 삶은 계란을 자기들이 먹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 걸 보면서 다시 힘을 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쓰러지면 우리 애들까지 큰 충격을 받을 거라며, 애들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고 결심했죠. 그러나 많은 빚 때문에 남편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바람에 정상 취직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애들이 직접 까준 삶은 계란을 먹은 이후부터 남편은 손에 쥐었던 소주병을 내려놓고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지요. 밤에는 대리운전을 했고, 각종 공사장을 쫓아 다니며 일감도 따냈습니다. 주말이면 이삿짐 센터 차도 운전했습니다. 뭐든지 잘 먹는 남편이 고작 감자 2개로 한 끼를 때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신문배달을 시작했죠. 제 모습을 전해들은 시어머님은 당신도 그냥 있을 수 없다며 새벽마다 신문보급소로 달려와 함께 일을 거들어 주십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어머님을 쉬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내 자식이 엎은 물이니 당신도 함께 닦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비록 제가 10부 돌릴 때, 잘해야 2부 밖에 못 돌리셨지만, 뒤에서 함께 땀을 흘리시는 어머님의 존재감은 제 가슴을 감동으로 적셔주십니다. 일이 끝나면 집에서 준비해 오신 시원한 얼음 보리차를 따라주시면서 오늘 하루도 저 때문에 운동 잘 했다고 웃어주시는 어머님을 보면 희망이 쏟아납니다. 신문배달이 끝나도 바로 식당으로 달려가 배달도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지만,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일하는 가족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의 아침은 항상 밝습니다.

밝게 빛나는, 웃음이 넘치는 행복한 집을 꼭 다시 만들 것입니다.


신청곡:  Our House / Crosby Stills Nash & Young

포크록 그룹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 영'의 1970년 작품.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신정자님 사연

 

 

이순희 

 


- 따라가지말아요 -


얼마 전, 두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 집에서 미아예방 교육이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큰 녀석이 처음 듣는 노래를 흥얼거리기에 어린이집 홈피에 들어가 봤습니다. 자료실에 "따라가지 말아요" 라는 제목의 음악파일이 있더군요. 가사를 외우려고 주의 깊게 듣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컥 하더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따라가지 말아요. 따라가지 말아요. 낯선사람 친절해도 따라가지 말아요. 엄마 아빠 친구 인양 맛있는거 사준대도 따라가지 말아요.

그 손에 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꼬맹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내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라니... 그리고 오버랩 되듯이 떠오른 어린시절 노래하나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기쁜일 슬픈일 모두 내일처럼 나누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한집처럼 지내자..." 우리 어릴 때는 시냇물이며 별님 달님 꽃노래를 불렀는데 우리아이들은 학습내용을 노래로 부르는 걸로 모자라 이젠 내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이런 노래를 불러야 하다니 너무 슬픕니다.

우리 아이들도 예쁜 노래만 부를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신청곡: Big Bad World / Real Group

스웨덴 출신의 혼성 5인조 아카펠라 재즈 그룹 '리얼 그룹'의 1998년 곡.

 

 

정은희 

 

- 내 마음 속 자석 하나 -


나에게는 무거운 자석 하나 있습니다.

내 몸 안에 있어서 빼 낼 수도 없습니다.

N극과 S극을 가진 무거운 막대 자석 하나 있습니다.

때때로 내 자석은 혼자 어딘가로 달려가서는

철썩하니 붙어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스스로 어른이 되려 하는 아들이 사춘기의 벽을 높이 쌓으며

내 가슴 속 자석의 S극을 밀어내려 합니다.

내 속에 자생하는 자석이 가는 길을

내 마음이 알게 하시어

아들에게 너무 많은 욕심으로 상처내지 않게 하소서


처음 아들을 만났던 십여년 전에

상처없이 고통없이 행복했던 것처럼

이제 나를 밀어내기 시작하는 아들의 마음속 자석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소서

믿고 기다리게 하소서


신청곡:  The Prayer / Charlotte Church & Josh Groban

팝페라 가수 샤로떼 처치와 조시 그로반이 2002년 불렀던 노래.

 

 

 

 





2008-06-0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