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회:
2008년 5월 27일 화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2008년 5월 27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윤종숙

 

- 우리 아버님의 무용담 -

지난해 정년퇴직한 시아버님께서 몇 달 전, 아파트 경비로 취직을 하셨습니다. 근데 아버님께서 간곡하게 원하셔서 저희 동으로 오시게 되었지요. 저희는 남편이 장사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이 몸에 베어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시아버님께서는 그것을 이해를 못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인터폰을 울리시고, 그것도 안 된다 싶으시면 직접 올라오셔서 초인종을 울려대십니다. 가끔은 아이들이 ‘피자먹고 싶다, 짜장면 시켜달라’는 말에 배달을 시키면 바로 올라 오셔서 저 들으라는듯... 일장연설을 하십니다. “피자 한판 값에 조금 더 보태면 쌀이 20키로인데.. 니들 지금 정신이 있나 없나? 오늘 하루살고 말끼가?” 그래서 이젠 피자나 짜장면을 시키면 다른 동에서 받아서 몰래 집까지 가져오고, 피자포장지는 남편 출근길에 몰래 버리라고 들려주고, 짜장면 그릇은 깨끗이 씻어 시장 나갈 때 장바구니에 담아 제가 직접 갖다주다보니 조금씩 불만과 불평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시장에 간 사이에 집에 도둑이 들어온겁니다. 그날 아버님은 밖에서 보니, 제가 거실에 불을 켜놓고 나간 것 같아 잠시 들려 불꺼 주러 들어왔다가 도둑과 딱 마주친거죠. 돈을 들고 도망가려는 도둑의 주먹에 맞으신 아버님은 도둑의 바지를 붙들고, 그것도 안 되겠다 싶으셨던지 도둑의 허벅지를 세차게 물으셨습니다. 한참 아버님과 실강이를 벌이던 도둑은 겨우 몸만 빠져 나갔지만, 아버님은 2주정도 병원신세를 지셔야만했습니다. "아버님~ 큰일 나실 뻔하셨어요. 그냥 신고만 하시지..."제가 죄송스러운 마음에 말을 흐렸더니, "이제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우리 토깽이들이 방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 정신이 없드라.." 하시는 겁니다. 지금도 지나가는 주민들을 붙들고 그날의 무용담을 말씀하시는 우리 아버님.. “내가 그날 그 도둑놈 때려잡았으면 경비대장으로 승진하는긴데...아쉽다 아쉬워!” 우리 아버님 참 귀여우시죠?아직도 잔소리에 이른 새벽 인터폰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막내 며느리는 아버님을 무지 사랑한답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신청곡: Can't Get You Out Of My Head / Kylie Minogue

호주 출신의 가수 겸 배우, ‘카일리 미노그’의 2001년 작품.

 

박지영

 

- 사장님. 잊지 않을게요 -

여상을 갓 졸업하고 입사한 작은 원단 제조업체. 사장님의 배려덕분에 야간대학도 다닐 수 있었고, 사장님 소개로 성실하고 근면한 지금의 남편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일감이 반으로 줄고 설상가상으로 납품업체 부도로, 다음 달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참 일에 열정과 욕심이 남 달라던 40대 초반의 사장님은 벌써 환갑을 훌쩍 넘기시고,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어 현장 한 귀퉁이에 간이 칸막이로 막아쓰던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밤낮없이 영업에, 현장 일까지 일인 다역을 하시며 지금껏 단 한번도 월급을 미뤄본적이 없을만큼 직원들의 배려도 남달랐던 사장님. 기계 하나하나, 부품하나하나, 사장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사장님의 젊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회사를 접는다는 것이 사장님에게는 얼마나 힘든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장님께는 그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는 말밖에 해드릴게 없네요. 몇 년 전 끊었던 담배를 다시금 피우시면서도, 몇몇 친분이 있는 동종업체에 전화를 걸어, 마지막까지 직원 한사람이라도 더 연결시켜 주려 애쓰시는 사장님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그동안 고생 많았지? 내 성격 맞추느라 박양이 제일 힘들었다는거 내가 다 안다. 고맙네..” 눈꼬리에 이슬이 맺히시며 빙그레 웃으시던 사장님.사장님.. 사장님과 함께했던 오랜 시간, 그 소중한 시간 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자주 자주 찾아뵐께요. 언제든 다시 재기하시는 날, 그날 저를 찾아주신다면 회사를 위해, 사장님을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다시 그날이 오기를 저 또한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신청곡: The Saddest Thing / Melanie Safka

미국 출신의 포크 여가수 '멜라니 사프카'의 1970년 작품으로 인기 차트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

 

이충훈

- 사랑의 열병 -

제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정말 예쁘고 착한 여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그런 여동생이 며칠 전, 두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밤늦게 귀가했습니다. 회사도 가지 않은 채, 이틀 밤낮을 자기방안에만 콕 틀어 박혀 펑펑 울면서 흐느끼다가, 지쳐서 이내 곧 잠이 들고, 또 다시 일어나 목놓아 울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초조하고 걱정스런 마음에, 애타게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자니, 얼마 전 자기 남자친구랑 크게 다투고 헤어진 듯 보였습니다. 그저 옆에서 묵묵히 가슴아파하며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엔 없었지요. 그런데 어제, 거의 이틀 동안 식음을 전패하고 있던 여동생이몹시 수척해진 모습으로 자기 방에서 나오는 겁니다. "좀 괜찮아? 밥 먹어야지...""오빠~ 나 밥 생각은 없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하고는 냉장고로 가는 겁니다. 한참동안 주방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길래, 얼른 달려가 보았더니, 글쎄 넋 놓고 멍하니 앉아서 티스푼으로 설탕을 마구 퍼먹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야? 너 지금 뭐해~~~" 제 고함소리에 놀란 여동생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그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겁니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낸다는게, 찬장에서 설탕을 꺼내 하염없이 퍼 먹고 있는 가엾은 여동생을 보고 있으니까 가슴 한켠이 아리고, 너무 안타깝더군요. "참~~ 그 놈의 사랑, 그게 도대체 뭔지...." 어서 하루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예전처럼 밝고 명랑했던 예쁜 딸로, 그리고 스물 다섯살의 풋풋하고 생기발랄했던 예쁜 여동생으로 돌아와 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뿐입니다. 틀림없이 이 시간만 잘 견디고 나면, 제 여동생도 한층 더 성숙해져 있겠지요.

신청곡: Love Bites / Def Leppard

영국 출신의 록 밴드 ‘데프 레파드’의 1987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차지.

 

심현아

 

- 무뚝뚝 아빠와 시 ... -

며칠 전, 찾을게 있어서 안방에 있는 서랍을 열어보다가 알록달록한 예쁜 편지들을 발견했습니다. 보면 안 되는 거였지만, 너무 궁금해서 한 장을 꺼내 보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아빠가 엄마에게 쓴 편지였습니다. 아빠가 엄마와 재혼 하시고 나서, 두 분은 여느 신혼 부부 못지않게,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즐기면서 살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는 저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배우셔서는 사랑의 문자를 주고 받으시고, 또 수많은 애정표현과 닭살스러운 애칭까지... 그런데 이제는 아빠가 엄마에게 편지까지 쓰실 줄이야... 제가 꺼내본 편지 속에는 엄마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지요. 아빠가 엄마에게 전하는 말을 시처럼 쓰셨더라구요. 아빠는 엄마와 재혼하시기전, 항상 힘들게 사시는 것 같았고, 저도 아빠의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엄마와 결혼하신 후, 힘들게만 사셨던 아빠의 삶이나 모습, 그리고 제가 느끼던 아빠의 외로움은 점점 사라져 가고, 무척 행복해 하신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빠와 저희에게 와주신 엄마에게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답니다. 저는 감사 하다는 말을 잘 못해서 그저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빠는 사랑이 듬뿍 담긴 시를 써서 그 마음을 전하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빠의 무뚝뚝한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저희 아빠가 정말 멋진 분이라는걸 새삼 느낄 수 있었고, 두 분이 참 예쁘게 살고 계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데, 아빠가 엄마를 위해 하시는 행동과 말 하나하나를 보며, 그 말이 맞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두분이 많은 마음을 주고 받으시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청곡: Be Be Your Love / Rachael Yamagata

미국 출신의 여성 가수 ‘레이첼 야마가타’의 2004년 작품.

 

정미희

- 앵두나무 -

얼마 전, 집 마당에 있는 앵두나무를 보니, 하얗고 붉은 꽃을 피운 앵두가 빨갛게 익었습니다. 그래서 몇 알 따서 입안에 넣고 깨물었더니 새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확 번지면서, 침이 고이며 눈까지 감겼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빨간 자태를 뽐내는 앵두. 이번 주말쯤이면 맛도 적당하게 잘 들어서 앵두를 따서 먹어도 되겠더라구요. 저는 이 앵두를 보면 지금은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 아버지가 생각이 난답니다. 아버지는 해마다 앵두가 익으면 따두었다가, 내가 학교 같다오면 작은 두 손 모으라고 하시면서 빨갛게 잘 익은 앵두를 내 두 손 안에 가득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 부터 달콤하고 새콤한 앵두를 무척 좋아했지요. 그날도 며칠 전부터 눈독을 들인 앵두를 먹기 위해 학교 마치고 집으로 달려왔는데, 아버지께서는 마당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아버지를 흔들어 보았지만 아무런 말씀도, 눈도 뜨지 않으셨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께서는 오랫동안 편찮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날도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잘 익은 앵두를 주시려고, 앵두를 따다가 그만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시지 못하고 먼 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앵두를 쳐다보지 않았는데, 시간이 가고 나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보니,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몇 해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맨 먼저 앵두나무를 사다 심었답니다. 그런데 앵두나무는 기득하게도 해걸이도 한 번도 하지 않고, 많은 열매를 나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올해도 이렇게 소복이 많이도 열렸는데, 주말쯤 아이들이 내려오면 함께 먹고, 나머지는 술을 담구었다가, 빨갛게 물이 우러나면 아버지 산소에 한잔 갖다 드려야겠습니다. 기억이 가물거리는 아버지가 보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아마 우리 집의 앵두는 내년에도 풍성하게 열릴 것입니다. 아버지의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져 있으니까,,,,,

신청곡: I Wish You Love / Lisa Ono

일본계 보사노바 재즈 가수 '리사 오노'의 2000년 작품.

 

 





2008-05-3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