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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9일 화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2008년 4월 29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송상민 


- 신문지 때문에 -

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데 손수레에 신문을 가득 실고 있는 아주머니와 같이 타게 되었습니다. 신문지가 어찌나 높게 쌓여 있던지 초등학생 1학년정도의 키높이였습니다. 신문지만 깨끗하게 모아 차곡차곡 쌓아 옆으로 흘려지지 않도록 끈으로 잘 묶여져 있었습니다. 저걸 혹시 그냥 재활용에 버릴까? 아니면 고물상에 직접 가서 팔려고 그러실까? 속으로 궁금증이 유발되어 자꾸 시선이 신문지쪽을 향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띵동~하며 문이 열리자 아주머니는 "영차~"하며 손수레를

끌고 내리셨습니다. 그래서 얼른 도와드렸지요. 몸도 빼빼하고, 힘도 하나도 없어보이는 아주머니는 괜찮다며 혼자 힘겹게 손수레를 끌고 고물상이 있는 쪽으로 가셨습니다. 요즘 세상에 저렇게 알뜰하신 아주머니도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집에서 신문을 몇년째 구독해서 보고 있지만, 이렇게 신문지를 정성껏 모아 고물상에 팔아야겠다라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신문을 보고 난 후 집안 여기 저기 뒹굴뒹굴~굴리다가 그냥 재활용으로 버려지기 일쑤였습니다. 가끔씩 아내가 신문지에 야채들을 돌돌 말아 비닐로 묶은 후 냉장실에 넣어두면 야채들이 오래간다며 쓰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의 버려지는 신문지였습니다. 신문지 하나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지는 지금 흔하게 쓸 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저 어렸을때는 좀 귀했거든요. 초등학생때 아빠께서 신문지를 잘 모아서 가위로 잘라 박스에 담아 놓으셨고, 그 신문지를 잘 비벼서 화장지 대용으로 가족모두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때 서예시간에 붓글씨

쓸때 밑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화선지를 놓고 붓글씨를 썼던 기억도 납니다. 그래서 저도 이제부터 신문지를 그냥 버리지 않고, 차곡 차곡 모으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모아서 고물상에 가져다 주어도 얼마의 돈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신문지 한장도 아껴가며 쓰셨던 부모님 덕분에 오늘날 이렇게 풍족하게 생활하는 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신청곡:  I Was Born To Love / Queen

퀸의 1995년 마지막 정규 앨범 'Made In Heaven'에 수록된 곡.

 

이정평 

 


- 노력하면 됩니다 -

제가 올해 지천명을 2살 더 넘긴 52살이 됐는데 작년에 직장에서 내쫓겼습니다.  충격과 배신감 때문에 좀처럼 대문 밖을 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 몸이 아니고 건사해야 할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 대학생이 되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일자리를 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웠습니다. 최저 임금제 때문에 있던 사람도 내쫓는다면서 이제는 경비직도 고시로 불린다며 나이 먹고 재취업 한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라고 했습니다. 실제 구직활동을 해보니 이 말들이 틀리지 않아서 또 다시 좌절과 위장병이 발병하곤 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쓰러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서울시 산하 직업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여러 가지 과목이 있었지만 저는 컴퓨터 고치는 기술을 택했습니다. 저도 IT 분야에는 까막눈 이었고, 직접 손으로 쓰는건 5분에 끝나도, 컴퓨터로 메일 쓰는 건 30분씩 걸릴만큼 컴퓨터 현기증이 있었지만, 열심히 배웠지요. 적지 않은 나이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생소함,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겠냐는 두려움들이 생겼지만 나이는 숫자라는 생각과 안되면 되게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부딪치고 또 돌격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한 번에 끝내는 걸, 저는 3번 이상 걸렸지만 그들이 담배 피면서 잡담하고 커피 마실 때도 저는 자리를 지켰습니다. 쉬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그들을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5개월 만에 수리과정을 마치고 2월 20일부터 정식 출근을 시작 했습니다. 나이 드신 분이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불신감을 없애주려고 한달 동안은 30만원만 받고 테스트 기간을 직접 자처했습니다. 한달간의 과정이 모두 끝난 지금은 더 이상 의심 없이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느끼지만 역시 노력해서 안되는 일은 없습니다. 딸내미가 등록금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고 공부에만 젼념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이태백 삼태백 여러분들! 나 같이 50이 넘은 사람들도 이렇게 다시 일자리를 얻으니 여러분들도 기운 잃지 말고 힘 내서 삶을 개척하십시오. 길은 얼마든지 널려 있습니다. 단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청곡:  Try To Remember / Nana Mouskouri

그리스 출신의 팝 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1969년 곡.

 

정혜선 

 


- 뵙고 싶습니다. -


모처럼 쉬는 연휴에 미루어 두었던 옷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여름 옷들이 차곡차곡 꺼내면서 구겨진 옷들을 정리하고 세탁감을 분류했습니다. 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어쩜 이렇게 많은지요. 그런데 문득 잊고 있었던 낡은 셔츠와 치마를 발견했습니다. 15년 전, 아버지께서 사주신 첫선물인 셈이지요. 몇 번이나 버릴까하다가 다시 넣어두었던 옷입니다. 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안형편이 어려워 산업체 학교를 가야했습니다. 그리고 읍내장에서 아버지의 결혼예물인 시계를 팔아서 저의 옷을 사주셨습니다. 항상 주위에서 주는 옷을 입었는데,

난생 처음으로 가져 본 새 옷이었지요. 아버지의 환한 모습처럼 제 얼굴도 웃음이 피었습니다. 그 분홍빛 치마와 티셔츠가 낡아서 빛이 바래고, 단추가떨어져 나가도,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습니다. 제가 힘들고 어려운 세월을 함께 했던 고마운 옷이지요. 그리고 저는 오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떠올려봅니다. 언제나 아버지에게 당당하고 떳떳한 딸이 되기 위해 참 많이도 노력했지요. 그리고 전 다음 달에 한사람의 아내가 됩니다. 아버지!! 여전히 환한 얼굴로 웃고 계시겠죠. 늘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께요.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늘 가슴속에 묻어둔 말 사랑합니다.


신청곡:   Dance With My Father / Celine Dion

캐나다 디바 ‘셀린 디온’의 2005년 작품.

원곡은  '루더 밴드로스'의 2003년 작품.





원미정 


- 꽁돈 -


저는 짠돌이 남편과 살고 있는 3년차 주부입니다.

며칠전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났습니다. 청바지 하나에 면티 하나 걸친 가벼운 차림의 저와 다르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힘껏 꾸미고 와서 그런지 더 이뻐지고 젊어보이더라구요. 취미생활하나 제대로 가질 여유도 없어서 제 스스로에게 투자할 생각도 못했던 저와 달리 친구들은 수영이다, 골프다 하면서 취미생활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여행은 어디 어디가 좋더라~’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제 스스로가 못난거

같아서 심통이 잔뜩 난채로 집에 들어왔습니다. 남편만의 잘못도 아닌데, 괜히 남편한테 성질 아닌 성질을 내면서

얼굴에 심술이 난 채로 며칠을 우울하게 보냈었죠. 그러다가 주말이 왔고, 왠일인지 생전 먼저 외식하자고 하지 않던 남편이 외식을 하자고 하더라구요.  '해가 서쪽에서 떳나??' 하면서 기분 좋게 따라나서 놓고는 막상 비싼 메뉴판을 보면서 음식 메뉴보다는 가격이 눈에 더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만, 남편한테 돈 아낄줄 모른다며 또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밥을 다 먹자, 남편이 저한테 50만원이 든 봉투 하나를 저에게 주는 거있죠.  제게 주는 보너스라면서 말이에요. "매달 쪼매씩 모은 피같은 쌈지돈인데 특별히 당신이니깐 주는거야 알았지? 이 돈으로 옷을 하나 사입든 당신 하고 싶은거 해.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많지? 앞으로 나도

시간 나는대로 애 봐주고 할테니깐, 당신도 하고 싶은거 있음 배우고 해라"  피같은 쌈지돈이란 말에 감동보다는 웃음이 먼저 터져나왔지만, 그래도 아끼고 아낀던 것을 선뜻 내줄수 있는 남편이 있어서 든든하네요~ 사랑해요 나의 남편~~


신청곡: I Love Your Smile / Shanice

미국 출신의 여성 R&B 가수 '샤니스'의 1991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서상제 

 


- 오줌세례 후유증 -

제가 어릴 때, 우리 마을에는 저를 포함한 다섯 사람의 악동들이 있었습니다. 악동이라 불리는 것을 오히려 칭찬으로 들을 만큼 궂은 짓만 골라서 하는 멤버들이었죠. 특히 그 중에서도 ‘서리’라고 하면 잠자던 귀신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화려한 전적과 경력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닭서리부터 시작해서 토끼, 수박, 참외, 복숭아, 사과, 자두, 감, 고구마 등... 입에 넣어서 소화가 되겠구나 싶은 것이면 모두 그 품종의 질과 양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목표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박서리를 하러 가게 되었지요. 우리의 행동대장인 종혁이는 수박 고르는 비법을 공개했습니다. 첫째, 손으로 ‘통통’두드려서 퍽퍽하고 둔탁한 소리가 날 것.

둘때, 수박 꼬투리가 시들시들하고 약간은 말라 비틀어진 것.

비법을 전수받은 우리는 작전지인 이웃마을 원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긴장과 스릴을 느끼면서, 이윽고 우리는 원두막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대장의 지시에 따라 숨소리, 발소리를 죽여가면서 대장으로부터 전수 받은 비법대로 손으로 ‘통통’두드려 보기도 하고 또한 꼬투리가 약감 말라 비틀어진 잘 익은 수박을 찾아 이리저리 수박밭을 뒤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우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갑자기 원두막 위에서 사람의 인기척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닙니까! 인기척에 놀란 우리들은 수박밭에 납작 엎드려서 주인의 등장만을 살피게 되었는데, 원두막 위에서 잠을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잠을 깬 것 같았습니다. 수박밭 주인은 우리가 원두막 밑에 숨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거침없이 일어나서, 바지춤을 내리고 오줌을 싸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는지... 그러나 하필이면 그 오줌 줄기는 우리의 영웅, 성호의 뒤통수를 명중했고, 이러서 눈으로 입으로, 목덜미로 사정없이 흘러내렸습니다.

하지만 다행이 우리의 영웅인 성호는 끝까지 참아 내고 견뎌냈습니다. 눈으로 흘러내린 오줌은 눈을 감아서 버티고, 입으로 흘러내린 오줌은 입을 꾹 다물고서 참았습니다. 오로지 대를 위해서는 소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일념하나만으로... 드디어 그 주인은 잠이 들었고, 우리는 주인이 잠든 사이를 이용해 조심조심 그 수박밭을 빠져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영웅 성호는 20년이 지난 요즘. 그 오줌세례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은 괜찮은데, 꼭 뒤통수 부분만 머리털이 빠져 헤싱헤싱 해져서 허옇게 속살이 드러나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신청곡:  Goodbye Yellow Brick Road / Elton John

영국 출신의 팝 가수 '엘튼 존'의 1973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2위 기록.














2008-04-30(15:04)